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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역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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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알이 폭사 주문의 마지막 음절을 완성하려 지팡이를 내리찍는 순간, 진우는 이빨을 악물며 붉게 타오르는 에테르 도선을 향해 펜치 날을 강하게 맞물렸다.


콰아아아앙—!


귓전을 때리는 고전압의 파열음과 함께 진우의 시야가 새하얗게 번쩍였다. 고대 해체용 펜치의 손잡이를 타고 들어온 무지막지한 전류가 그의 양팔을 마비시키듯 타고 올라왔다. 비전투원인 그의 나약한 마나 맥로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진우는 펜치를 쥔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모노클 너머로 보이는 붉은색 에테르 도선이 펜치 끝에서부터 푸른빛으로 강제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신전 제단 아래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극에 달해 있었다. 벨리알의 해골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마기가 사방에 널린 시체들을 터질 듯이 부풀렸다. 시체들의 피부 틈새로 핏빛 오염 물질이 뿜어져 나오며 당장이라도 사방을 날려버릴 폭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사령관님을 지켜라! 기사단, 전열 무너뜨리지 마라!”


엘리시아가 부서진 결계석을 움켜쥐며 성검 아우렐리아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녀의 전신을 감싸던 황금빛 성광 오라가 신전의 억제 결계에 짓눌려 평소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크기로 흔들렸다. 방벽 표면에는 이미 검은색 균열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비켜봐, 기사단년! 내가 저 시체들을 다 부숴버릴 테니까!”


강소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거대 도끼 바르그를 휘둘렀다. 적색 오라를 도끼날에 실어 날아오는 시체들의 전면을 베어내려 했으나, 베어낼 때마다 시체 내부의 마기가 폭발하며 그녀를 뒤로 밀어냈다. 마나 억제 결계 속에서 마스터급 강자들의 무력은 그저 거대한 모래성일 뿐이었다.


“안 되겠어요……! 결계의 마기 오염 속도가 너무 빨라요. 제 차원 왜곡 마법 서클이 완성되기도 전에 수식이 강제로 해체당하고 있어요!”


윤채원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지팡이 아스트라 끝에서 명멸하던 보랏빛 연산 마법진이 핏빛 마기에 오염되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대마법사조차 이 오염된 신전 안에서는 한낱 무력한 학자에 불과했다.


“흐흐흐…… 어리석은 쥐새끼들. 너희의 그 알량한 오라와 마법은 이 타락한 신전의 제단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일 뿐이다! 대공 전하의 대업을 위해, 모두 이곳에서 시체의 거름이 되거라!”


벨리알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폭사 주문의 마지막 음절을 내뱉으려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시체들이 부풀어 오르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카운트다운은 단 0.5초도 남지 않은 상황.


바로 그 순간, 천장의 석조 틈새에 매달려 있던 진우가 왼쪽 눈의 앤티크 모노클을 거칠게 회전시켰다.


‘지금이다.’


진우는 품속에서 윤채원이 만들어 주었던 ‘마나 감지기’ 스크롤을 펼쳤다. 스크롤 표면에 투영되는 신전 내부의 에테르 기류가 0.1초 만에 그의 머릿속에서 기하학적 수식으로 변환되었다. 벨리알의 흑마법 서클이 유적의 주 동력선에 빨대를 꽂아 마나를 공급받는 정확한 교차점 좌표가 모노클 렌즈에 붉은색 점으로 매핑되었다.


진우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손등에 새겨진 푸른빛 아키텍트 표식의 마나를 펜치 끝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주인공 고유 능력: 마나 노선 차단 (Mana Line Block) 활성화]

[유적 법칙: 에테르 바이패스 기법 (Ether Bypass Technique) 가동]


진우가 쥔 펜치 날이 에테르 도선의 핵심 접점을 끊어냄과 동시에, 신전의 주 에테르 흐름을 벨리알의 마법진이 아닌 천장의 낙석 함정 제어반으로 강제로 우회시켰다. 푸른빛의 깨끗한 에테르 에너지가 붉은색 역류 마나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지지지직— 쾅!


“어, 어떻게…… 마나가 역류하는…… 크아아아악!”


벨리알이 지팡이를 내리찍으려던 순간, 그의 해골 지팡이를 타고 엄청난 양의 정제된 에테르 마나가 역방향으로 뿜어져 올라왔다. 마법의 공급원이 순식간에 차단되고 역류한 마나가 벨리알의 체내 맥로를 강타했다.


투두둑, 콰아아앙!


벨리알의 전신에서 핏줄이 터지며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그의 체내 마나 서클이 역류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그가 완성하려던 광역 시체 폭사 주문은 중심점을 잃고 허망하게 와해되었다. 검붉게 부풀어 오르던 수백 마리의 시체 병사들과 헬하운드들이 폭발하는 대신, 차가운 하얀 먼지로 변해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 이 기적은 대체…….”


엘리시아가 성검을 쥔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음산한 핏빛 마기가 걷히고, 천장의 낙석 함정 틈새에서 순수한 은빛 에테르 기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염되었던 신전의 붉은 룬 문자들이 눈부신 은백색으로 정화되며 리부트 시퀀스를 밟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기괴한 소리를 내던 신전의 석조 벽면들이 기계적으로 뒤로 밀려나며, 그 중심에서 맑고 투명한 청정 에테르 성수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고대 정수 장치가 솟아올랐다. 오염된 신전이 순식간에 은빛 안개와 따뜻한 온천수가 흐르는 ‘에테르 분수 광장’으로 완벽히 정화된 것이다.


“사령관님!”


서하린이 그림자 속에서 솟구쳐 올라, 천장에서 힘없이 떨어지던 진우의 가녀린 몸을 조심스럽게 받아 안았다.


진우는 가슴을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마나 역류를 유도하느라 그의 체내 미세 마나 맥로가 일부 타버린 탓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함구증 상태였기에 그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저 서하린의 품에서 바르르 떨 뿐이었다.


“오진우 씨! 정신 차려요!”


윤채원이 허둥지둥 달려와 진우의 손을 꼭 쥐었다.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 진우가 보여준 기적은 마탑의 그 어떤 고위 대마법사도 행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복잡한 연산도 없이, 오직 유적의 흐름을 펜치 하나로 완전히 비틀어 적의 캐스팅 서클 내부를 자멸시킨 초공학적 지혜.


‘오진우…… 당신은 정말로 어떤 존재인가요? 이 위대한 지식은…… 오직 나만이 이해하고 가져야 해요. 지상의 무식한 자들에게 넘겨줄 수 없어…….’


윤채원의 가슴속에서 지적 경외감을 넘어선 살벌하고도 깊은 집착의 독점욕이 무섭게 싹트기 시작했다.


엘리시아 역시 무릎을 꿇고 진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성광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부상자들은 모두 분수의 물을 마셔라! 사령관님이 우리에게 내리신 기적의 성수다!”


기사들과 용병들이 정화된 분수대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붉은 눈물수’(정화되어 은빛으로 빛나는 성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마시자마자 그들의 마기 오염과 전신의 타박상이 눈에 띄게 치유되며 마나가 급속도로 충전되었다.


대장들은 상처가 치유되는 기적을 몸소 체험하며, 서하린의 품에 누워 숨을 헐떡이는 나약한 고고학자 오진우를 향해 형언할 수 없는 경외감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 무력은 전혀 없지만, 그들의 생사를 손끝 하나로 지배하는 진정한 지배자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였다. 벨리알은 체내 맥로가 터진 극심한 부상 속에서도 어둠의 차원 주문서 사본을 찢어 발악하듯 신전 뒤편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나갔다. 제국 대공의 본대에 합류하려는 도주였다.


동시에, 신전 전체를 정화하며 하늘 높이 솟구친 눈부신 은빛 에테르 성수의 빛 기둥이 유적의 천장 틈새를 뚫고 뿜어져 나갔다. 그 찬란한 빛은 미궁 외곽을 순찰하던 제국군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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