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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장의 맹점과 학술원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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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도현. 네놈의 가문이 체납한 황실 세금과 벌금을 징수하기 위해, 이 가택의 모든 가산과 신체를 강제 압류한다!”


바론 드 크루아의 목소리가 좁고 낡은 셋방의 벽을 때렸다. 그의 손에 들린 붉은 양가죽 영장, ‘강제 압류 집행장’의 붉은 광채가 어두운 방 안을 불길하게 물들였다. 크루아의 뒤를 지키는 네 명의 황실 세무부 병사들이 쇠가죽 장화를 디디며 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이닥쳤다. 눅눅한 바닷바람과 비린내가 섞인 밤공기 사이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크루아는 채찍을 가볍게 털며 비열한 조소를 지었다. 그의 눈길이 침상에 누워 파리한 숨을 내쉬는 어머니 유씨 부인과, 오빠의 로브 자락을 쥔 채 바르르 떨고 있는 유나에게 닿았다.


“황실의 영장이다, 학자 놈아. 법은 엄하고, 황제 폐하의 세금은 단 1센트도 예외가 없지. 당장 저 쓸모없는 가구들과…… 오, 저기 저 기괴한 나무 기계도 압류 목록에 올려라.”


크루아의 채찍 끝이 도현의 왼손에 들린 목제 기계식 계산기를 가리켰다. 조부의 유산이자 도현의 연산을 보조하는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 병사 한 명이 거친 손을 뻗어 계산기를 빼앗으려 했다.


그 순간, 도현은 물러서지 않고 계산기를 가슴에 품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깊고 지적인 흑청색 눈동자가 크루아가 치켜든 붉은 영장을 꿰뚫어 보았다. 도현의 특수 기량인 ‘초인적 감사안(Superhuman Audit Eye)’이 발동했다. 마법이나 투기는 없었지만, 평생 수만 장의 장부와 세법전을 외우며 단련된 지적 집중력이 영장 표면의 미세한 잉크 자국들을 3차원 그래프처럼 해체하기 시작했다.


직인 날짜의 번짐, 관인 날인의 마모도, 그리고 영장 상단에 기재된 행정 코드.


도현의 입가에 찰나의 냉소적인 미소가 스쳤다. 그는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법률의 자구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는 지적 역공을 개시했다.


“바론 드 크루아 징수관님.”


도현의 목소리는 칼날보다 차갑고 명확했다.


“이 강제 압류 집행장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당장 집행을 중단하고 병사들을 물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오늘 밤으로 무단 가택 침입 및 사법권 남용죄로 사법부에 기소될 것입니다.”


“뭐라 하셨냐, 이 기생충 같은 학자 서생 놈이?”


크루아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병사들도 걸음을 멈추고 도현을 비웃었다.


“이 영장은 황실 재무부의 공식 직인이 찍힌 엄연한 법적 문서다. 네놈이 감히 황실의 권위를 부정하려 드는구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장 자체의 치명적인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는 것이지요.”


도현은 크루아가 들고 있는 붉은 양가죽 영장의 하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십시오. 이 영장에 기재된 집행 대상 관할 구역 코드는 ‘수도 동부 4구’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이곳, 에스펜 외곽 빈민가는 행정 구역상 ‘외곽 빈민가 7구’에 속합니다. 제국 조세 집행법 제12조에 따르면, 관할 구역이 오기된 압류 영장은 그 즉시 집행 효력이 정지되며, 관할 위반 집행을 강행한 세무관은 형사 처벌을 면치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크루아의 얼굴에서 조소가 굳어졌다. 그가 다급히 영장을 눈앞으로 가져가 붉은 글씨를 살폈다. 도현의 말대로 관할 구역 코드 칸에는 ‘동부 4구’를 뜻하는 푸른색 마법 인장이 찍혀 있었다. 늘 평민들을 수탈하며 대충 영장을 발부받던 부패한 행정의 맹점이었다.


“이, 이건 단순한 기재 오기일 뿐이다! 사소한 행정적 실수로 황실의 세금 징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병사들, 무시하고 집행해라!”


크루아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하지만 병사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제국의 엄격한 관료주의 하에서 관할 위반 집행의 형사 처벌 규정은 병사들에게도 연대 책임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도현은 기세를 늦추지 않고 품속에서 가죽 지갑을 꺼내 자신의 수습 서생증을 꺼내 들었다. ‘세법 조항 즉시 인용’ 기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제국 세법 제72조 ‘관세 및 조세 징수 절차법’에 따르면, 사법적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관할 외 압류는 공무 집행이 아닌 ‘사적 약탈’로 규정됩니다. 또한, 저는 제국 학술원의 공식 수습 서생입니다.”


도현이 수습 서생증의 은빛 문양을 크루아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제국 건국 초기에 제정된 ‘학술원 연구용 자산에 대한 과세 면제 및 강제 압류 금지’ 특권법을 인용하겠습니다. 이 목제 기계식 계산기는 학술원에 공식 등록된 저의 연구용 자산입니다. 이를 압류하려 드는 것은 학술원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에라스무스 원장님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입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감히 학술원의 이름을 팔아 나를 협박해?”


크루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채찍을 높이 치켜들며 도현의 뺨을 갈기려 들었다. 무력이 없는 도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궤적이었다.


탁——!


하지만 가죽 채찍이 도현의 얼굴에 닿기 직전, 거대한 쇠파이프가 공중에서 채찍을 휘감아 채 가로막았다. 쇠파이프를 쥔 손아귀의 힘에 크루아의 채찍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누구냐!”


크루아가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찢어진 문틈 사이 어둠 속에서, 거구의 사내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걸어 나왔다. 뒷골목 흑수파의 두목, 발타자르였다. 그의 뒤로 몽둥이와 쇠파이프를 든 다섯 명의 흑수파 조직원들이 셋방 내부와 복도를 가득 메우며 크루아의 병사들을 포위했다.


“바론 드 크루아 징수관님.”


발타자르가 굵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쇠파이프를 가볍게 털었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살기가 좁은 방 안을 압도했다.


“이 서생님은 우리 흑수파의 귀중한 ‘채무 조정 자문 위원’이시다. 학술원의 비호를 받는 분이기도 하지. 관할도 맞지 않는 엉터리 영장을 들고 와서 감히 우리 자문 위원님의 몸에 손을 대려 하시다니, 사법부의 특별 감사라도 받고 싶으신 모양이군.”


발타자르는 도현의 지략에 완전히 굴복한 상태였다. 도현이 쥔 수석 세무관 제브의 뇌물 장부라는 아킬레스건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늘 밤 도현을 크루아의 손에서 반드시 지켜내야만 했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생존책이었다.


크루아는 사설 폭력배들의 등장과 도현의 완벽한 법리적 방어에 숨이 막혔다. 병사들은 이미 겁에 질려 검자루를 쥔 손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너…… 너희 놈들이 감히 황실의 관료를 위협하는구나! 역모죄로 다스려 주마!”


“역모죄라니요.”


도현이 차분하게 서류 가방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우리는 합법적인 사법 절차를 요구하는 제국의 신민들일 뿐입니다. 영장을 정식으로 재발부받아 오십시오. 그전까지는 이 방 안의 단 1센트의 가치도 건드릴 수 없습니다. 관할 위반 집행 및 학술원 침해죄로 사법부에 정식 기소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당장 내 집에서 나가십시오.”


도현의 단호한 선포와 발타자르의 묵직한 무력적 압박 앞에, 크루아는 결국 부들부들 떨며 채찍을 거두었다. 그의 오만한 눈빛은 수치심과 분노로 이글거렸다.


“……좋다, 채도현. 사소한 말장난으로 오늘 밤은 모면했을지 몰라도, 영장은 반나절이면 재발부된다. 내일 정오에 다시 올 때는 황실 친위대를 대동할 것이다. 그 장난감 같은 계산기와 네놈의 목숨이 언제까지 버티는지 보지.”


크루아는 침을 뱉으며 병사들을 이끌고 셋방을 빠져나갔다. 쿵, 쿵, 쿵 하는 무거운 발소리가 낡은 계단을 타고 아래로 사라졌다.


“후우…….”


도현은 그제야 긴장을 풀며 벽에 기대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극도의 연산력 소모와 긴장감으로 인해 관자놀이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손목의 가벼운 찰과상에서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서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황실 징세관을 장부와 세법 몇 구절로 쫓아내시다니요.”


발타자르가 쇠파이프를 내려놓으며 경외 어린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유나 역시 안도감에 눈물을 훔치며 도현의 품으로 안겼다.


“오빠, 무서웠어…….”


“괜찮다, 유나야. 이제 괜찮아.”


도현은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이번 강제 압류는 임시로 막아냈지만, 크루아의 말대로 반나절 뒤 정식 영장이 재발부되면 이 낡은 셋방을 완전히 비워줘야 했다. 게다가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콜록! 콜록! 쿨럭!


갑자기 침상에서 거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깊이 잠들어 있던 어머니 유씨 부인이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럽게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하얗게 센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파리한 뺨이 급격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가에는 붉은 혈흔이 묻어났다.


수도 에스펜의 혹독한 석탄 매연이 셋방의 허술한 문틈으로 들이닥치며 만성 폐질환을 극도로 악화시킨 것이었다.


“어머니!”


도현이 다급히 침상 곁으로 다가가 유씨 부인의 등을 받쳐 올렸다. 어머니의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숨소리는 쇠가 긁히는 듯 거칠었다.


“약…… 약탕기가 깨져서…… 약을 달일 수가 없어요…….”


유나가 깨진 약탕기 파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크루아의 병사들이 난장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약탕기와 기초 약재들이 완전히 파손된 상태였다.


도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머니의 만성 폐질환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서부 연금술 가문이 독점 공급하는 고가의 약재 ‘성광초’와 특수 비약이 시급했다. 하지만 그 약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당장 은화 100닢이라는 거액이 필요했다.


‘3일이다.’


도현은 어머니의 맥박과 호흡 주기를 연산하며 차갑게 가라앉았다. 3일 내에 은화 100닢을 마련하지 못하면 어머니의 생명은 위독해질 것이고, 셋방에서도 길거리로 쫓겨나게 된다.


돈이 필요했다. 단순한 푼돈이 아닌, 제국의 가혹한 세금과 황실의 억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거대한 자본의 힘이.


도현은 품속에 숨겨둔 목제 기계식 계산기를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남부 무역을 지배하는 거대 공작가인 하씨 가문의 파산 장부 소문이 스쳐 지나갔. 그 거대한 장부의 미로 속에 어머니를 살릴 자금과 가짜 사위로서 살아남을 생존의 열쇠가 숨겨져 있었다.


도현이 비장한 각오로 벽란루를 향한 여정을 결심하는 순간, 셋방 밖 어두운 골목길 너머에서 웅장한 마차의 바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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