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마케팅의 대박과 꼰대 문주의 분노
낙신애(落神崖) 계곡 아래를 짓누르던 청풍문 문주 백무현의 영압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연기기 완벽 경지의 강자가 뿜어내는 푸른색 기류가 사방의 바위벽을 쩍쩍 갈라놓을 기세로 소용돌이쳤다. 낡은 회색 도포 차림의 서지호는 다리가 사정없이 덜덜 떨렸지만, 7년 차 보험설계사의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백서연을 등 뒤로 슬그머니 숨겼.
“문주님, 백서연 고객님은 현재 저희 신성보험에 무단 장비 점유 벌금 하품 영석 만 개의 채무를 지고 계십니다. 혹시 문주님께서 이 거금을 대신 대납해 주시겠습니까?”
지호의 뜬금없는 자본주의적 역공에 백무현의 서슬 퍼런 눈동자가 순간 경악으로 물들었다.
“무, 무슨 헛소리냐! 내 제자가 왜 네놈에게 그런 거금을 빚진단 말이냐!”
“약관 제4조 2항 및 청풍현 임시 조칙에 의거하여, 저희 에어백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생명을 보존하셨을 경우 발생하는 긴급 구호 수수료와 연체 이자율을 삼각측량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만약 데려가시려면 이 연대보증서에 서명부터 하셔야 합니다.”
지호가 뻔뻔하게 위조 방지용 먹물이 묻은 가죽 계약서를 내밀자, 백무현은 영석 만 개라는 단어에 움찔하며 뒤로 반 걸음 물러섰다. 제자의 목숨보다 문파의 재정과 자신의 주머니를 아끼는 꼰대 문주에게 영석 만 개의 채무 대납은 저승사자의 호출보다 무서운 일이었다. 결국 백무현은 백서연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내, 일단 관청에 이 사교 집단의 불법 영업을 고발하여 단죄할 터이니 그리 알아라!”
백무현은 채무 연대보증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군사들을 이끌고 퇴각했다. 지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자본주의의 매운맛 앞에서는 문주의 권위도 한낱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 * *
며칠 뒤, 백서연이 낙신애에서 떨어지고도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멀쩡히 걸어 나왔다는 소문은 청풍현 전역에 번개처럼 퍼져나갔다.
“들었는가? 청풍문의 핵심 제자 백서연 소저가 천 미터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찰과상 하나 없었다더군!”
“고대 대현자의 비기라도 얻은 것인가?”
“아니라네! 절벽 아래에 ‘신성보험’이라는 기묘한 단체가 깐 거대한 가죽 주머니가 충격을 전부 흡수했다더군!”
지호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 낙하산 테스트로 인연을 맺었던 윤서진을 특별 선전 요원으로 고용했다. 윤서진은 청풍현 남문 광장 한복판에 단상을 차리고 징을 치며 목청을 높였다.
“여러분! 기연을 찾겠다고 목숨을 버리시겠습니까? 아니면 단돈 하품 영석 5푼으로 목숨을 완벽히 보장받고 다음 기회를 노리시겠습니까? 낙신애에서 세 번이나 뛰어내리고도 멀쩡히 살아 숨 쉬는 백서연 소저의 생생한 간증을 들어보십시오!”
단상 옆에 정갈한 푸른 도포를 입고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백서연의 존재 자체가 움직이는 신용 보증서였다. 청풍문 제자들과 하급 수선자들은 침을 흘리며 몰려들었다.
“정말 단돈 5푼만 내면 저 에어백을 쓸 수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가입 즉시 낙신애 낙하 사고 시 생명 구조 100% 보장! 단, 안전을 위해 저희가 배포하는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필수로 착용하셔야 합니다!”
지호는 맹필두의 대장간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청풍 대나무 재질의 노란색 안전 헬멧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앞면에 붉은 글씨로 ‘안전 제일’이 선명하게 새겨진 엽기적인 비주얼의 투구였다. 처음에는 자존심 상한다며 착용을 거부하던 제자들도, “안전모 미착용 시 에어백 사용 불가 및 벌금 부과”라는 지호의 단호한 약관 규정 앞에 얌전히 노란 헬멧을 머리에 썼다.
그리하여 낙신애 아래 계곡은 순식간에 기연의 성지가 아니라 거대한 트램펄린 놀이터로 전락했다.
“띠요오옹—! 띠용!”
머리에 노란 안전 헬멧을 쓴 청풍문 제자들이 낙신애 절벽에서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에어백 위로 떨어질 때마다 공중으로 높이 튕겨 오르며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와! 이거 무공 수련보다 백배는 재밌는데?”
“낙법 연습이 아주 저절로 되는구나! 노란 투구를 쓰니 머리가 돌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아!”
제자들이 에어백 위에서 트램펄린을 타며 노는 동안, 지호의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사무실 금고에는 하품 영석이 가득 차올랐다. 가입 신청서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지호는 주판을 두드리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창조경제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꼴을 본 청풍문 문주 백무현은 집무실에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거리란 말이냐! 내 신성한 문파의 제자들이 수련은 안 하고, 머리에 노란 가마솥 뚜껑 같은 것을 쓰고 절벽 아래에서 널뛰기를 하고 있다니!”
옆에 서 있던 외문 장로 마귀안이 쥐새끼 같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부추겼다.
“문주님, 이대로 두면 문파의 기강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저희의 ‘은밀한 수입원’이 완전히 끊기게 됩니다.”
백무현의 눈빛이 음산하게 가라앉았다. 사실 백무현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 그는 제자들이 낙신애에서 뛰어내려 사망할 때마다, 그들이 남긴 영석과 법보를 ‘문파의 전통 규율’을 핑계로 가문 이름으로 회수해 뒤로 챙겨왔다. 그 부정한 자금으로 자신의 수명 연장용 영약을 사 모으며 연명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서지호라는 해괴한 서생이 나타나 에어백을 깔아두는 바람에 최근 낙신애 사망자가 제로가 되어버렸다. 사망자가 없으니 유품 회수도 불가능해졌고, 백무현의 은밀한 젖줄이 완전히 말라버린 것이었다.
“사교의 괴수 서지호…… 감히 내 영생의 길을 가로막다니. 당장 그놈의 야매 사무실을 때려 부수고 제자들을 강제로 끌고 오겠다!”
백무현은 마귀안 장로와 무장한 제자들을 이끌고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건물로 폭주했다.
* * *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1층 대기실은 가입 상담을 받으려는 주민들과 수선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호는 집무실 책상 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밀려드는 계약서 더미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쾅—!
귀를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본사 건물의 튼튼한 목조 문짝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대기실에 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뿌연 먼지 사이로 화려한 문주 도복을 입고 백발을 휘날리는 백무현이 위압적인 영압을 뿜으며 걸어 들어왔. 그의 손끝에는 시퍼런 청풍강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사교의 우두머리 서지호는 당장 나와라! 감히 요망한 장비와 미신으로 내 제자들을 현혹하고 문파의 기강을 더럽힌 죄,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을 베어 단죄하겠다!”
백무현이 소리치며 허공을 향해 오른손을 내질렀다. 연기기 완벽 경지의 강력한 청풍 장풍(장풍)이 푸른 폭풍이 되어 지호가 앉아 있는 집무실 책상을 향해 직격으로 날아들었다.
보통의 범인이라면 그 바람의 압력만으로도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즉사할 위기였다. 옆에 서 있던 백서연이 경악하며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전투력 제로인 지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입꼬리가 비열하고도 정교하게 위로 올라갔다.
“고객님, 영업 방해 및 기물 파손은 약관 제14조에 의거하여 강력한 인과적 가압류 및 면책 대상입니다.”
지호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붉은 가죽 계약서 보따리를 쾅 내리쳤다.
스으으으으—!
그 순간, 지호의 영혼에 깃든 고대 인과율 장부의 파편이 공명하며 계약서 바인딩 배리어(계약서 바인딩 배리어)가 발동했다. 본사 건물 사방에서 수만 장의 반투명한 계약서 약관 종이들이 소용돌이치며 솟구쳐 올랐다.
글자들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둥근 방어 장막이 지호의 책상 앞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백무현이 날린 가공할 만한 청풍 장풍이 황금빛 계약서 배리어에 닿는 순간, 거대한 종이 장막의 인장력에 흐름이 완전히 뒤틀리며 사방의 벽으로 힘없이 튕겨 나가 소멸해 버렸다.
“이, 이게 무슨 해괴한 법보란 말이냐!”
백무현이 자신의 필살 장풍이 종이 쪼가리 장막에 막히자 경악하며 소리쳤다. 지호는 배리어 너머로 부서진 문짝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주판을 튕겼다.
“문짝 파손비 하품 영석 5개, 영업 방해로 인한 잠재 고객 이탈 손실 영석 20개. 도합 영석 25개입니다, 백무현 고객님. 자, 이제 관청의 공식 영업 허가증을 보여드릴 테니 합의서에 서명하시죠.”
지호는 품속에서 청풍현 현령 이수현의 붉은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공식 독점 영업 허가증 문서를 꺼내 들며 백무현을 향해 흔들어 보였다. 기득권의 무력 위협 앞에 현대 금융 공학의 정교한 방어벽이 그 위용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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