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연의 눈물과 종신 노예 계약서
마귀안 외문 장로가 영혼이 완전히 탈탈 털린 표정으로 집무실 문을 열고 퇴각한 직후,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2층 대표 집무실에는 묘한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청풍문 외문 제자 단체 가입 계약서의 붉은 인장 먹물이 아직 마르지 않아 은은한 향을 풍겼다. 서지호는 의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깃펜을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굴렸다.
‘마귀안의 약점을 잡아 매달 고정적인 영석 보험료 수입을 확보한 건 아주 훌륭한 비즈니스적 성과야. 하지만 사파 흑응방의 염도현 방주가 이 손실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지호가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향후 리스크 시나리오를 연산하고 있을 때였다.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 문이 열렸다. 들어선 인물은 신성보험의 수석 현장 요원이자 청풍문의 우수 여제자, 백서연이었다.
평소 같으면 씩씩하게 “사장님, 순찰 다녀왔습니다!” 하고 외치며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들어왔을 그녀였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걸음걸이는 어딘가 무겁고 위태로웠다. 질끈 묶은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호는 가늘게 눈을 뜨며 그녀의 이마를 응시했다. 데스 카운트 스캔(Death Count Scan)이 자동으로 발동되었다.
`[D-7일 / 사망 원인: 강제 음독 자살 (확률 95.4%)]`
지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주판알을 튕기던 손가락이 우뚝 멈췄다.
‘D-7일? 게다가 사망 원인이 강제 음독 자살이라고?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손해율 폭등 징후란 말인가!’
지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가장 신뢰하는 수석 요원이자, 신성보험의 살아있는 화신인 그녀가 일주일 안에 사망한다면 회사 신용도는 물론이고 지호 자신의 영혼 장부에도 파멸적인 적자가 기록될 터였다.
“서연 씨, 무슨 일입니까? 안색이 흑망산 안개보다 어둡군요. 혹시 낙신애 무단 투신 금지령 조항을 위반한 블랙컨슈머라도 나타난 겁니까?”
지호의 세속적이면서도 정중한 질문에, 백서연은 한참 동안 입술을 깨물다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사장님…… 저, 이제 신성보험에서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영업직 사원의 갑작스러운 사직은 약관 제8조에 의거, 최소 2주 전에 사전 고지하셔야 합니다. 무슨 사정입니까?”
“문주님이…… 백무현 문주님이 저를 정략결혼 시키겠다고 하십니다.”
백서연의 목소리가 뚝뚝 끊어지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결혼이라고요? 축하해 드려야 할 경사 아닌가요? 아, 물론 가입자의 결혼은 리스크 등급 조정 대상이긴 합니다만……”
“축하받을 결혼이 아닙니다! 문주님이 문파의 부채를 탕감받는 대가로, 저를 이웃 고을의 늙은 대지주 마덕수에게 팔아넘기려는 것입니다!”
백서연이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무릎을 꿇었다.
“마덕수는 올해 여든이 넘은 노인입니다. 사악한 이중 수련법을 핑계로 이미 일곱 명의 처첩을 맞아들였고, 그 처첩들은 모두 의문의 음독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문주님은 문파가 진 가문의 빚 하품 영석 50개를 탕감받기 위해 저를 그 지옥 구덩이로 밀어 넣으려는 것입니다. 제가 낙신애에서 세 번이나 뛰어내렸던 진짜 이유도…… 기연을 얻어 문주의 억압에서 벗어나거나, 차라리 그 노인에게 가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었습니다!”
지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주판을 두드렸다.
백서연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진짜 이유(백서연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진짜 이유)가 바로 문파의 정략결혼 압박이었다니. 위선적인 문주 백무현은 제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재정적 적자를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여든 살의 이중 수련자, 처첩 사망 확률 100%. 이건 보험 계리학적으로 볼 때 가입 즉시 사망 보험금 지급 청구서가 날아오는 초고위험 재앙 등급이다! 내 우수 가입자를 그런 깡통 계좌에 넘겨줄 수는 없지!’
지호는 뻔뻔하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연 씨, 울지 마십시오. 신성보험의 약관 제4조 1항에 따르면, 우량 가입자의 생명 리스크를 위협하는 일방적인 정략결혼은 ‘불공정 거래 규정’에 의거하여 원천 무효입니다. 그 대지주 마덕수라는 자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금…… 지금 문주님과 함께 저희 집안 채권을 들고 청풍현 관청 앞 객주에 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저를 강제로 데려가려 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얽힌 매듭은, 결국 돈과 계약서로 가장 우아하게 찢어발기는 법이죠. 구조대원들을 소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죠.”
지호는 책상 위의 서류 가방을 챙겨 들고 단호하게 집무실 문을 열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백서연의 눈에 기묘한 희망의 빛이 서서히 깃들기 시작했다.
* * *
청풍현 관청 옆에 위치한 마덕수 소유의 화려한 객주 사랑방.
금가락지를 열 손가락에 가득 끼고 화려한 비단 모자를 쓴 뚱뚱한 노인, 대지주 마덕수가 가죽 채권 문서를 탁탁 치며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청풍문의 백무현 문주가 근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고, 방 주변에는 흑응방 소속으로 보이는 험악한 무사들이 가득 버티고 있었다.
“백 문주, 약속한 기한이 오늘까지요. 영석 50개를 갚지 못하면, 그 백서연이라는 아이를 내 여덟 번째 첩으로 데려가겠소. 내 이미 혼서지와 가마를 준비해 두었으니 딴소리하기 없기요.”
마덕수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백무현 문주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마 대지주. 우리 문파의 규율에 따라 제자의 혼사는 문주가 결정하는 법이니 걱정 마시오. 그 아이는 문파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영광으로……”
쾅—!
사랑방의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렸다. 흑철 프레임으로 무장한 지호의 서류 가방이 문짝을 걷어찬 덕분이었다.
“실례합니다, 고객님들. 예약되지 않은 금융 상담을 진행하러 왔습니다.”
회색 도포를 단정하게 휘날리며 들어선 지호의 뒤로, 눈물이 그렁그렁한 백서연이 서 있었다. 마덕수의 수하 무사들이 즉각 검을 뽑아 들며 지호를 위협했다. 백서연 역시 분노로 몸을 떨며 검을 뽑아 마덕수를 찌르고 자결하려 했으나, 지호가 재빨리 안전 몽둥이로 그녀의 손목을 툭 쳐서 검을 거두게 만들었다.
“서연 씨, 흥분해서 무력을 쓰면 과실비율에서 불리해집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지호는 태연하게 사랑방 정중앙 탁자 앞으로 걸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마덕수는 기가 막힌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웬 서생 놈이 남의 사적인 채무 관계에 끼어드는 거냐? 당장 저놈들을 끌어내라!”
“잠깐, 마 대지주님.” 지호는 정중하면서도 기선제압 고객센터 보이스를 가동해 방 안의 살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저는 신성보험 대표 서지호입니다. 귀하가 소지하신 백서연 가문의 채권 문서를 정밀 계리하러 왔습니다. 문서 좀 보여주시죠.”
지호는 마덕수의 손에 쥐어진 채권 장부를 낚아채듯 가져와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황금빛 주판알이 폭풍처럼 회전했다.
“보자…… 원금 하품 영석 20개. 연이율 150%? 게다가 매달 연체 이자를 원금에 산입하는 복리 구조라니. 마 대지주님, 대하제국 율법 제42조 ‘초고리대금 제한령’을 알고 계십니까? 법정 최고 이율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초과 이자 조항은 법적으로 원천 무효입니다.”
마덕수의 얼굴이 붉게 락스 칠을 한 듯 변했다.
“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수선계의 채무는 문파의 법을 따르는 법이거늘!”
“여기는 대하제국 관청 바로 옆입니다. 현령 이수현 님께서 제게 청풍현 공식 금융 독점 영업권을 승인하셨는데, 제 눈앞에서 이런 불법 고리대금 사채업이 횡행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죠. 이 장부 그대로 현령님께 제출하면, 대지주님의 다른 토지 자산까지 전부 탈세 혐의로 압류당할 텐데 감당하시겠습니까?”
지호가 가방에서 이수현 현령의 직인이 찍힌 공문을 슬쩍 보여주며 뻔뻔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덕수는 지호의 정교한 법률 압박과 관청 배경에 숨이 턱 막히는 듯 뚱뚱한 목덜미를 잡았다.
“그, 그렇다면 원금은 어쩔 셈이냐! 빚을 갚지 않으면 그 계집애를 데려갈 권리가 내게 있다!”
“원금과 법정 이자를 합산한 정확한 채무 총액은 하품 영석 28개 3푼입니다.”
지호는 품속에서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쾅 내려놓았다. 주머니가 열리며 푸른빛이 감도는 고순도 하품 영석 50개가 눈부시게 쏟아져 나왔.
“하지만 저는 대기업의 대표로서 우수 고객의 리스크 방지를 위해 통 크게 영석 50개를 일시불로 선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남는 잔돈은 팁입니다. 대신, 이 채권 문서에 채무 종결 도장을 찍으시고 백서연 씨의 신변 포기 각서에 지장을 찍으시죠.”
마덕수는 탁자 위에 쏟아진 엄청난 양의 영석을 보며 침을 꿀컥 삼켰다. 사실 그는 최근 지호가 낙신애 아래에 설치한 거대 에어백 덕분에 절벽 주변의 쓸모없는 황무지 땅값이 폭등하여 내심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지호는 마덕수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 점을 교묘하게 언급하며 쐐기를 박았다.
“대지주님, 낙신애 땅값이 오른 건 누구 덕분입니까? 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시는 게 앞으로의 토지 개발 비즈니스에도 훨씬 이롭지 않겠습니까?”
마덕수의 탐욕스러운 눈이 빠르게 굴러갔다. 지호의 말이 백번 옳았다. 굳이 골치 아픈 계집 하나 때문에 청풍현 최고의 금융 거물이자 땅값을 올려준 지호와 척을 질 필요가 전혀 없었다.
“허허…… 서 대표, 역시 젊은이가 사업 수단이 아주 명쾌하구만! 좋소, 내 오늘 이 채무를 완벽히 종결짓겠소!”
마덕수는 채권 문서에 채무 완납 직인을 쾅 찍고, 신변 포기 각서에 붉은 지장까지 찍어 지호에게 건넸다. 백무현 문주는 자신의 은밀한 수입원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부르르 떨었지만, 이미 돈을 받은 마덕수가 만족해하며 영석 자루를 챙기자 더 이상 개입할 명분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 * *
사랑방을 나온 백서연은 객주 앞 버드나무 아래에서 참았던 눈물을 다시 한번 왈칵 쏟아냈다.
“사장님…… 어찌 저 같은 삼류 제자를 위해 그 귀한 영석 50개를 아낌없이 쓰신 것입니까? 저는 사장님께 평생 이 은혜를 갚지 못할 것입니다.”
지호는 짐짓 차가운 표정으로 서류 가방에서 빳빳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그녀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서연 씨. 자본주의 세계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방금 지출된 영석 50개는 회사 준비금에서 집행된 ‘가입자 구호 특별 대출금’입니다. 연이율 2%의 아주 합리적인 금리로 책정되었죠.”
“예, 예? 대출금이요?”
백서연이 눈물을 흘리며 멍하니 지호를 바라보았다. 지호는 비열하고도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깃펜을 건넸다.
“여기 ‘종신 안전 요원 노예 계약서’에 서명하십시오. 귀하는 앞으로 신성보험의 수석 현장 요원으로서, 낙신애에서 뛰어내리는 미친 수선자들을 몸으로 받아내며 월급의 8할을 대출금 원리금 상환으로 공제당하게 될 것입니다. 즉, 평생 제 밑에서 뼈가 가루가 되도록 일하셔야 한다는 뜻입니다.”
백서연은 지호의 깐깐하고 짠돌이 같은 대출금 회수 조건에 어이가 없었지만, 도리어 그 속물적인 제안 속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구원해 준 지호의 깊은 인간적 애정을 느꼈다.
“평생…… 사장님의 뒤를 지키며 사람들을 구하라는 뜻이군요.”
백서연은 눈물을 닦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지호가 내민 계약서 위에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 지장을 쾅 찍었다.
그 순간, 지호의 영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고대 인과율 장부의 파편이 찬란한 황금빛 파동을 일으키며 공명했다. 백서연의 이마 위로 눈부신 황금색 낙인이 새겨지며, 그녀의 고객 등급이 단숨에 수선계 최고 경지인 신성 공인 안전 대사(신성 공인 안전 대사)로 각성하여 격상되었다.
“신성 공인 안전 대사 백서연, 오늘부터 사장님의 목숨과 신성보험의 자산을 평생 수호하겠습니다!”
백서연이 씩씩하게 포권을 취하며 외치자, 지호는 만족스럽게 계약서를 가방에 쑤셔 넣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관청 방향에서 부현령 조진구의 수하 세리들이 험악한 기세로 신성보험 본사를 향해 걸어가는 불길한 모습이 지호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세금 폭탄의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