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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낙신애 아래의 위대한 에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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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미친! 제발 멈춰! 내 영석! 내 회사! 내 목숨!”


청풍문 연무장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서지호의 비명은 그야말로 처절했다. 지나가던 하급 제자들이 깜짝 놀라 검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호에게는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의 시야 한가운데, 백서연의 이마 위로 떠오른 불길한 붉은색 숫자가 미친 듯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D-2시간 45분 / 사망 원인: 낙신애 추락사 (확률 100%)]`


확률 100%라니. 이건 단순한 사고 예고가 아니었다. 그녀가 오늘 오후에 기연을 찾겠답시고, 혹은 무슨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낙신애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지호의 인생도 종을 치는 것이다. 만약 청풍문의 핵심 제자인 그녀가 사망하면, 지호가 맺은 영혼의 계약서에 기록될 ‘사망 인과율 독촉장’은 지호의 영혼을 문자 그대로 가루로 만들어 파산시킬 터였다.


“내가 전생에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과로사했는데, 현생에서는 고객 사망으로 파산해서 소멸하라고? 절대 안 돼!”


지호는 미친 사람처럼 시장통을 향해 리어카를 끌고 달렸다. 리어카 위에는 방금 전 아버지 서덕배의 고물상에서 ‘긴급 회수(라고 쓰고 무단 절취라 읽는다)’한 폐구리선과 고탄성 영수 가죽 뭉치, 그리고 영감이 목숨보다 아끼던 찌그러진 무쇠 가마솥이 실려 있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파산하면 아버지가 대하제국 수도에 세우실 철강 공장도 날아갑니다!”


지호가 도착한 곳은 청풍현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R&D 센터, 즉 ‘맹필두의 대장간’이었다.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열기와 함께 콰앙! 콰앙! 하는 둔탁한 망치 소리가 골목을 뒤흔들고 있었다. 산발을 한 흰머리에 구릿빛 근육을 자랑하는 괴팍한 노인, 기술 감독 맹필두가 땀을 흘리며 검을 두드리고 있었다.


“맹 어르신! 맹 감독님! 긴급 발주입니다! 당장 제 도면대로 물건을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지호가 리어카를 내팽개치고 대장간 안으로 들이닥치며 설계도를 펼쳤다. 맹필두는 망치를 멈추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빌어먹을 서생 놈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짓거리냐! 썩 꺼지지 못해! 나는 천하를 벨 명검을 제련하는 장인이다! 어디서 종이 쪼가리를 들고 와서 헛소리야!”


“명검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사람 목숨이, 아니 제 파산 여부가 단 2시간 뒤에 결정됩니다! 제발 이 거대 우레탄 에어백을 만들어 주십시오!”


지호가 다급하게 하품 영석 주머니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가 가진 초기 자금의 절반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하지만 맹필두는 콧방귀를 뀌며 달궈진 쇠붙이를 물통에 처박았다. 치이이익! 하는 거친 수증기가 대장간을 가득 채웠다.


“흥! 이깟 돌덩이 몇 개로 내 망치를 움직이려 들지 마라! 대장장이의 자존심은 돈 따위로 사지 못해! 무기가 아닌 가죽 풍선 따위는 내 화로에 올리지도 않을 것이다!”


지호는 침을 꿀컥 삼켰다. 역시 예술가 고집은 돈으로 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전술을 변경해야 했다. 지호는 굳게 닫힌 맹필두의 지적 호기심과 기술적 한계를 자극하기로 결심했다.


“과연 그럴까요, 맹 어르신?” 지호는 정중하면서도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설계도를 맹필두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어르신이 이 물건을 못 만드시는 진짜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이 도면에 담긴 ‘물리적 충격 분산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셨기 때문이 아닙니까?”


“뭐라?! 이 새파란 서생 놈이 감히 내 제련술을 모독해?!”


“보십시오. 천 미터 상공에서 시속 150킬로미터로 추락하는 인체의 운동 에너지는 $E_k = \frac{1}{2}mv̂2$ 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충격력을 단순히 단단한 방어구로 막으려 드니 뼈가 바스러지는 겁니다. 하지만 이 ‘거대 우레탄 에어백’은 다릅니다.”


지호가 도면의 특정 회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죽 외피 속에 특수 고탄성 스프링 프레임을 넣고, 그 내부에 영기 팽창 장치를 장착합니다. 낙하자가 에어백 표면에 닿는 순간, 발생하는 영기 압력 변화를 감지하여 내부 스프링 밸브가 자동으로 열려 공기를 급팽창시킵니다. 그리고 그 열폭발을 막기 위해 연단술의 찌꺼기인 ‘우레탄 완충 점토’를 내부 배합 비율 3대 7로 정밀 코팅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어르신의 제련술로 이 급격한 영기 팽창 압력을 버티는 밸브를 깎아낼 수 있겠습니까?”


맹필두의 눈동자가 도면의 기상천외한 수식과 영기 흐름도를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옆에서 풀무질을 하던 수제자 강철민도 침을 흘리며 도면을 들여다보았다.


“스승님…… 이 설계, 정말 미쳤는데요? 영기가 흐르는 가죽 주머니가 충격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가스를 방출해 반동을 제어하다니요. 이건 단순한 가죽 풍선이 아니라 고도의 진법 법보입니다!”


“닥쳐라, 철민아!” 맹필두가 소리쳤지만, 그의 거친 손가락은 이미 지호의 도면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이…… 이 해괴한 압력 제어 회로는 대체 어떤 대현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냐? 가죽의 인장력과 우레탄 점토의 배합으로 천 미터의 낙하 충격을 제로로 만든다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죠. 청풍현 최고의 장인이신 맹 어르신조차 실패할까 봐 두려우시다면, 저는 이 도면을 들고 이웃 고을의 장대장에게 가겠습니다.”


“이런 씨부랄 놈을 봤나!”


맹필두가 거대한 염룡 제련 망치를 바닥에 쾅 내리쳤다. 대장간 바닥의 돌판이 쩍 갈라졌다.


“그 무식한 장가 놈이 이 위대한 도면의 1푼어치라도 이해할 것 같으냐! 비켜라! 내 오늘 대장장이의 명예를 걸고, 이 미친 가죽 풍선을 세상에 내놓을 터이니!”


협상 타결이었다. 지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때부터 대장간은 그야말로 광란의 용접과 제련이 벌어지는 지옥의 연구소로 변모했다. 맹필두는 화로의 온도를 천도급으로 끌어올렸고, 강철민은 지호가 가져온 고탄성 구리 도선을 꼬아 영기 작동 밸브의 미세 회로를 납땜했다. 지호는 구석에서 서덕배의 고물상에서 훔쳐 온 찌그러진 무쇠 가마솥의 다리를 떼어내고, 에어백을 지상에 단단히 고정할 ‘가마솥 닻(Anchor)’ 프레임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보조했다.


“스프링 장력 올려! 우레탄 완충 점토 더 가져와! 가죽 이음새가 터지면 낙하자가 즉사한다!”


맹필두의 욕설 섞인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지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D-30분]`


시간이 없었다. 가마솥 닻에 영수 가죽 외피를 고정하고, 내부의 스프링 프레임을 조립하는 마지막 순간, 맹필두가 가마솥의 중심부에 자신의 영기를 주입하며 소리쳤다.


“단조 완료! 가라, 서생 놈아! 가서 네놈의 미친 이론이 맞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보여라!”


지호는 강철민과 함께 완성된 거대 우레탄 에어백 프로토타입을 리어카에 싣고 낙신애(落神崖) 절벽 아래로 폭주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허파가 터질 것 같았지만, 지호는 오직 ‘파산 방지’라는 일념 하나로 리어카를 끌었다.


* * *


낙신애 절벽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암벽과 날카로운 바위들이 가득한 어둠의 골짜기였다.


지호는 리어카를 멈추고 에어백을 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서덕배의 찌그러진 가마솥 닻을 바위 틈새에 박아 넣고 무거운 흑철 쐐기로 고정했다. 이것이 에어백이 낙하 충격으로 날아가지 않게 지탱해 줄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그 시각, 천 미터 위의 낙신애 절벽 끝.


백서연은 바람에 푸른 도복 자락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슬픈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이 절벽에 선 진짜 이유는 기연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문주 백무현이 가문의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자신을 이웃 고을의 탐욕스럽고 늙은 대지주 마덕수에게 강제로 정략결혼 시키려 하자, 이에 반발하여 목숨을 버리더라도 무인의 지조를 지키겠다는 비극적인 시위였다.


“문주님…… 제 목숨은 가문의 부채를 갚기 위한 노리개가 아닙니다.”


백서연이 눈을 감고 절벽 아래의 어두운 심연을 내려다보았다. 세찬 바람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


`[D-10초]`

`[D-5초]`


지호는 절벽 아래에서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고객님! 뛰어내리지 마세요! 아니, 뛰어내릴 거면 정확히 노란색 과녁 중앙으로 떨어지세요! 과실 비율 따지기 싫으면 제발 정중앙으로!”


하지만 바람 소리에 묻혀 지호의 목소리는 위까지 닿지 않았다.


백서연은 심호흡을 한 뒤, 마침내 지상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신체가 푸른 유성처럼 허공을 가르며 천 미터 아래로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에어백 작동! 스프링 개방!”


지호가 에어백의 시동 밸브를 미친 듯이 돌렸다.


낙하하는 백서연의 몸이 바닥에 닿기 직전, 에어백 내부의 영기 감지 센서가 급격한 압력 변화를 감지했다. 내부의 스프링 밸브가 열리며 가죽 주머니가 순식간에 거대한 황금빛 영기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백서연의 신체가 엄청난 속도로 거대 우레탄 에어백의 정중앙을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골짜기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에어백 내부의 우레탄 완충 점토가 반응하며 자욱한 백색 연기가 사방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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