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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발톱이 향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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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15분. 점심시간이 막 끝난 성화고등학교 2학년 3반 교실의 공기는 질식할 것처럼 무거웠다. 창틈으로 비쳐 드는 나른한 봄 햇살조차 교실 내부의 기묘한 침묵을 녹이지 못했다. 칠판 모퉁이에 적힌 ‘학폭위 개최 D-1’이라는 붉은 분필 글씨가 날카로운 가시처럼 아이들의 시선을 찔렀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교실 뒤편, 시험지 유출 누명을 쓴 김민우의 책상이 거칠게 흔들리며 바닥을 긁었다. 송민우가 흙먼지가 묻은 실내화 발로 민우의 책상 다리를 걷어찬 것이었다. 교과서와 노트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쏟아졌다.


“야, 김민우. 귀 먹었냐?”


송민우가 풀어헤친 교복 셔츠 깃을 거칠게 털며 민우의 머리맡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의 왼쪽 귀에 걸린 피어싱이 창밖의 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규율부의 비호를 받는 교내 최상위 무력의 소유자. 송민우의 삼백안에는 먹잇감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포식자의 잔인한 유쾌함이 서려 있었다.


“언제까지 질질 짤래? 어차피 내일 학폭위 열리면 너 강제 전학이야. 학교 명예 더럽히지 말고 지금 교무실 내려가서 깔끔하게 불어. 한지훈 부회장님이 좋게 좋게 끝내 주신다잖아.”


민우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그의 호흡 주기는 이미 정상 범위를 넘어 가쁘게 요동치고 있었다. 주변의 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교과서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만지작거렸다. 성화고의 묵시적 규칙. 학생회와 규율부의 사냥감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것은 곧 자신도 다음 타깃이 되겠다는 자살 선언과 같았다.


교실 맨 뒷자리 창가 구석. 박도현은 감색 도서부 완장을 찬 채 조용히 안경테를 밀어 올렸다. 그의 검은 뿔테 안경 너머 날카로운 눈동자가 송민우의 신체 반응을 정밀하게 프로파일링하기 시작했다.


‘송민우. 오른쪽 어깨의 기울기 4도 하강. 무게 중심이 오른발에 쏠려 있음. 소리 지를 때마다 목울대가 불규칙하게 떨림.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본인 역시 한지훈의 지시가 어긋날까 봐 심리적으로 극도로 조급한 상태다.’


도현은 책상 밑에서 아버지가 남겨준 은색 줄자의 매끄러운 금속 표면을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머릿속의 분노를 냉철한 지략의 에너지로 정제해 주었다. 과거 동생 도진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기득권의 사냥개들이, 이제는 또 다른 무고한 피해자를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민우가 무너지면 끝이다. 오늘 밤 CCTV 원본을 손에 넣을 때까지 민우의 자백을 반드시 막아야 해.’


그때 교실 앞문이 열리며 3반 담임이자 기득권의 충실한 옹호론자인 서태수 교사가 들어섰다. 서태수는 바닥에 널브러진 민우의 책과 송민우의 위협적인 자세를 보고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눈빛으로 민우를 내려다보며 지휘봉으로 교탁을 탁탁 두드렸다.


“김민우. 질질 짜지 말고 일어나. 교감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너 부르신다.”


민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부패한 교감 임용태. 재단의 눈치만 보며 학생회장 정우진 가문의 배경을 비호하기 위해 이번 유출 사건을 신속히 덮으려는 자였다. 그가 부른다는 것은 강압적인 심문으로 억지 자백 서명을 받아내겠다는 뜻이었다.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는 반납 기한이 지난 도서 대장 목록이 들려 있었다. 그는 아주 평범하고 존재감 없는 걸음걸이로 교탁 앞으로 걸어가 서태수 교사에게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도서관 연체 도서 정리 때문에 김민우 학생의 확인 서명이 필요해서 왔습니다. 혹시 민우가 교무실로 내려가기 전에 잠깐만 대화할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징계 절차 전에 학급 내부의 사실 확인도 필요할 것 같아서…….”


서태수 교사의 눈썹이 불쾌하게 꿈틀거렸다. 그는 지휘봉으로 도현의 가슴팍을 툭 치며 싸늘하게 뱉었다.


“박도현. 네가 언제부터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았지? 도서관 먼지나 털던 놈이 분수를 알아야지. 징계 절차는 학교 행정처와 학폭위에서 알아서 한다.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일로 학업 분위기 방해하면 너도 규율부에 넘겨서 벌점 폭탄 먹일 줄 알아. 저리 비켜.”


“……죄송합니다.”


도현은 즉각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비굴해 보일 정도로 빠른 포기였지만, 도현의 머릿속 ‘기억의 도서관’에는 이미 서태수 교사의 다급한 호흡 주기와 지휘봉을 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이 저장되었다. 서태수 역시 정태식 국회의원 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이번 조작극의 완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공범이었다.


치익, 칙.


교실 벽면에 설치된 스피커가 거친 잡음을 뱉어내더니, 교감 임용태의 날카롭고 고압적인 목소리가 온 교실에 울려 퍼졌다.


[아, 아. 행정처에서 알린다. 2학년 3반 김민우 학생은 즉시 본관 1층 교무실 옆 소회의실로 출두하기 바란다. 다시 한번 알린다. 김민우 학생은 즉시…….]


민우의 숨소리가 완전히 턱 막혔다. 송민우는 낄낄거리며 민우의 어깨를 툭 쳤다.


“야, 가라잖아. 얼른 가서 도장 찍고 끝내자, 어?”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외통수. 민우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풀려가기 직전이었다. 도현은 창밖을 향해 안경테를 튕기며 빛을 반사시켰다. 구관 모퉁이 그늘에 대기하고 있던 강준혁과의 약속된 신호였다.


3초 뒤.


우당탕탕! 콰아앙!


복도 너머에서 귀를 찢는 듯한 철제 책상들의 마찰음과 비명이 교실 안까지 생생하게 흘러들어왔다. 누군가 본관 복도에 쌓여 있던 폐기용 철제 책상 더미를 통째로 쓰러뜨린 것이 분명했다. 엄청난 소음에 서태수 교사와 송민우의 하수인들이 일제히 앞문을 열고 복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무슨 소리야!”


서태수 교사가 지휘봉을 쥔 채 다급히 복도로 뛰어나갔고, 송민우 패거리 역시 소란의 진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복도 창가로 몰려들었다. 복도에서는 강준혁이 거구의 몸으로 쓰러진 책상 더미 앞에 서서 규율부원들과 거칠게 언쟁을 벌이며 시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완벽한 시선 유도 트랩이었다.


교실 내부의 주의가 단 10초 동안 완전히 분산된 찰나.


도현은 소리 없이 민우의 책상 옆으로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먼지처럼 가벼웠다. 도현은 떨고 있는 민우의 차가운 손바닥 안으로 미리 접어둔 작은 쪽지 한 장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민우의 귀가에 대고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절대 인정하지 마. 그들은 지금 진짜 물증이 없어서 네 자백이 필요한 거야. 교감실에 가면 무조건 부모님과 변호사가 오기 전엔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고만 버텨. 오늘 밤 내가 진짜 범인의 증거를 가져올 테니까. 나를 믿어, 민우야.”


민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도현은 이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낡은 도서 대장을 묵묵히 정리하고 있었다. 민우는 떨리는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손바닥 안의 쪽지를 움켜잡았다. 도현의 목소리에 담긴 압도적인 이성적 확신이, 벼랑 끝에 서 있던 민우의 마음에 단단한 닻을 내려주었다.


소란이 진정되고 서태수 교사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교실로 돌아왔다.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을 꿀꺽 삼키며 교실 문을 나섰다. 그의 어깨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아까처럼 풀려 있지 않았다.


방과 후, 교실의 아이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붉은 노을이 창가를 피빛으로 물들일 즈음.


도현은 교실 뒤편 사각지대에서 낡은 도서부 완장을 만지작거리며 송민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송민우는 민우가 교감실에서 끝까지 입을 다물고 버텼다는 소식을 듣고 극도로 폭주한 상태로 교실로 들어섰다. 그의 뒤에는 박태규를 비롯한 일진 패거리들이 험악한 기세를 풍기며 버티고 있었다.


송민우는 교실 구석에 홀로 앉아 있는 민우를 발견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멱살을 단숨에 움켜잡아 벽으로 밀쳐버렸다.


쿵!


“이 새끼가 진짜 머리가 돌았나……! 교감실에서 부모 타령하면서 버텨? 한지훈 부회장님이 기회를 주실 때 기었어야지, 어?”


송민우의 거친 숨결이 민우의 얼굴에 닿았다. 민우는 도현의 지시대로 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지켰다. 송민우의 주먹이 민우의 턱밑에서 부르르 떨렸다.


이 모습을 서가 뒤의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던 도현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도현은 '감정 격리 규정'을 철저히 유지하며, 스마트폰의 초고음질 녹음 버튼을 가볍게 눌렀다. 송민우의 폭력적인 협박과 한지훈 부회장의 배후 사주 정황이 담긴 날것의 음성이 마이크의 디지털 파동을 타고 도현의 기기 속으로 소리 없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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