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EpicBattle_J

오답 노트와 첫 번째 동료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철컥하는 열쇠 꾸러미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로 크로이츠의 살기 어린 눈빛이 아벨을 향해 꽂혔다.


지하 9호실의 무겁고 습한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는 듯했다. 석회벽 전면에 새겨진 피의 문자 ‘묵(默)’ 자는 여전히 찬란한 백금빛 광휘를 내뿜으며 공기의 진동을 잠재우고 있었다. 크로이츠가 저 무식한 철문을 완전히 밀어젖히고 들어와 이 비정상적인 정적의 근원을 확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었다. 제국법 제1조. 귀족 이외의 계급이 고대 신성어를 기록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즉시 혀를 자르고 사형에 처한다. 이미 혀가 잘린 아벨에게 남은 형벌은 거열형이나 자폭 마법의 산 제물이 되는 것뿐이었다.


‘생각해라, 최강민. 저 무지한 간수의 눈을 속일 방법을.’


아벨은 숨을 죽인 채 머릿속으로 급박하게 마나의 흐름을 연산했다. [언어학적 직관]이 가동되며 크로이츠가 지닌 마나의 주파수와 벽면의 ‘묵’ 자가 방출하는 인과율의 주파수가 겹쳐 보였다. 크로이츠의 마나 탐지 능력은 2서클 수준에 불과했다. 정형화된 마나 밀도의 변화만을 감지하는 조악한 방식.


그렇다면 이 백금빛 광휘를 끄고, 마나의 주파수를 대기 중의 소음과 완전히 동조시키면 된다. 음소의 나열을 뒤틀어 의미를 소멸시키는 ‘음운 탈락’의 원리였다.


아벨은 가슴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손가락 끝에 묻혀, 벽면에 새겨진 ‘묵’ 자의 종성 ‘ㄱ’의 획 끝부분을 미세하게 문질러 뭉개트렸다. 형태소의 기하학적 대칭성을 고의로 무너뜨려 마력의 발현 주파수를 강제로 낮추는 작업이었다.


스으으윽.


벽면을 일렁이던 찬란한 백금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마력의 파동이 대기 속으로 흩어지며, 벽에는 그저 혀 잘린 노예가 발악하며 긁어놓은 평범한 검붉은 핏자국만이 남았다. 동시에 차단되었던 외부의 소음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옆 감방에서 들려오는 노예들의 끙끙거리는 신음과 쇠사슬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쾅!


크로이츠가 철문을 거칠게 걷어차며 들어왔다. 그의 가죽 장화가 바닥의 오물을 밟으며 아벨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크로이츠는 코를 킁킁거리며 방 안의 공기를 살폈다. 그의 손에 들린 마력 탐지 보주가 희미하게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으나, 이내 빛이 꺼졌다.


“……이상하군. 분명 이 방 근처에서 마나의 이상 정적이 감지되었는데.”


크로이츠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지하 9호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이 아벨의 피가 묻은 석회벽에 멈췄다. 아벨은 이빨을 악물고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공포에 질린 무력한 노예의 완벽한 연기였다. 사실은 전신의 혈관이 빈혈로 인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기에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


“더러운 가축 놈이 또 자해를 해댔군.”


크로이츠는 아벨의 머리칼을 거칠게 잡아채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벨의 입안을 강제로 벌려 혀가 잘린 단면을 확인했다. 검붉은 피딱지와 진물이 엉겨 붙은 처참한 몰골에 크로이츠는 역겹다는 듯 침을 뱉었다.


“쳇, 쓸데없이 피만 낭비하는 쓰레기 같으니. 내일이면 아레나의 영창 보조자로 끌려가 뇌가 터져 죽을 놈이 벽에 낙서나 하고 있구나.”


크로이츠는 아벨을 바닥으로 거칠게 내팽개쳤다. 아벨의 마른 몸이 돌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지만, 그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크로이츠는 가죽 채찍을 허리에 차고는 투덜거리며 감방을 나섰다. 철문이 거칠게 닫히고 열쇠가 잠기는 소리가 들려서야 아벨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살았다.’


손끝이 부르르 떨렸다. 첫 피의 룬 시전과 급격한 마나 역조율로 인해 체내의 피가 부족해져 눈앞이 핑 돌았다. 지독한 빈혈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제국의 마법 체계가 지닌 모순을 확인했고, 자신의 한글 구조식 마법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힘을 기르고 동료를 모아 이 지옥을 탈출하는 것뿐이었다.


***


다음 날 낮, 아레나 칼리두스의 하부 청소 구역.


아벨은 무거운 빗자루를 든 채 흙먼지가 날리는 복도를 쓸고 있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설근의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지만 그는 빗자루 끝으로 미세하게 마나의 흐름을 바닥에 그리며 실전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에테르 아르스는 발음의 선조성 때문에 70% 이상의 마나가 허공으로 증발한다. 반면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하나의 사각형 공간에 압축되므로 마나의 소실 없이 즉각적인 인과율을 고정할 수 있어.’


그가 머릿속으로 통사론적 공식을 정리하고 있을 때, 청소 구역 구석에서 쇠사슬을 질질 끄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피골이 상접한 몰골에 낡은 노예 옷을 걸친 늙은 사내였다. 그의 이마는 깎아지른 듯 높았고, 깊게 패인 눈동자에는 지독한 지적 아집과 슬픔이 서려 있었다. 늙은 노예, 바르도였다.


바르도는 아벨이 빗자루 끝으로 바닥의 흙먼지 위에 미세하게 선을 그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벨이 초성 ‘ㅁ’과 중성 ‘ㅜ’를 결합하려던 찰나, 바르도가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선의 기하학적 대칭성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로군.”


아벨은 빗자루를 멈추고 경계 어린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말을 잃은 아벨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깊은 흥미를 보이며 다가왔다. 바르도의 목소리는 비록 쇠약했으나, 그 어조에는 제국의 고위 학자들만이 지닌 독특한 성조(Tone)가 묻어나고 있었다.


“에테르 아르스의 낭비적인 형태소 나열을 공간적으로 압축하려는 시도인가? 혀가 잘린 실어자(Aphonian)가 소리 없이 마법을 시전하려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천재성이군.”


바르도는 주변을 경계하며 아벨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는 빗자루를 쥔 아벨의 손끝에 묻은 피의 잔향을 맡은 듯했다.


“내 이름은 바르도. 과거 제국 마법의회의 수석 번역관이었지. 하지만 신성어의 왜곡된 실태를 밝히려다 ‘이단 번역가’로 몰려 이 지옥으로 떨어졌다네. 매일 밤 이곳에서 노예들이 ‘영창 보조자’로 끌려가 귀족들의 마나 배터리로 쓰이다 뇌가 터져 죽는 것을 보며 학자로서의 양심을 잃어가고 있었지.”


바르도의 눈에 붉은 핏발이 섰다. 제국의 잔혹한 마법 독점 체제에 대한 깊은 증오였다.


“제국은 고의로 문법을 어렵게 뒤틀어 평민들이 마법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네. 그리고 그 왜곡된 주문의 반동을 상쇄하기 위해 우리 같은 노예들을 영창 보조자라는 이름의 소모품으로 쓰고 있지. 내일 밤이면 자네도 경기장으로 끌려가 그들의 폭주하는 마나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네.”


바르도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내일 밤 율리우스라는 귀족 마법사의 생체 실험 제물로 바쳐질 터였다.


그때였다.


웅오오오오!


아레나 상공에 가동되어 있던 경보 마법 장치가 요란한 공명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청소 구역 입구의 철문이 열리며, 간수장 프란츠의 경비병들이 철제 군화를 울리며 들이닥쳤다. 불시 소지품 검문이었다.


“모두 제자리에 엎드려라! 이단 문서나 불법 도구를 소지한 가축은 그 자리에서 즉시 처형한다!”


수색 대원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그들의 손에는 마나의 흐름을 정밀하게 역탐지하는 황금빛 감시 보주가 들려 있었다.


바르도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그는 품속에서 누더기 가죽 수첩이 든 작은 나무 상자를 황급히 꺼내 아벨의 손에 쥐여주려 했다.


“이것을 지켜라……! 내가 평생 제국 마법의 왜곡과 오역 사례를 분석해 기록해 온 ‘오답 노트’다. 이것만 있으면 자네의 그 기이한 문자 마법을 완성할 수 있을 걸세. 제발, 제국의 거짓을 깨부수어 다오!”


하지만 수색 대원들의 발소리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수첩을 품속에 숨기기엔 간수들의 신체 검문 경로가 너무 촘촘했다. 마나 탐지 보주가 이 가죽 수첩에 깃든 미세한 마력을 감지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현장에서 즉사할 터였다.


‘바닥 은닉으로 전술을 수정한다.’


아벨은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그는 바르도에게 조용히 눈짓을 보낸 뒤, 수첩 상자를 청소 구역 구석의 깨진 석판 흙바닥 홈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빗자루 끝의 날카로운 철사에 대고 강하게 그었다.


스윽.


붉은 생혈이 흘러나왔다. 아벨은 지체 없이 바닥의 흙 위에 피 묻은 손가락으로 미세하게 ‘소음 차단’과 ‘인지 오류’의 한글 자모음 결합 룬을 얇게 긁어 새겼다.


초성 ‘ㅁ’, 중성 ‘ㅜ’, 종성 ‘ㄱ’이 결합한 ‘묵(默)’ 자가 은밀하게 대기 중의 진동을 잠재웠다.

동시에 초성 ‘ㅁ’, 중성 ‘ㅣ’, 종성 ‘ㄱ’을 결합해 인지 구조를 왜곡하는 ‘미(迷)’ 자의 변형 룬을 덧씌웠다.


두 개의 피의 룬이 기하학적으로 맞물리며 은은한 백금빛 스파크를 일으켰고, 수첩 상자가 놓인 흙바닥 주변의 마나 밀도가 대기 중의 오염된 마나 농도와 완벽히 동조되었다. 역설적 주파수 설계였다.


그 순간, 바르도가 결연한 표정으로 빗자루를 쓰러뜨리며 일부러 크게 기침을 해댔다. 쿨럭거리는 핏덩이를 쏟아내며 그가 간수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유도했다.


“커헉! 끄응……!”


“이 늙은 가축 놈이 어디서 소란을 피우느냐!”


경비병 대장이 격분하여 바르도의 가슴을 군화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바르도의 마른 몸이 벽에 부딪히며 뼈가 부러지는 처참한 소리가 울렸다. 간수들은 바르도의 품을 거칠게 뒤지며 소지품을 수색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장. 그저 죽어가는 늙은이일 뿐입니다.”


간수들은 바닥에 떨어진 흙더미 상자 바로 위를 지나쳐 갔다. 탐지 보주가 상자가 놓인 자리를 스캔했으나, 아벨이 설계한 인지 오류 룬의 영향으로 보주는 그저 ‘일반 흙더미와 고철 잔향’으로 데이터를 오역해 가동을 멈췄다. 완벽한 기만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참혹했다. 간수들은 쓰러진 바르도를 군화 발로 짓밟으며 폭력을 행사했다.


“쓸모없는 늙은이 같으니. 청소나 제대로 해라!”


간수들이 멀어지자, 아벨은 황급히 바닥의 흙을 흩뜨려 피의 룬 흔적을 지우고 바르도의 곁으로 다가갔다. 바르도는 이미 치명상을 입고 입으로 검붉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것이 분명했다.


“……커헉, 아, 아벨……”


바르도는 떨리는 손으로 흙더미 속에서 무사히 보존된 가죽 수첩을 꺼내 아벨의 품속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희미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이것이…… 내 마지막 유산이네. 제발…… 말을 잃은 자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게……”


바르도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깊게 패인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한 채 굳어갔다. 제국의 억압 속에서도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려 했던 위대한 이단 번역가의 허무하고도 비참한 죽음이었다.


아벨은 바르도의 시신을 품에 안은 채, 잘린 목구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무언의 오열을 삼켰다. 분노가 심장을 타고 전신으로 들끓었다. 지식을 독점하고, 인간을 배터리로 쓰고 버리는 제국의 이 부조리한 마법 체계를 반드시 제 손으로 파괴하겠노라고, 그는 피로 물든 수첩을 꽉 쥐며 맹세했다.


바로 그 순간.


쿠구구구궁!


청소 구역 너머, 무기고와 훈련장 방향에서 대지를 흔드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쇠사슬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아아!”


인간의 것이 아닌, 대지를 울리는 포효가 지하 감옥 전체를 뒤흔들었다. 거구의 야수 전사 가르크가 간수들의 무자비한 채찍질에 맞서 마침내 광포한 야수 본능을 폭발시키며 포효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기고 방향에서 붉은 마나의 불꽃이 치솟는 모습이 아벨의 시야에 들어왔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