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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부기의 기적과 30만 골드의 세탁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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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루 지하 비밀 밀실의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빗줄기가 지상에서 단단한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득한 고동 소리처럼 지하까지 울려 퍼졌다. 사방을 채운 석조 벽면에는 하씨 가문의 남부 무역선단 파산 장부 원본과 수만 장의 단식 기장 영수증 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선배…… 역시 아무리 계산해 봐도 오차가 없습니다. 침몰한 선박들의 손실액과 보험사에서 지급된 보상금의 합계가 단 1센트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학술원 수학과 후배이자 도현의 조수를 자처한 로이가 충혈된 눈을 비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깃털 펜을 너무 오래 쥔 탓에 까맣게 잉크가 착색되어 있었고, 미세한 경련마저 일고 있었다. 단식 기장 방식으로 수천 장의 영수증을 일일이 합산해 가던 평민 장학생의 한계였다.


도현은 창백한 안색으로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 밤샘 분석으로 인한 만성 편두통이 밀려왔지만, 그의 깊고 지적인 흑청색 눈동자는 촛불 불빛 아래에서 오히려 더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가 가죽 가방에서 조부의 유산인 ‘목제 기계식 계산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정교하게 맞물린 수십 개의 구리 톱니바퀴와 목제 건반이 둔탁한 아우라를 풍겼다.


“로이, 단식 기장은 돈이 들어오고 나간 단면만을 기록하지. 장부를 조작한 자들은 합계 수치를 맞추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합계’라는 가면에 속아서는 안 된다.”


“가면…… 말씀이십니까?”


“그래. 거래의 이중성을 추적해야 해. 하나의 거래가 발생하면 반드시 자산의 증가와 감소, 혹은 부채의 발생이라는 양면적 결과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것을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 대칭적으로 기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식부기(複式簿記)다.”


도현은 가문의 비전인 ‘이중장부 심상 가시화법’을 마음속으로 가동했다. 동시에 그의 고유 기량인 ‘초인적 감사안’이 활성화되었다.


도현이 기계식 계산기의 상단 태엽을 부드럽게 감았다. 타르르릉, 하는 정교한 태엽 소리가 적막한 밀실을 채웠다. 도현의 손가락이 목제 건반을 두드릴 때마다 내부의 톱니바퀴들이 미세한 마찰음과 함께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 속에서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던 단식 기장 장부들이 반투명한 푸른빛의 격자망으로 변해 공중에 떴다. 차변(Debit)과 대변(Credit)의 T-계정이 뇌내에 입체적으로 구성되자, 완벽해 보였던 장부의 수치들 사이로 기묘한 불일치가 붉은색 연결선으로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다.


“로이, 장부 제14쪽을 봐라. 침몰한 ‘벽란 7호’의 선박 수리 대금 전출 내역이다.”


로이가 다급히 양가죽 장부를 넘겼다.


“벽란 7호는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기 사흘 전에 남부 포구에서 대규모 선체 보수를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비용은 은화 5천 닢이군요. 아무 문제 없어 보입니다만…….”


“그럼 제42쪽의 해상 보험금 청구 내역서 하단을 봐라. 사고 발생 사흘 뒤, 침몰한 벽란 7호의 인양 및 최종 파손 점검 비용으로 동일한 액수인 은화 5천 닢이 또다시 지출되었다. 수취인은 ‘골드 오션 상사(Gold Ocean Merchant)’다.”


로이의 눈이 크게 번졌다.


“어……? 이미 침몰해서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를, 정식 인양 승인도 나기 전에 수리했다는 뜻입니까? 게다가 수취인이 본가 재무처가 아닌 외곽의 작은 상회로 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거다.”


도현의 손가락이 목제 계산기의 건반을 빠르게 내리쳤다. 탁, 탁, 타닥!


“이중 청구된 선박 수리 대금.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인양 보수비. 단식 장부에서는 각각 ‘수리비’와 ‘사고 처리비’라는 별개의 계정 과목으로 분산되어 있었기에 가문의 회계사들이 잡아내지 못한 거다. 하지만 이것을 대차대조표의 대칭 구조로 정렬하면, 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하나의 유령 계좌로 수렴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도현은 ‘자금 세탁 역추적’ 기량을 발동했다. 뇌내 시뮬레이션 속에서 쪼개진 자금의 흐름들이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며, 골드 오션 상사의 배후에 숨겨진 진짜 수취인의 이름을 명확하게 가리켰다.


그 이름은 하태성(河泰成).


하은교의 사촌 오빠이자, 가문 내부에서 차기 가권을 노리는 탐욕스러운 적자였다.


“하태성이 남부 해적 카를로와 내통하고 있었군.”


도현은 깃털 펜을 들어 대차대조표 하단에 날카롭게 기입했다.


“단순한 자연재해 파산이 아니야. 하태성은 카를로의 해적선단에게 벽란루 선단의 항로와 기상 정보를 미리 넘겨주었고, 폭풍우가 치던 날 고의로 선박들을 방화 침몰시켰다. 그리고 침몰하지 않은 가치 있는 화물들…… 특히 마법 원석인 ‘루베르 원석(Luber Ore)’은 공식 선적 명세서에서 누락시켜 비자금으로 빼돌렸지. 그 뒤 유령 상사인 골드 오션 상사를 통해 보험금과 원석 매각 대금을 포함한 총 30만 골드의 자금을 세탁해 가문 밖으로 전출시킨 거다.”


“3, 30만 골드……!”


로이가 침을 꿀꺽 삼키며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일개 가난한 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하씨 가문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반역이자 음모였다.


“선배, 이 사실을 하은교 아가씨에게 전하면 저희는 살 수 있는 겁니까? 하지만 하태성 그자가 눈치챈다면…….”


“이미 눈치챈 모양이구나.”


도현이 조용히 말을 끊으며 고개를 들어 밀실의 무거운 철문을 응시했다.


그의 ‘미세 거짓말 간파안’과 예리해진 감각이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쇳소리와 거친 호흡 소리를 포착했다. 벽란루 출입 청옥패를 지닌 도현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하태성의 밀수 조직원들이 마침내 이곳 지하 밀실까지 추격해 온 것이 분명했다.


철컥, 철컥.


밀실 문고리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 너머에서 낮고 험악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에 쥐새끼들이 장부를 만지고 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흔적도 없이 지워버려라. 아가씨가 알기 전에 끝내야 한다.”


로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도현은 차분하게 30만 골드의 세탁 경로가 완벽하게 정리된 단 한 장의 복식부기 대차대조표 보고서를 접어 품속 깊숙이 넣었다. 그리고 조부의 목제 계산기를 가죽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단단히 채웠다.


쿵! 쿵!


육중한 밀실 문이 거센 타격음과 함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도현의 입가에 서늘한 긴장감과 함께, 새로운 생존의 투지가 조용히 피어올랐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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