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진법가의 기묘한 오해와 풍수 교란
“이, 이것은…… 안전 인과진(安全 因果陣)이 틀림없어!”
제갈세가의 방계 천재 진법가, 제갈유진은 바닥에 떨어뜨린 진법 서적들도 안중에도 없다는 듯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안경알 너머로 청풍천 안전 구역의 단속 초소와 노란색 차선, 그리고 길거리에 촘촘히 박힌 붉은색 소화전들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광신적인 열정으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일개 범인의 몸으로 천지 영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낙하 충격을 무력화하고, 인과율의 궤적을 지상으로 접지하는 절대 결계를 구현해 낸 것이란 말인가! 이 정교한 기하학적 배치…… 하늘의 법도를 조롱하는 이 완벽한 대지 접지선이야말로 기문둔갑의 극의다!”
서지호는 단속 초소 옆에서 정전기 스파크로 인해 사방으로 거칠게 뻗친 폭탄머리를 긁적이며 제갈유진을 황당하게 내려다보았다.
‘진법은 개뿔. 그냥 도로교통법 단속선이랑 안전 펜스, 그리고 맹 감독님이 대충 구리선 감아 만든 소화전 양식의 소방 살수 장치인데…….’
전투력 제로에 오직 전생의 7년 차 보험 설계사 짬밥과 현대 과학 지식으로만 연명해 온 지호였다. 하지만 이 눈앞의 깡마른 천재 소년은 지호가 가설한 지극히 실용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안전 인프라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질질 짜고 있었다.
“……지릭. (인과의 흐름을 꿰뚫어 보다니, 과연 제갈세가의 천재답군요.)”
지호의 목구멍에서 어젯밤 천겁 방전 작업의 여파로 쇳소리가 섞인 기계 오작동 음이 새어 나왔다. 목소리마저 기묘하게 변한 지호를 보며, 제갈유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은 듯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아! 목소리마저 벼락의 기운을 다스려 인과의 파동을 실어 보내시는구나! 도사님, 아니 대현자이시여! 저 소화전의 붉은 도색은 화마(火魔)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한 극양(極陽)의 매개체요, 저 노란색 안전 펜스는 음과 양의 경계를 갈라 가입자들의 영혼이 이탈하는 것을 막는 차단선이었군요!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제갈유진이 흙바닥에 이마를 쾅 찧으며 절을 올렸다.
지호는 안경을 슬쩍 치켜올리며 머릿속으로 초고속 주판을 튕겼다.
‘제갈세가의 천재 진법가라…… 이놈의 뇌내 망상을 정정해 주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다. 이 오해를 그대로 방치하면 신성보험의 브랜드 가치가 '고대 대현자의 절대 결계'로 둔갑해 가입률이 미쳐 날뛸 테고, 무엇보다 이놈을 무상 기술 자문으로 부려먹으면 사파 놈들의 진법 테러를 공짜로 막아낼 방패막이가 생기는 셈이지.’
지호는 뻣뻣한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왼손으로 제갈유진의 어깨를 정중하게 짚었다. 그리고 쇳소리로 뻔뻔하게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
“……지릭. (제자는 받지 않으나, 신성보험의 '수석 기술 자문위원' 겸 '인턴 계리사'의 직책을 내어드리지요. 인과의 진법을 더 연구하고 싶다면, 계약서에 지장을 찍으십시오.)”
“감사합니다, 대현자이시여! 평생을 바쳐 이 안전 인과진의 극의를 해석해 내겠습니다!”
제갈유진은 눈물을 흘리며 지호가 내민 인턴십 계약서에 붉은 지장을 쾅 찍었다. 무공을 모르는 지호의 혓바닥에 천재 진법가가 스스로 노예 계약의 굴레로 걸어 들어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 *
몇 시간 뒤,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2층 집무실.
“도사님의 가르침대로 이 노란 울타리의 배치 각도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연산해 보니, 낙하하는 수선자의 운동 에너지를 방어막의 인과율로 치환하는 완벽한 역학 공식이 도출되었습니다!”
제갈유진은 집무실 바닥에 수백 장의 도면을 펼쳐놓고 깃펜을 미친 듯이 놀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이미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학구열에 미친 광기는 꺼질 줄 몰랐다. 지호는 구석에서 꿀물을 홀짝이며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제갈유진이 동네방네 “신성보험의 인프라는 천하를 뒤흔들 절대 방어 결계”라고 소문을 퍼뜨린 덕분에, 청풍현 수선자들 사이에서 신성보험의 위상은 종교적 숭배의 영역으로 격상되어 있었다. 가입 신청서가 본사 대기실에 산더미처럼 쌓여 손영희 회계사가 비명을 지르며 야근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에 호재가 가득하면 반드시 어둠 속에서 꼼수를 부리는 자가 나타나는 법.
같은 시각, 청풍현 북쪽의 음산한 흑망산(黑亡山) 정상.
“그 하찮은 서생 놈이 감히 풍수의 순리를 거스르고 쇠말뚝(피뢰침) 따위로 천벌의 번개를 가로채어 장사를 해?”
꼽추처럼 굽은 등에 음산한 녹색 눈빛을 번뜩이는 늙은 사파 풍수사, 음침학이 기괴한 해골 지팡이를 땅에 쿵 내리쳤다. 그의 손에는 피비린내를 풍기는 검은색 음양 풍수판이 들려 있었다.
음침학은 지난 비무대회에서 지호에게 사기극이 뽀록나 동네에서 매장당한 무당 탁고모에게 거액의 영석 뇌물을 받고 고용된 풍수 빌런이었다.
“천도가 내리는 뇌전은 우주의 기운을 순환시키는 신성한 조세이거늘, 감히 접지선 따위로 이를 가로채다니 조세 포탈도 유분수지! 오늘 내가 청풍현의 풍수 맥을 뒤틀어, 저 오만한 신성보험 본사 대가리 위로 천겁의 벼락이 집중적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어 주마. 본사가 가루가 되면 그 잘난 에어백이고 뭐고 다 끝장이다!”
음침학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풍수판을 거칠게 돌리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흑망산 지하에 잠들어 있던 음산한 음기가 뒤틀리며, 청풍현 전역의 영기 흐름이 기괴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대지 깊은 곳에서부터 풍수의 기운이 왜곡되자, 하늘의 먹구름들이 이상한 자석에 이끌리듯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상공으로 무섭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밤 9시경, 신성보험 본사 2층 집무실.
창밖의 하늘이 갑자기 기괴한 보라색 먹구름으로 뒤덮이며 음산한 바람이 유리를 세차게 때렸다. 가로등 그리드의 전등들이 미세하게 깜빡이며 불안정한 전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호는 가슴이 조여드는 불길한 느낌에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 경악으로 뒤집혔다.
`[위험 경보: 본사 상공 전압 급증 / 낙뢰 직격 확률 98.7%]`
“아니, 마른하늘에 웬 보라색 날벼락이야?!”
지호가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 옆에서 도면을 그리던 제갈유진이 창밖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아……! 도사님! 드디어 안전 인과진의 기상 감응 시험을 개시하시는군요! 하늘의 천겁을 직접 본사 건물로 유도하여 진법의 내구성을 시험하시다니, 이 얼마나 대담하고 위대한 학술적 도전입니까! 저도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도면에 기록하겠습니다!”
“시험은 무슨 얼어 죽을 시험이야! 저건 그냥 기상 테러라고 이 미친 진법가 놈아!”
지호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품속에서 급히 휴대용 피뢰 안전 우산을 꺼내 펼쳤다. 하지만 우산을 펼치자마자, 하늘에서 가해지는 엄청난 전자기적 압력 때문에 우산살 끝의 구리선들이 “파지직! 파앗!” 소리를 내며 불꽃을 뿜고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으악! 우산이 타버렸어! 전압이 내 호신 장비 용량을 완전히 초과했잖아!”
지호는 마비된 오른손목을 움켜쥔 채 식은땀을 흘렸다. 이대로 보라색 뇌전 기둥이 본사를 직격하면, 건물 완파는 물론이고 금고 내부의 영석 준비금까지 전부 증발하여 신성보험은 즉시 파산이었다. 전투력 제로인 지호에게 파산은 곧 영혼의 소멸이었다.
“유진 씨! 낙서 그만하고 당장 지하 제어반으로 뛰어 내려가세요! 뇌전 에너지 그리드 제어술 수동 레버를 올려야 합니다!”
지호는 찢어진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지하 천겁석 배터리실로 폭풍 질주했다. 제갈유진은 이것마저 대현자의 긴박한 진법 훈련이라 오해하며 “예, 스승님!”을 외치며 뒤따랐다.
지하 제어반 앞에 도착한 지호의 눈앞에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경고: 인위적인 풍수 왜곡으로 인한 다중 낙뢰 감지 / 피뢰침 탑 방전 용량 초과 임박]`
“사파 놈들이 풍수 맥을 뒤틀어서 번개를 우리 건물로 강제 유도하고 있어! 이대로는 피뢰침이 녹아내린다!”
지호는 이를 악물고 제어반의 흑철 다이얼을 움켜쥐었다. 왼손가락에 힘을 꽉 쥐고, 맹필두와 가설했던 ‘천겁 강제 방전 유도’ 회로의 정전기 흡수율 다이얼을 최대치인 120%까지 과부하 상태로 돌렸다.
지리리리릭—!
그 순간, 흑망산 정상에서 음침학이 해골 지팡이를 하늘로 치켜들며 포효했다.
“천벌을 받아라, 오만한 서생 놈아! 풍수의 분노를 맛보아라!”
콰아아아아아앙—!!!
하늘을 가른 거대한 보라색 뇌전 기둥이 신성보험 청풍현 본사 지붕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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