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의 독점 영업권과 세금 폭탄의 트릭
세리들이 붉은 압류 딱지를 들고 신성보험 본사 문앞에 당도하는 순간, 서지호는 품속의 계약서 가방을 꽉 쥐며 새로운 행정적 전쟁의 시작을 직감했다.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청풍현 현령 이수현의 직인이 찍힌 ‘공식 금융 독점 영업권 승인 칙서’를 양손에 쥐고 쾌재를 부르던 참이었다. 낙신애의 추락 사망률을 무려 99%나 감소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청풍현 유일의 합법적 보험사로 공인받은 역사적인 순간. 수석 법률 대리인 황보운 서생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앉은 얼굴로 “이제 야근을 조금 줄일 수 있겠군요”라며 눈물을 흘렸고, 종신 요원이 된 백서연은 씩씩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단맛은 늘 독약을 동반하는 법이었다.
“길을 비켜라! 관청의 부현령 조진구 어른의 명을 받들어, 불법 영업 및 탈세 혐의로 신성보험의 자산을 가압류하러 왔다!”
지사 정문을 박차고 들어온 자는 콧수염을 기름지게 꼬아 올린 사내, 부현령 파벌의 수석 세금 징수관 조진구였다. 그의 뒤에는 무시무시한 붉은색 ‘압류(押留)’ 딱지와 쇠사슬을 들고 있는 관청 세리 수십 명이 잔뜩 살기를 풍기며 늘어서 있었다. 대기실에서 가입 상담을 받던 하급 수선자들이 깜짝 놀라 헬멧을 고쳐 쓰며 뒤로 물러섰다.
지호는 안경테를 차분하게 밀어 올리며 책상 뒤에서 걸어 나왔다. 무공은 전혀 없었지만, 7년 차 보험 설계사로서 다져진 ‘진상 고객 대응용’ 포커페이스는 그 어떤 강자의 영압보다 단단했다.
“조진구 세무관님. 환영합니다. 하지만 저희 신성보험은 오늘 아침 현령 이수현 님으로부터 청풍현 공식 독점 영업권을 승인받았습니다. 불법 영업이라니요? 여기 칙서가 버젓이 존재합니다만.”
지호가 이수현 현령의 붉은 직인이 찍힌 비단 칙서를 펼쳐 보이자, 조진구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콧수염을 비틀었다.
“흐흥, 현령 어른의 서류라니 가소롭군. 독점 영업권은 영업권이고, 세금은 세금이다! 네놈들이 낙신애 아래에 거대한 가죽 주머니를 깔고 수선자들의 돈을 긁어모으는 동안, 청풍현의 공공 자원을 무단으로 점유한 대가를 치러야지!”
조진구가 품속에서 누런 세금 고지서 한 장을 꺼내 지호의 탁자 위에 쾅 내리쳤다. 옆에서 대기하던 황보운 서생이 고지서를 슬쩍 들여다보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다리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사, 사장님…… 이, 이건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지호가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그곳에는 기상천외한 과세 명목들이 깨알 같은 서체로 적혀 있었다.
`[신성보험 청풍지사 임시 세금 고지서]`
`1. 우주 낙하세(宇宙落下稅): 하품 영석 50개`
`(사유: 낙신애 절벽에서 떨어지는 수선자들이 청풍현 영토 내의 중력과 하늘을 무단으로 점유하여 낙하 충격을 완화했음)`
`2. 바람 저항세(風力抵抗稅): 하품 영석 30개`
`(사유: 거대 에어백 팽창 시 청풍현 관할 구역 내의 천연 대기를 무단 흡입하여 사익을 취했음)`
“우주 낙하세? 바람 저항세?”
지호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전생에 한국에서 온갖 기괴한 세법과 보험 약관을 다 다루어 보았지만, 중력과 바람을 무단 점유했다며 세금을 때리는 미친 관료 새끼는 처음 보았다. 이건 세금이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깡패들의 밥그릇 빼앗기 공작이었다. 이수현 현령에게 정당한 세금을 내고 나니, 라이벌인 부현령 세력이 신성보험의 거대한 영석 금고를 통째로 털어가기 위해 덫을 놓은 것이 분명했다.
“이봐요, 조 세무관님.” 지호는 목소리 톤을 정중하지만 뼈가 시리도록 단호하게 내리깔았다. “중력은 천도가 부여한 자연의 법칙이고, 에어백에 들어간 공기는 대자연의 순환일 뿐입니다. 그걸 청풍현 관청의 소유라 주장하며 과세하는 것은 선협 세계의 인과율을 왜곡하는 행위입니다만?”
“시끄럽다! 청풍현 영토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 낙하와 공기의 흐름은 관청의 행정 관할 구역에 속한다!” 조진구가 대도를 찬 세리들을 향해 손짓했다. “당장 저 금고를 압류하고 빨간 딱지를 붙여라! 세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에어백의 바람을 전부 빼고 영업을 정지시킨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황보운 서생이 다크서클이 튈 정도로 눈을 부릅뜨며 고대 율법전을 펼쳐 들었다.
“대하제국 율법 제14조 2항에 따르면, ‘공공의 안전과 재난 예방을 위해 설치된 민간 구호 시설은 관청의 모든 지방세 및 특별 요금 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저희 에어백은 단순한 영리 시설이 아니라, 매일 수선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공공 재난 대피소입니다! 이 과세는 명백한 헌법 위반입니다!”
황보운의 날카로운 반박에 조진구는 코방귀를 뀌었다.
“구호 시설? 웃기는 소리 마라! 너희는 가입자들에게 매달 하품 영석 5푼씩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철저한 영리 단체다! 무료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니 면세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여봐라, 무엇 하느냐! 당장 압류해라!”
상황이 급박해졌다. 지호는 이수현 현령에게 직접 구원을 요청하려 머리를 굴렸지만, 이수현은 마침 중앙 조정의 세무 보고를 위해 사흘간 황도로 공무 여행을 떠난 상태였다. 관청의 최고 권력자가 부재한 틈을 타, 부현령 파벌이 신성보험을 통째로 집어삼키려 날뛰는 것이었다.
백서연이 검자루를 꽉 쥐며 지호의 곁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저 부패한 관리 놈들을 제가 몽둥이로 패서 쫓아낼까요? 관청 시비라도 저희가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서연 씨, 진정하세요. 공권력을 상대로 물리적 폭력을 먼저 쓰면, 과실비율이 100% 우리에게 넘어가 회사 면허가 진짜 취소됩니다. 자본주의의 싸움은 철저히 합법적인 룰 안에서 뼈를 때려야 하는 법입니다.”
지호는 가늘게 눈을 뜨고 조진구의 뒤에 버티고 서 있는 세리들을 응시했다.
그들은 겉으로는 위엄 있어 보였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몇몇은 낡은 가죽 보호대를 덧댄 허름한 행색이었다. 지호의 눈동자 속에서 황금빛 주판알이 폭풍처럼 회전했다. 데스 카운트 스캔(Death Count Scan) 가동.
`[세리 A / D-15일 / 사망 원인: 세금 추심 중 폭주한 사파 무인의 검격 (확률 88.4%)]`
`[세리 B / D-3일 / 사망 원인: 관청 무기고 연단 가스 누출 질식 (확률 91.2%)]`
`[세리 C / D-30일 / 사망 원인: 낙신애 주변 산적 소탕 작전 중 낙상 (확률 85%)]`
‘그럼 그렇지. 이 세리들은 무공 경지도 삼류 수준인데, 매일 험악한 수선자들을 상대로 세금을 뜯으러 다니거나 산적 소탕에 강제 동원되는 초고위험 직업군이다. 한마디로 목숨이 파리 목숨인 불쌍한 하급 공무원들이야.’
지호의 입꼬리가 비열하고도 유쾌하게 슥 올라갔다. 부패한 관료 집단을 무너뜨릴 때는 우두머리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부하들의 이기적인 개인 이익을 흔들어 내부에서부터 동맹을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빠른 법이었다.
“조 세무관님. 그리고 청풍현 관청의 자랑스러운 실무 세리 여러분.”
지호가 단상 위로 올라가 구리로 만든 확성기를 입에 대고, 기선제압 고객센터 보이스를 가동했다. 맑고 기품 있으면서도 묘하게 신뢰감을 주는 ‘솔’ 톤의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세리들이 쇠사슬을 든 채 멈칫하며 지호를 올려다보았다.
“저희 신성보험은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입니다. 비록 조 세무관님께서 ‘우주 낙하세’라는 우주적인 창조 과세를 들고 오셨지만, 저희는 법적인 공방을 벌이기 전에 관청의 노고를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세리 여러분, 본인이 근무 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을 때 관청에서 지급하는 위로금이 얼마인지 알고 계십니까?”
지호의 뜬금없는 질문에 세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 내 내 내공이 부족해 사파 놈들에게 맞았을 때 은자 한 냥 받았던가?”
“그나마도 부현령 파벌이 예산 부족이라며 깎아서 주지 않았나?”
지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방에서 황금빛 테두리가 둘러진 화려한 계약서 서류 뭉치를 꺼내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 보십시오! 이것은 신성보험이 청풍현 관청 실무 세리 여러분만을 위해 특별 설계한 ‘관청 행정직원 단체 무료 안심 상해 보장 특약’ 가입증서입니다!”
“무, 무료 보험이라고? 단체 특약?”
조진구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서생 놈이 감히 신성한 압류 현장에서 무슨 허튼수작이냐! 당장 딱지를 붙이지 않고 무엇 하느냐!”
하지만 세리들의 발걸음은 이미 무겁게 굳어 있었다. 지호는 확성기 너머로 초당 15음절의 속도로 사전 고지 의무 조항과 특약 혜택을 속사포처럼 읊어대며 그들의 귀에 때려 박았다.
“본 단체 특약은 청풍현 관청 소속의 정식 실무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사전 고지 의무 조항에 의거, 평소 앓고 계시던 지병이나 영력 역류 부작용을 숨김없이 기재만 하시면 즉시 무료 가입됩니다! 근무 중 사파 무인의 습격으로 인한 상해 시 치료비 100% 전액 지원! 낙신애 산적 소탕 중 추락 시 거대 에어백 우선 사용권 부여 및 김철수 원장님의 현대식 침구 소생술 무상 제공! 사망 시 유가족에게 하품 영석 10개를 즉시 현금으로 지급하는 전무후무한 신성 안심 패키지입니다!”
“하, 하품 영석 10개라고?!”
“산적에게 떨어져도 에어백으로 살려준다고?!”
세리들의 눈빛이 광란에 가까운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일 목숨을 걸고 수선자들의 뒤를 쫓아다니면서도 푼돈을 받던 그들에게, 지호가 제시한 ‘무료 생명 보장 보험’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꿀 같은 동아줄이었다. 게다가 사망 시 영석 10개면 평생 일해도 모으기 힘든 거금이었다.
지호는 쐐기를 박듯 조진구를 향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희 신성보험이 조 세무관님의 ‘우주 낙하세’와 영업 정지 가압류 처분으로 인해 오늘부로 폐업하게 된다면…… 약관 제12조 4항에 의거, 본 관청 단체 무료 특약은 전원 자동 소멸 및 무효 처리됩니다. 폐업한 회사는 보상금을 지급할 담보 능력이 없으니까요.”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수십 명의 세리들의 매서운 시선이 일제히 조진구의 뒤통수로 쏠렸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세무 공무원의 위엄 따위는 없었다. 오직 ‘내 목숨줄과 공짜 영석 10개를 빼앗으려 드는 방해꾼’을 향한 지독한 원망과 분노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조, 조 세무관님…… 아무리 생각해도 우주 낙하세는 조금 억지스러운 과세 조항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중력은 하늘의 법이거늘, 관청이 어찌 하늘의 영역에 세금을 매긴단 말입니까? 이건 역모나 다름없습니다.”
“에어백 영업을 정지시키면, 저희가 다음 주 산적 소탕하러 갈 때 떨어져 죽으라는 소리입니까?”
“이, 이놈들이 미쳤나! 부현령 어른의 엄명이거늘 감히 항명하겠다는 거냐!”
조진구가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지만, 세리들은 이미 쇠사슬과 압류 딱지를 슬그머니 소매 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한 세리는 아예 지호의 탁자 앞으로 다가가 붓을 쥐며 물었다.
“저, 서 대표님. 제가 평소에 신장이 조금 안 좋고 영력이 역류하는 지병이 있는데, 여기 사전 고지 의무 조항에 솔직하게 적으면 정말 무료로 가입되는 겁니까?”
“당연합니다, 고객님. 솔직하게 고지해 주실수록 저희가 맞춤형 완충 치료를 제공해 드립니다. 자, 여기 지장만 찍으시면 오늘 밤부터 즉시 보장 효력이 발동됩니다.”
지호가 온화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내밀자, 세리들이 조진구를 밀쳐내고 단체 가입 계약서에 줄을 서서 지장을 찍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관청의 압류 집행단이 신성보험의 단체 가입설명회 현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조진구는 부하들에게 완벽하게 고립되어 씩씩거렸다. 그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서지호…… 네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돈으로 매수해 관청의 율법을 모독하는구나!”
“매수가 아니라 합리적인 리스크 분산입니다, 조 세무관님.” 지호는 계약서 뭉치를 정리하며 조진구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이수현 현령님이 사흘 뒤에 돌아오시면, 제가 이 단체 가입 서류와 함께 조 세무관님이 주장하신 ‘우주 낙하세’의 세법 왜곡 정황을 정식으로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현령님께서 자신의 치적인 에어백을 날려버리려 한 부현령 파벌의 꼼수를 보시면 참으로 기뻐하시겠군요.”
조진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수현 현령이 돌아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부현령 파벌의 정치적 입지는 완전히 파멸할 터였다. 게다가 이미 자신의 심복 세리들까지 신성보험의 무료 혜택에 눈이 멀어 자신을 배신한 상태였다.
“으윽…… 서지호! 오늘 밤은 이만 물러가겠다만, 네놈이 법과 계약으로 하늘의 진노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두고 보자!”
조진구는 붉은 딱지 상자를 팽개치며 씩씩하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세리들은 지호에게 “대표님, 사흘 뒤에 뵙겠습니다!”라며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뒤 조진구의 뒤를 쫓아 황급히 퇴각했다.
“휴우…….”
황보운 서생이 탁자 위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백서연은 검을 거두며 경이로운 눈으로 지호를 바라보았다.
“사장님, 무공 한 자락 쓰지 않고 관청의 압류를 부하들의 무료 보험으로 막아내시다니…… 참으로 무서운 지략이십니다.”
“무서운 게 아니라 가성비가 좋은 겁니다, 서연 씨. 영석 10개 상당의 인과율 소모로 관청의 세무 압박을 완벽히 무력화하고, 세리들을 우리 정보원으로 포섭했으니 아주 남는 장사죠.”
지호는 안경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지만, 조진구가 마지막에 남긴 “하늘의 진노”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기상 관측원 임호선이 헐떡거리며 지사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흑응방의 사마풍이 낙신애 꼭대기에 설치된 피뢰침 구리 도선을 쇠톱으로 잘라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 밤 청풍현 전체를 날려버릴 거대한 불법 낙뢰 폭풍이 몰아칠 징조가 포착되었습니다!”
지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조진구의 세금 압류 트릭은 무너뜨렸으나, 그것은 오늘 밤 낙신애 피뢰침을 파괴하려는 거대한 물리적 테러의 미끼에 불과했던 것이다.
창밖으로 핏빛 먹구름이 청풍현의 하늘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하며, 대폭풍의 서막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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