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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도서실의 금기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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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의 무거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어둡고 축축한 어둠 속에서 깨어난 아벨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의 마나는 5% 미만으로 떨어져 바닥을 긁고 있었고, 심장은 빈혈로 인해 차갑고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우안의 시신경은 율리우스의 주문을 초고속으로 연산해 낸 후유증으로 인해 붉게 충혈된 채 욱신거리는 극통을 뿜어냈다. 귓가에는 날카로운 이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


아벨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왼손 검지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응고 방지 흑요석 반지’의 검은 표면에는 콜로세움에서의 과부하로 인해 생긴 미세한 실금이 더욱 길고 깊게 패여 있었다. 무리하게 마나를 더 주입했다가는 이 유용한 보조 도구 자체가 산산조각 날 터였다.


그때, 감옥 문이 열리며 간수 헤르만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벨을 호출했다. 프란츠 간수장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바실리우스 백작이 아벨을 자신의 개인 집무실로 은밀히 불러들인 것이다.


화려한 비단 카펫이 깔리고 보석 장식품들이 즐비한 백작의 집무실. 백작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아벨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율리우스 가문의 천재를 단 침묵의 룬 몇 개로 폭사시키다니. 네놈은 단순한 노예가 아니로군.”


백작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경계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아벨은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백작이 내민 종이 위에 깃펜을 들어 천천히 글을 적었다.


[백작님의 도박 판돈을 3배로 불려 드린 것은 제 기이한 주술 덕분입니다. 하지만 제 마력은 불안정하며, 다음 결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백작은 흥미롭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아벨은 멈추지 않고 펜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백작의 탐욕을 완벽히 자극할 미끼를 던질 차례였다.


[제 마법을 더 연구하게 해 주신다면, 백작님이 보유하신 하급 마석들의 마나 유통 효율을 200% 이상 증폭시킬 수 있는 공식을 제공하겠습니다.]


“……마석 효율을 200% 증폭시킨다고?”


백작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제국에서 마석의 유통권을 쥔 자가 누리는 부는 상상을 초월했다. 만약 노예 한 명의 연구로 가문의 마석 가치를 두 배로 올릴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결투 흥행을 넘어 황실 사교계의 판도를 바꿀 치트키였다. 백작은 아벨의 지적 완결성에 완전히 매료되어, 품속에서 가문의 인장이 찍힌 은빛 가죽 증서를 꺼내 던졌다.


“좋다. 이것은 내 가문의 ‘유희 증서’다. 이것만 있으면 아레나 지하 도서실의 제한 구역까지 제약 없이 출입할 수 있지. 하지만 명심해라. 다음 결투에서 내게 실망을 안겨주거나, 간수장에게 꼬리를 밟힌다면 그 즉시 네놈의 목을 벨 것이다.”


아벨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증서를 품속에 챙겼다. 백작은 아벨을 철저히 자신의 상업적 소모품으로 보고 있었지만, 아벨 역시 백작의 그 탐욕을 철저히 역이용하고 있었다. 지배 계급의 오만함과 분열이야말로 노예가 쥘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다.


***


아레나 칼리두스 최하층, 축축한 석조 아치 너머에 위치한 지하 도서실.


이곳은 제국의 눈을 피해 방치된 고서들과 먼지 쌓인 기록물들이 가득한 지식의 무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퀴퀴한 종이 썩는 냄새와 차가운 석회 먼지가 아벨의 폐부를 찔러왔다.


도서실 구석에서 거대한 깃털 빗자루를 들고 먼지를 쓸고 있던 늙은 사서, 올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주름진 눈으로 아벨의 텅 빈 목덜미—잘린 혀의 흉터—를 바라보더니, 아벨이 제시한 백작의 유희 증서를 확인했다.


올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는 제국의 억압 속에서도 학문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늙은 학자 특유의 고결한 신념이 서려 있었다. 올가는 증서를 아벨에게 돌려주며, 깃털 빗자루 끝으로 도서실 가장 깊고 어두운 서가 구석을 넌지시 가리켰다. 먼지가 가장 두껍게 쌓여 있는, ‘고대 언어 형태론 및 건국사’ 비전서들이 보관된 구역이었다.


아벨은 올가에게 무언의 눈빛으로 감사를 표한 뒤, 어두운 서가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가 깊은 곳, 거미줄이 가득한 석판 틈새에서 아벨은 제국 마법의회가 금기시한 건국 초기의 고서들을 발견했다. 가죽 표지가 낡아 바스러지는 책을 조심스럽게 펼치는 순간, 아벨의 머릿속에서 [언어학적 직관]이 폭발적으로 가동되었다.


‘이것은……!’


아벨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책장 가득 적힌 제국의 신성어 ‘에테르 아르스(Ether Ars)’의 통사론적 구조식을 현대 언어학적 관점으로 분석해 들어가자, 믿을 수 없는 세계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국 귀족들이 신성시하며 독점해 온 에테르 아르스는 자연 마나를 정화하는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주문을 영창할 때마다 뇌세포를 미세하게 자극해 지능을 퇴화시키고, 방출된 마나의 무려 50%를 하늘 위 공중 신전으로 강제 송전하도록 설계된 정교한 ‘노예의 언어’이자 ‘빨대’였다.


더욱 추악한 것은 제국 황실의 역사 왜곡이었다. 건국 황제와 마법의회는 이 치명적인 언어적 족쇄의 본질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영원한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의로 문법 구조를 복잡하게 뒤틀어 조작했다. 그리고 평민들이 문법의 규칙을 분석하거나 독자적인 언어를 연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글을 읽거나 발음하려는 자들의 혀를 가차 없이 잘라왔던 것이다.


‘마법 독점 체제는 인류를 영원한 지적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기 위한 거대한 사기극이었어.’


바르도가 왜 그토록 처절하게 제국 마법의 오역을 수집하다 죽어갔는지, 왜 이세계의 노예 계급이 말을 빼앗긴 채 침묵해야 했는지 모든 인과 고리가 완벽히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지독한 지적 충격과 분노가 아벨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금서 표지에 걸려 있던 제국 황실의 기밀 보호 주술이 아벨의 마나 반응을 감지하고 작동했다.


“콰아아아!”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충격파가 아벨의 뇌 신경을 직접 타격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극통과 함께, 눈앞의 글자들이 괴상하게 뒤틀려 보이는 심각한 난독증과 현기증이 아벨을 덮쳤다. 아벨은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책상을 붙잡았다. 전신의 마나가 부족한 상태에서 가해진 정신적 과부하는 치명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서실 입구의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차가운 구두 굽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또각, 또각.”


신성어 유출 방지 감시관, 클라라였다.


푸른색 법관 로브를 입은 그녀는 오만한 눈빛을 번뜩이며 도서실 내부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신성어의 유출을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금금 탐지 보주’가 붉은색 마나 광휘를 내뿜으며 요동치고 있었다. 보주의 탐색 주파수가 아벨이 서 있는 금서 구역을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들키면 즉시 처형이다.’


아벨은 지독한 난독증과 현기증 속에서도 이성을 쥐어짜냈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는 손가락 끝의 상처를 다시 한번 철필 촉으로 강하게 찔렀다. 붉은 생혈이 흘러내렸다.


아벨은 피 묻은 손가락으로 금서의 가죽 표지 위에 신속하게 한글 구조식 룬을 새겨 나가기 시작했다.


초성 ‘ㅅ’, 중성 ‘ㅗ’, 종성 ‘ㅁ’.

그리고 ‘막을 막’ 자의 구조를 압축한 기하학적 블록.


[소음 차단 룬]과, 적의 인지 경로를 교란하는 [인지 오류 룬]의 이중 중합 결계였다. 한글의 사각형 대칭 구조가 피의 선을 따라 완벽히 맞물리며, 금서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유의 미세 마나 주파수를 ‘일반 도서’의 정상 환원 주파수로 강제 변조했다.


웅웅거리던 금서 탐지 보주의 붉은 광휘가 아벨의 책상 바로 앞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차가운 푸른빛으로 정화되며 잠잠해졌다.


클라라가 아벨의 서가 앞까지 걸어왔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내려다보았다. 아벨이 전개한 인지 오류 룬의 영향으로 인해, 그녀의 눈에는 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건국 금서가 한낱 평범하고 조잡한 삼류 연애소설책으로 왜곡되어 비쳤다.


“……쳇, 백작이 아끼는 벙어리 검투사라더니, 도서실 제한 구역까지 들어와 고작 이런 쓰레기 책이나 읽고 있었나 보군.”


클라라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오만한 귀족적 편견과 아벨의 정교한 인지 왜곡 마법이 결합하여 완벽한 기만극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클라라는 보주를 거두며 서서히 옆 서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벨은 심장이 터질 듯한 정적 속에서 가쁜 숨을 삼켰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먼지 구덩이 속에 반쯤 묻혀 있던 낡은 양필지 구석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그것은 책장 사이에 숨겨져 있던 건국 황제의 진짜 친필 가죽지였다. 아벨이 [언어학적 직관]을 극한으로 가동해 ‘에테르 아르스의 족쇄’에 대한 결정적 구절을 완전히 해독해 내는 바로 그 순간.


“또각.”


서가 저편으로 멀어지던 클라라의 발소리가 돌연 우뚝 멈춰 섰다.


정적이 도서실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벨의 오른쪽 눈가에서 긴장감으로 인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윽고, 가죽 구두 굽 소리가 방향을 바꾸어 아벨이 몸을 숨기고 있는 어두운 서가 구석을 향해 곧장 직진해 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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