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병장의 야외 해부실
“끼이이이익—!”
육중한 이중 밀폐 마차의 철제 바퀴가 타르타로스 감옥 중앙 연병장의 자갈밭을 거칠게 긁으며 멈춰 섰다. 잭과 피터가 마차의 앞자리에서 뛰어내려 고삐를 고정하는 순간, 마차 하부의 미세한 격벽 틈새에서 차가운 암염 얼음의 한기가 서늘한 하얀 김이 되어 뿜어져 나왔다. 뜨거운 가을 햇살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그 음산하고도 묵직한 한기는 연병장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군중을 일순간 침묵하게 만들었다.
비아트리스 대공비가 이끄는 대공가 수사단 기사들이 단단한 방패 장벽을 형성하며 마차 주변을 철저히 엄호했다.
단상 위에서 판결문을 쥔 채 굳어 있던 줄리안 판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옆에 선 수석 이단심문관 케네스는 분노와 당혹감으로 얼굴을 붉혔으나, 이내 비열한 눈빛을 번뜩이며 단상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는 가슴에 걸린 금빛 십자가를 움켜쥐고 군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비 전하! 유족의 권리는 존중하나, 이 시신은 평범한 시신이 아닙니다! 신전의 고위 치유사들이 경고했듯, 대공 님의 유해 내부에는 사악한 이단의 저주 역병 주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 무지한 사형수 놈이 시신에 메스를 대는 순간, 봉인되어 있던 치명적인 시독(尸毒) 가스와 역병 마력이 공기 중으로 살포될 것입니다!”
케네스의 목소리가 마법으로 증폭되어 연병장 구석구석을 때렸다.
“이 자리에 있는 무고한 죄수들과 경비병들, 그리고 제국의 사법 정의를 참관하러 온 감찰국의 현자들까지 모두 온몸이 썩어 문드러지는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입니다! 저 사령술사의 칼끝이 제국 남부를 파멸로 이끌기 전에 당장 마차를 불태워야 합니다!”
“역병이라고?”
“시체를 가르면 저주가 퍼진단다!”
“태워라! 당장 시신을 태워라!”
미신과 사체 공포증에 찌든 군중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선동당한 광신도들이 바닥의 거친 자갈과 돌멩이를 쥐어들고 부검 안치대로 난입하려 들었다. 일촉즉발의 폭동 위기였다.
피고인석에 묶여 있던 로건은 창백한 안색 속에서도 눈동자만큼은 차갑게 빛냈다. 족쇄의 마력 역류로 인해 오른쪽 눈가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고, 왼손은 신경망 마비로 굳어 있었지만, 전생의 수석 법의관 김민혁의 이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대중의 공포는 보이지 않는 위협에서 온다. 그렇다면 그 위협을 이성적인 과학의 힘으로 눈앞에서 정화해 보이면 그만이었다.
로건은 구석에서 대기하던 위생 담당 죄수 빌리(Billy)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얀 두건을 머리에 쓴 다부진 체구의 빌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놋쇠로 제련된 묵직한 분사 장치의 밸브를 조율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견습 조수 토토가 소독용 알코올 병을 꽉 쥔 채 로건의 신호를 기다렸다.
“빌리, 토토. 준비해라.”
로건의 나직한 명령에 빌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분사기의 레버를 잡았다.
마차의 후방 격벽이 열리고, 대공의 시신이 든 석조 안치대가 천천히 밖으로 미끄러져 나왔다. 그 순간, 대공의 가슴 절개선 틈새에서 기화된 미세한 검붉은 시독 가스와 주술적 안개가 일렁이며 공기 중으로 피어올랐다.
“보아라! 저주받은 안개가 뿜어져 나온다!” 케네스가 단상 위에서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처음에는 일반 증류수를 분사해 가스를 씻어내려 했으나, 사악한 마력 가스는 물 분자를 비웃듯 그대로 기화하며 주변으로 확산되려 했다. 군중의 비명이 극에 달했다.
“루크 님이 밤새 증류한 고농도 정제 알코올과 은빛 이끼 탄산수액을 주입해라!”
로건의 외침과 동시에 빌리가 분사기의 압력 펌프를 미친 듯이 누르기 시작했다. 로건은 품속에서 은빛 이끼 필터와 활성탄이 내장된 ‘주술 독가스 정화 마스크’를 꺼내 토토와 자신에게 철저히 밀착시켰다.
치이이이이이익—!
놋쇠 노즐에서 고농도의 정제 알코올 시약과 지하 감옥 하수구에서 채집한 은빛 이끼 추출액이 혼합된 특수 탄산수액이 미세한 백색 스팀이 되어 사방으로 폭발하듯 살포되었다. 차가운 연병장의 공기 속으로 상쾌하면서도 코를 찌르는 강렬한 소독약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로건은 마스크 너머로 울려 퍼지는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군중과 사법 감찰국을 향해 외쳤다.
“동요하지 마라! 이것은 내 가문의 비전 의학에 전해지는 ‘무균실 위생 소독법’과 ‘시독 중화 세척법’이다! 너희가 저주이자 역병이라 믿는 것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마력 유기 결합체일 뿐이다! 고순도 알코올의 강력한 탈수 작용과 은빛 이끼의 다공성 흡착 성분이 그 결합을 물리적으로 해체하여 바닥으로 침전시킨다!”
기적 같은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뿜어져 나온 백색 스팀이 허공에서 일렁이던 검붉은 주술 안개와 접촉하는 순간, 은빛 이끼의 미세 입자들이 마력 가스를 물리적으로 움켜쥐듯 결합했다. 음산했던 보라색 안개가 순식간에 눈부신 백은빛의 무해한 결정체로 변하더니, 가을바람 속으로 아름답게 휘날리며 연병장 바닥으로 하얗게 내려앉았다.
시체 썩는 비린내와 기괴한 마력의 잔향은 완전히 사라지고, 연병장 전체가 차갑고 청결한 소독액의 잔향으로 가득 찼다.
연병장을 가득 메웠던 비명과 욕설이 뚝 끊겼다. 군중들은 자신들의 발밑에 쌓인 백은빛 결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
“검은 안개가 사라졌어.”
“숨을 쉬어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오히려 공기가 맑아졌어!”
미신이 지배하던 공간에 현대 법의학의 이성적이고 시각적인 살균 소독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대중의 원초적인 사체 공포증은 단 한 번의 정교한 화학적 실증 시연 앞에 완벽하게 무력화되었다. 단상 위의 케네스는 입을 벌린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제라드 백작의 눈동자는 경악으로 뒤흔들렸다.
로건은 마스크를 벗으며 창백한 입술을 열었다. 그의 오른쪽 눈가에 남은 피눈물 자국이 기묘한 위엄을 자아냈다.
“시신은 정화되었고, 무균 장벽은 완벽하다. 이제 즉석 부검을 시작하겠다.”
그가 백은의 해부 메스 ‘아스클레피오스’를 쥐기 위해 오른손을 뻗은 바로 그 찰나였다.
“감히 사악한 연금술의 눈속임으로 신성한 법정과 군중을 기만하는구나!”
붉은 이단심문소 문양이 새겨진 육중한 강철 갑옷을 입은 거구의 성기사단장 가레스가 대검을 뽑아 들며 포효했다. 그의 검날에서 이단의 마력을 침묵시키는 붉은 성력이 사납게 타올랐다.
“성기사단이여! 저 사령술사 놈과 훼손된 시신을 즉시 처단하라!”
가레스가 검을 치켜들고 부검대를 향해 거침없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