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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를 부르는 풍수사와 접지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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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하늘을 찢는 보라색 뇌전 기둥이 신성보험 청풍현 본사 지붕의 피뢰침 탑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섬광이 지하 천겁석 배터리실의 좁은 창문 틈새로 들이쳤고, 고막을 찢는 파열음이 뒤를 이었다.


지호는 찢어지고 검게 그을린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필사적으로 여미며 비명을 질렀다. 이미 전자기적 스파크 때문에 사방으로 뻗친 그의 폭탄머리가 정전기로 인해 한층 더 꼿꼿하게 솟구쳤다.


“으아악! 내 귀! 내 고막! 고막 손상 특약은 가입도 안 해놨는데!”


지호는 마비되어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왼손으로 꽉 붙잡은 채, 쇳소리가 섞인 기계 오작동 같은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전생에 7년 차 보험 설계사로 구르며 온갖 악성 민원인들을 상대해 봤지만, 마른하늘에 백만 볼트짜리 번개를 내리꽂는 사파 풍수사의 테러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곁에 선 제갈세가의 방계 천재 제갈유진은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유진은 안경알 너머로 번쩍이는 황금빛 스파크를 바라보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 대현자이시여! 천겁의 무시무시한 번개를 이 좁은 흑철 도선망으로 완벽히 가두어 흘려보내다니요! 이것이 바로 천지의 인과를 조율하여 아군의 결계 동력으로 삼는 ‘안전 인과진(安全 因果陣)’의 위용입니까! 이 눈부신 황금빛 영기의 흐름을 제 도면에 평생토록 기록하겠습니다!”


“그놈의 진법 소리 좀 그만해, 이 미친 뇌내망상 진법가 놈아! 이건 그냥 구리 도선 타고 흐르는 전기라고! 물리 법칙이라고!”


지호는 가슴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외쳤지만, 성대 손상 때문에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은 쉰 쇳소리뿐이었다.


“……지릭. (유진 씨, 헛소리 말고 제어반 다이얼이나 꽉 잡으십시오. 배터리가 터지면 우리 둘 다 가루가 됩니다.)”


“예, 스승님! 대현자의 기상 시험을 완수하기 위해 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제갈유진은 지호의 쇳소리 섞인 경고를 ‘대현자의 엄숙한 시험’으로 오해하며, 칠판 도면을 내려놓고 제어반의 흑철 다이얼을 꽉 움켜쥐었다.


지호는 숨을 헐떡이며 제어반의 계리사 인터페이스를 주시했다.


`[경고: 천겁석 배터리 충전율 85% 돌파 / 과충전 임박 / 잔류 전류 방출 필요]`


흑망산 정상에서 음침학이 돌려대는 음양 풍수판 때문에, 본사 상공의 먹구름은 그칠 줄 모르고 번개를 충전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 번째 벼락이 떨어지면 천겁석 배터리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신성보험 본사는 물론이고 청풍현 전체가 날아갈 판이었다. 금고가 날아가면 곧 파산이었고, 전투력 제로인 지호에게 파산은 영혼의 소멸을 의미했다.


“안 돼. 내 오백 영석 보증금 금고를 이대로 날려 보낼 수는 없어! 전하를 방출해야 해!”


지호는 머릿속으로 초고속 주판을 튕겼다. 번개 에너지를 가로채어 안전하게 소비할 방도. 그는 맹필두와 밤을 새우며 가설했던 청풍현 전선망을 떠올렸다.


“……지릭. (유진 씨, 제어반 송전 레버를 ‘가로등 그리드’ 방향으로 꺾으십시오. 에너지를 분산해야 합니다.)”


“가로등 그리드……? 아! 진법의 잉여 영기를 청풍현 대지에 가설된 보조 결계석들로 방류하여 광역 방어막을 형성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제갈유진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송전 레버를 수동으로 쾅 내려쳤다.


지리리리릭—!


그 순간, 본사 지하에서부터 청풍현 골목골목으로 가설된 구리 전선망을 타고 황금빛 뇌전 에너지가 거침없이 흘러 들어갔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청풍현의 어두운 밤하늘 아래, 전신주에 매달린 노란색 전등 수백 개가 동시에 일제히 불을 밝혔다.


보라색의 사나운 천벌의 번개가, 구리선과 제어반 진법을 거치며 은은하고 따뜻한 황금빛 생활 전력으로 정화되어 온 동네를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 것이다. 집무실 내부 역시 촛불 대신 가설된 영석 전등이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났다.


“우와…… 정말 밝군요. 책 읽기 딱 좋은 조도입니다.”


제갈유진이 전등 아래에서 도면을 비추어 보며 해맑게 웃었다. 지호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흑망산 정상에 선 음침학이 지팡이를 두 자루 동시에 치켜들며 한층 더 음산한 살기를 뿜어냈다.


“이 빌어먹을 서생 놈이 감히 천벌의 번개를 길거리 불장난 동력으로 써먹어?! 내 오늘 청풍현의 풍수 맥을 완전히 찢어발겨서라도 네놈의 뼈를 가루로 만들어 주마! 다중 낙뢰 발동!”


음침학이 풍수판을 광신적으로 돌리자, 하늘의 먹구름에서 동시에 세 갈래의 보라색 번개 기둥이 소용돌이치며 본사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피뢰침 탑의 정전기 센서가 비명을 지르며 과열로 붉게 달아올랐다.


“다중 낙뢰라니! 저 꼽추 영감이 미쳤나! 배터리 용량이 한계라고!”


지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흑망산 지형 도면을 노려보았다. 전기는 저항이 가장 낮은 도선을 따라 흐르는 법. 그리고 음침학이 서 있는 흑망산 정상은…….


‘잠깐, 흑망산 정상 바닥은 철사문이 소유했던 고밀도 흑철 광맥(흑철 광석)이 노출된 바위 지대잖아! 완벽한 도체(Conductor) 지반 위에서 번개를 부르고 있다고?’


지호의 눈동자 속에 미세한 황금빛 주판알이 초고속으로 회전했다. 과학적 접지 이론과 전류 역류 전술의 공식이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결합되었다.


“……지릭. (두팔 씨! 옥상에 대기 중인 두팔 씨! 들립니까!)”


지호가 구리로 만든 확성기를 입에 대고 쇳소리 섞인 사자후를 토해냈다.


본사 옥상에서 노란 안전 헬멧을 쓴 채 대기하던 거구의 구조대장 곽두팔이 전음패를 귀에 대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예, 사장님! 곽두팔 대기 중입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엉덩이가 찌릿찌릿해서 미치겠습니다!”


“……지릭. (당장 맹 감독님이 만든 구리 전도선이 감긴 무쇠 작살을 흑망산 음침학의 발밑 바위 Vein에 정확히 던져 꽂으십시오! 일류 무사의 완력이라면 가능합니다!)”


“예?! 그 꼽추 영감탱이 머리를 맞추라는 말씀입니까?”


“……지릭. (머리가 아니라 발밑 바위입니다! 접지선을 연결해야 합니다! 서연 씨가 옆에서 조준을 도와주세요!)”


“맡겨만 주십시오, 대표님!”


옥상에서 대기하던 백서연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곽두팔이 쥔 백근 무게의 무쇠 작살 끝에 맹필두가 제련한 초전도 구리선을 단단히 묶었다. 곽두팔은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뿜으며 무쇠 작살을 어깨 위로 치켜들었다. 그의 우람한 팔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개천벽력공 가동! 사장님의 월급 주급제를 위하여! 받아라, 꼽추 영감탱이!”


곽두팔이 기합을 넣으며 무쇠 작살을 흑망산 정상을 향해 온 힘을 다해 투척했다.


슈우우우우웅—!


폭풍우를 뚫고 날아간 무쇠 작살은 정확하게 음침학이 서 있는 흑망산 정상 바위틈 깊숙한 곳에 쾅! 하고 박혔다. 작살 끝에 연결된 구리 도선이 본사 피뢰침 탑에서부터 흑망산 정상까지 공중을 가로지르며 단단한 인과적 쇠사슬처럼 가설되었다.


음침학은 자신의 발밑에 박힌 작살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흐하하하! 웬 고철 덩어리를 던지는 거냐! 무공도 모르는 하찮은 서생 놈이 발악을……”


“……지릭. (유진 씨, 지금입니다. 역류 방전 레버를 올려 접지 전위를 역전시키십시오!)”


지호가 지하에서 외쳤다.


“예, 스승님! 안전 인과진의 최종 역류 진법 가동!”


제갈유진이 황금빛 스파크가 튀는 역류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위로 쾅 올렸다.


지리리리리릭— 콰과과과광!!!


본사 피뢰침 탑과 지하 천겁석 배터리에 누적되어 있던 엄청난 잔류 고압 전류가, 곽두팔이 던진 구리 전도선을 타고 흑망산 정상을 향해 눈부신 푸른색 역류 번개 기둥이 되어 역방향으로 폭풍 질주했다.


“어? 어어어? 번개가 왜 이쪽으로……?”


음침학이 경악하며 풍수판을 멈추려던 찰나, 백만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가 무쇠 작살과 발밑의 흑철 광맥을 통해 그의 온몸으로 직격했다.


파지지지지직!!! 콰광!!!


“으아아아아아아악!!! 지리리릿! 찌릿찌릿!”


음침학의 온몸에서 눈이 멀 것 같은 푸른색 전기 스파크가 폭발하듯 튀어 올랐다. 그의 음산한 꼽추 등이 전류의 충격으로 꼿꼿하게 펴졌고, 쥐고 있던 해골 지팡이와 풍수판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음침학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친 채, 전신을 부르르 떨며 바닥에서 개구리처럼 사정없이 튀어 올랐다. 앙상한 다리를 덜덜 떨며 춤을 추듯 찌릿찌릿 뒹굴던 그는, 이내 흰자위를 까뒤집고 흑망산 진흙 바닥에 풀썩 쓰러져 부르르 떨었다. 코끝에서 검은 연기가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완벽한 역감전 무혈 제압이었다.


그와 동시에, 청풍현의 밤하늘을 뒤덮고 있던 기괴한 보라색 먹구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흩어지며 은은한 달빛이 가로등 전등 불빛과 어우러져 비치기 시작했다.


`[알림: 청풍현 1성 안전 구역 치안 등급 유지 완료 / 손해율 0% 사수]`


지호는 지하 제어반에 기댄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주저앉았다. 비록 전력 역류 제어를 위해 제어반에 장착되어 있던 고가의 천겁석 배터리 한 개가 과충전으로 인해 쩍 갈라지며 파괴되는 재정적 지출(비용 지불)이 발생했지만, 본사 건물 완파와 수천 영석의 파산 위기를 막아냈으니 엄청난 이득이었다.


“하아…… 살았다. 내 금고가 살았어.”


지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경을 닦는 동안, 제갈유진은 무릎을 꿇고 지호를 향해 절을 올렸다.


“스승님…… 하늘의 천벌을 역류시켜 적을 즉석에서 벌하시는 이 위대한 기문결계의 극의를 직접 목격하다니, 제 평생의 영광입니다! 신성보험의 인과진이야말로 천하 제일의 무적 진법입니다!”


“진법 아니라니까…… 전자기학 접지 원리라고 이 뇌내망상 진법가 놈아…….”


지호는 대답할 기운도 없어 그저 폭탄머리를 긁적였다.


* * *


한 시간 뒤,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1층 대기실.


곽두팔과 구조대원들이 전신이 그을린 채 포박된 풍수사 음침학을 대기실 바닥에 팽개쳤다. 음침학은 옷자락에서 여전히 미세한 연기를 피워 올리며,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지호를 가리켰다.


“이…… 이 괴물 같은 서생 놈…… 감히 천벌의 번개를 가로채어 나를 감전시키다니…… 무공도 모르는 놈이 어찌 이런 사술을…….”


지호는 뻣뻣한 계약서 방탄 도포 주머니에 왼손을 찔러 넣은 채, 돋보기를 들고 음침학의 이마를 데스 카운트 스캔으로 흘겨보았다. 그의 이마 위 수명 타이머는 다행히 정상으로 연장되어 있었다. 가입자가 죽으면 장례 보험금(파산)이 나가므로, 살려둔 상태로 제 발로 걸어 나가게 만드는 것이 지호의 철칙이었다.


“……지릭. (사술이 아니라 정밀한 전기 역학 접지 전술입니다, 음침학 고객님. 타인의 사유지 인프라를 훼손하고 무단으로 낙뢰 테러를 저지른 죄에 대해, 저희 법무팀을 통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니 그리 아십시오.)”


지호의 단호하고 정중한 고객센터 보이스에 음침학은 이가 갈리는 듯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숯검정이 묻은 얼굴로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크하하합! 서생 놈아, 겨우 청풍현 관청의 비호를 받는다고 기고만장하지 마라! 네놈이 내 피뢰침을 막아내고 나를 잡았다고 해서 끝날 것 같으냐?”


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7년 차 보험 설계사의 직업적 본능이 불길한 위험 요소를 감지했다.


“……지릭. (무슨 소리입니까?)”


음침학은 가래 끓는 소리로 웃으며 검은 가래침을 뱉었다.


“삼류 사파인 줄 알았던 흑응방 방주 염도현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고는 있느냐? 대하제국 수도의 초거대 범죄 신디케이트, ‘흑풍회(黑風會)’가 이미 네놈의 목숨줄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실패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사람의 목을 베어가는 일급 살인 청부업자, ‘철면귀(鐵面鬼)’가 이 청풍현으로 침투할 것이다! 오늘 밤, 네놈의 그 건방진 대가리가 저잣거리에 굴러다니는 꼴을 저승에서 지켜봐 주마! 크하하하!”


음침학의 광기 어린 폭로가 대기실 벽을 때렸다.


대하제국 수도의 거대 범죄 조직 흑풍회. 그리고 소리 없이 목을 벤다는 암살자 철면귀의 등장 예고.


지호는 등 뒤로 서늘한 한기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품속의 계약서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청풍현의 작은 우물을 벗어나, 제국 수도라는 거대한 리스크의 심장부로 향하는 운명의 톱니바퀴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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