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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서와 잉크의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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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감찰국 참관인들의 눈빛이 격렬하게 뒤흔들리는 그 찰나, 연병장 법정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이 정지했다. 엘레나의 수석 수사관 인장이 찍힌 증거 보존 기록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은빛 마력 파동은 줄리안 판사의 황금 의사봉을 허공에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법관의 독단적인 판결을 견제하는 사법 감찰국의 눈이 번뜩이는 이상, 줄리안 역시 함부로 사형 선고를 내릴 수는 없었다.


케네스 이단심문관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그는 로건이 독방에서의 고문으로 인해 완전히 붕괴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석에 서 있는 이 창백한 청년은 쇠사슬에 묶인 채로도 마치 해부학 교실의 교단에 선 교수처럼 당당하고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따위 사적으로 작성된 서류가 무슨 공신력이 있단 말이냐!”


케네스가 붉은 로브의 소맷자락을 거칠게 펄럭이며 단상 앞으로 나섰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종교적 권위가 연병장의 소음을 억누르려 했다.


“피고인은 비천한 신분과 얄팍한 말재주로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고 있다! 여기, 알리스터 대공 님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기 직전 남기신 친필 유서가 있다. 대공 님은 가문의 명예와 자신의 지독한 병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승천을 선택하신 것이다!”


케네스가 품속에서 조심스럽게 꺼내 든 것은 누렇게 빛나는 고급 양피지 서류였다. 대공의 공식 인장과 함께, 한눈에 보아도 기품이 넘치는 유려한 필체로 작성된 유서였다.


연병장의 배심원들과 군중 사이에서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대공의 자살설은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치명적인 소문이었으나, 이단심문관이 직접 대공의 친필 유서를 제시하자 상황은 급격히 케네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방청석 구석, 평민들의 누더기 옷 사이에 위장하여 숨어 있던 왜소한 체구의 노인 죄수, 위조 전문가 레오나르드가 잉크 묻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대공의 서명을 수백 번 복제해 완벽한 필체를 재현해 낸 것은 그의 손끝이었다. 제국의 그 어떤 서기관도, 심지어 대공의 비서조차도 이 필체의 왜곡을 잡아낼 수 없을 터였다. 레오나르드는 자신의 완벽한 예술품이 로건을 단두대로 보낼 것을 확신했다.


“자, 보아라! 이 필체와 서명은 대공 님의 서재에 보관된 공식 문서들과 완벽히 일치한다!”


케네스가 유서를 줄리안 판사에게 넘겼고, 줄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판결봉을 만지작거렸다.


“대공 님의 친필 서명이 담긴 유서가 존재한다면, 피고인의 사후 온도니 경직도니 하는 사적인 주장은 모두 무의미한 궤변일 뿐이다. 본 재판정은 이 유서를 최종 물증으로 채택하고……”


“그 유서의 잉크를 분석해야 합니다.”


로건의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가 줄리안의 판결을 가로막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흔들림도 없었다.


“무슨 소리냐! 대공 님의 서명을 눈앞에 두고도 현실을 부정하려는 거냐!” 케네스가 소리쳤다.


“필체는 속일 수 있어도, 그 필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로건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청석의 제라드 백작을 응시했다. 제라드 백작의 콧수염 아래 입술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재판장님, 그리고 사법 감찰국의 루카스 님. 제 가문의 비전 의학에 전해지는 ‘독소 모세관 전기영동법’의 원리를 인용하겠습니다. 물질은 고유의 질량과 전하를 지니며, 아무리 정교하게 복제된 필체라 할지라도 그 글씨를 쓰기 위해 사용된 잉크의 원소 성분까지 대공 님의 서재에 있던 것과 일치시킬 수는 없습니다.”


로건은 쇠사슬에 묶인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극도의 집중력 때문이었다.


“대공 님의 서재에서 사용되는 잉크는 제국 남부 해안의 특산품인 보라색 조개껍데기 분말과 황실 공인 마력 보존제가 배합된 ‘황실 자색 잉크’입니다. 만약 저 유서가 대공 님이 서재에서 직접 쓰신 진짜 유서라면, 그 잉크의 입자는 보라색 조개껍데기의 유기물 원소 반응을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로건이 품속에서 은빛 외안경 ‘베리타스’를 꺼내 눈가에 가져다 댔다.


“피고인! 법정에서 허가받지 않은 마법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줄리안 판사가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지하려 했다.


“이것은 마법 도구가 아닌, 아스클레온 가문의 정당한 검시용 외안경입니다. 제국 사법 고대 헌장에 따라 검시관의 도구 사용 권리는 보장됩니다!”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줄리안의 제지를 법적으로 차단했다.


“허가합니다, 피고인 로건. 그대의 분석을 대중 앞에서 증명해 보이시오.”


로건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베리타스 외안경에 자신의 미세한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 순간, 그의 양 손목과 목을 조이고 있던 마력 억제 족쇄가 반응하며 뼈를 깎는 듯한 고통과 마력 역류 주술을 그의 신경계로 방출했다.


“으윽……!”


로건의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뇌하수체와 시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과부하가 걸렸다. 그의 오른쪽 눈가에서 붉은 피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려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로건은 눈을 감지 않았다. 오히려 피눈물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투명하고 정밀하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마력 해부안’과 ‘베리타스’의 시너지가 그의 시야를 세포 분열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로건의 외안경 렌즈가 차가운 푸른빛 가시광선을 방출하며 케네스가 들고 있는 양피지 유서를 조준했다.


*오오오옹—*


외안경의 푸른 광선이 양피지 위의 검은 서명을 비추는 순간, 연병장의 군중들은 경악의 비명을 질렀다.


양피지 위의 서명이 일반적인 검은색이 아닌, 기괴하고 서늘한 청색 인광을 발하며 허공에 미세한 입자들의 기하학적 형태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먹의 흔적이 아니었다. 잉크의 미세한 입자들이 날카로운 결정체 모양으로 뭉쳐져 맥동하고 있었다.


“보이십니까?”


로건이 피눈물이 흐르는 눈을 부릅뜬 채,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로 군중과 사법 감찰국을 향해 외쳤다.


“진짜 대공 님의 잉크라면 푸른 인광을 발하지 않습니다. 저 양피지 위에서 맥동하는 기하학적 결정체들은 제국 남부의 특정 광산, 즉 제라드 백작 영지의 깊은 광산 심부에서만 배출되는 ‘탄광 마력 분진’의 고유한 결정 구조입니다!”


그 순간, 법정 구석에 서 있던 위조 전문가 레오나르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는 필체와 인장은 완벽하게 위조했으나, 자신이 암시장에서 공수한 고급 잉크 속에 제라드 백작 가문의 광산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마력 분진이 섞여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들키지 않기 위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저 유서는 대공 님의 서재에서 쓰인 것이 아닙니다! 대공 님이 사망하시기도 전에, 제라드 백작의 영지에서 그곳의 광산 분진이 가득한 잉크로 미리 작성되어 유입된 조잡한 위조품입니다!”


로건의 벼락같은 고발이 연병장 전체를 강타했다.


방청석 한구석, 화려한 백작 예복을 입은 채 오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제라드 백작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뒤변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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