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어검비행 단속과 하늘 위의 세관원
“으아아아아악! 비켜어어어! 브레이크가 안 들어어어어!”
청풍현 남문 광장의 푸른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도지태의 비명은 처절했다. 칼도 없이 등 뒤에 큼지막한 가죽 배낭 하나만 달랑 멘 채, 머리부터 바닥을 향해 수직 낙하하는 꼴은 그야말로 날개 부러진 참새 신세였다.
단상 위에서 칠판을 붙잡고 있던 서생, 서지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7년 차 보험 설계사 출신인 그의 대뇌 속 주판알이 광속으로 회전하며 도지태의 이마 위에 붉은색 홀로그램 타이머를 띄웠다.
`[D-4초 / 사망 원인: 두개골 파열로 인한 즉사 (확률 99.9%)]`
‘저 미친 비행 중독자 새끼가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나!’
도지태가 이대로 광장 돌바닥에 처박혀 즉사하는 순간, 신성보험이 지급해야 할 익스트림 스포츠 안심 특약 사망 보상금은 무려 하품 영석 오백 개였다. 어젯밤 천겁의 벼락을 간신히 방전시켜 지켜낸 금고가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될 판이었다. 파산에 대한 공포가 지호의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올라왔다.
지호는 마비되어 여전히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계약서 방탄 도포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왼손으로 확성기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어젯밤 야매 접지 작업의 여파로 성대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릭! 지리리릭! (서연 씨! 저놈 등 뒤에 멘 배낭의 붉은 고리를 당기라고 소리치세요! 어서!)”
쇳소리 가득한 지호의 속삭임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수석 안전 요원 백서연이 즉시 가슴을 폈다. 그녀는 내공을 가득 실어 광장이 떠나가라 우렁찬 사자후를 토해냈다.
“공중에 매달린 도지태 고객님!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살고 싶다면 당장 가슴팍에 달린 붉은 영석 고리를 아래로 힘껏 잡아당겨라! 면책 조항 제4조에 의거, 스스로 장비를 가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 사고는 보상금 지급 제외 대상이다! 죽기 싫으면 당장 당겨라!”
하늘에서 바람을 가르며 추락하던 도지태의 귀에 백서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때려 박혔다. 혼비백산하여 양팔을 휘젓던 도지태는 가슴팍에 만져지는 붉은색 고리를 본능적으로 움켜쥐고 아래로 냅다 당겼다.
찰나의 순간.
퍽—! 띠용옹옹옹—!
도지태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가죽 배낭이 양옆으로 찢어지며, 노란색 비단으로 제작된 거대한 낙하산 천이 하늘 가득 팽팽하게 펼쳐졌다. 맹필두가 고무풀을 겹겹이 코팅해 만든 특수 탄성 안전 낙하산이었다.
“어, 어어어?!”
시속 150킬로미터로 추락하던 도지태의 신체가 공기 저항과 영기 부력을 정면으로 맞받으며 공중에서 멈칫했다. 낙하산의 엄청난 완충력 덕분에 도지태는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하늘거라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노란 비단 천이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요동칠 때마다, 맹필두가 서비스로 넣어둔 붉은 꽃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려 묘하게 장엄한 분위기까지 연출되었다.
“사, 살았다……! 진짜로 살았어!”
광장에 모여 해약금 환불을 요구하던 주민들이 노란 낙하산을 타고 은은하게 내려오는 도지태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도지태는 남문 광장 돌바닥 위에 두 발로 가볍게 착지했다. 착지의 충격을 줄여주는 탄성 대나무 지지대 덕분에 무릎에 가벼운 반동만 일었을 뿐, 뼈 하나 부러지지 않은 완벽한 무사함이었다.
“지호 도사님이 또 생명을 구하셨다! 하늘의 저주는 개뿔, 신성보험이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보살이구나!”
주민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찢으려던 계약서를 다시 품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탁고모가 질러둔 미신 선동의 불씨가 도지태의 화려한 낙하 쇼 한 방으로 완벽하게 진화되는 순간이었다.
지호는 폭탄머리를 긁적이며 단상에서 내려와 도지태의 앞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도지태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노란 낙하산 줄을 붙잡고 지호를 향해 넙죽 절을 올렸다.
“도사님! 아니, 대표님! 이 배낭이 제 목숨을 구했습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 아주 끝내주더군요! 역시 무인은 하늘을 날아야……”
“……지릭. (목숨을 구하셨으니, 이제 계산서에 지장을 찍으시죠.)”
지호의 성대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쇳소리에 도지태가 침을 꿀컥 삼켰다. 백서연이 옆에서 정갈하게 계약서 판을 들이밀며 통역을 개시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도지태 고객님, 귀하는 현재 무면허 상태로 어검비행을 시도하다 제어력을 잃고 추락하셨습니다. 이번 구조에 사용된 특수 탄성 안전 낙하산 배낭 프로토타입의 소모성 영석 충전 단가 및 장비 대여료는 하품 영석 30개입니다. 또한, 남문 광장 상공의 무단 비행으로 인한 특별 할증 요금 5개가 추가되어 총 35개의 영석을 청구합니다.”
“예, 예?! 영석 서른다섯 개요?! 제 검을 팔아도 그만한 돈은 안 나옵니다!”
“……지릭. (돈이 없으시면 몸으로 때우셔야죠. 청풍천 안전 구역에서 일당 영석 5푼으로 계산해 70일간 강제 노역 인턴십 계약서에 지장을 찍으십시오.)”
도지태는 울상을 지으며 지호가 내민 계약서에 붉은 지장을 찍었다.
지호는 지장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계약서를 소중히 챙겼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무거웠다. 도지태 같은 무개념 비행 중독자들이 청풍현 하늘에 널려 있는 한, 신성보험의 금고는 상시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어검비행 중 공중에서 술판을 벌이거나 난폭 비행을 일삼는 수선자들이 너무 많았다.
‘하늘 길목의 안전망을 통제하지 않으면, 내 금고는 언제고 털린다. 합법적인 규제가 필요해.’
지호는 곧바로 청풍현 관청으로 향했다.
애민정신이 강하고 세수 확보에 눈이 먼 현령 이수현은 지호의 제안을 듣자마자 무릎을 탁 쳤다.
“음주 어검비행 금지법이라니! 하늘에서 술을 마시고 칼을 타는 자들을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소린가? 지호 도사, 이거 아주 기발한 세수 확보 방안이구려!”
“……지릭. (그렇습니다, 현령 어른. 공공의 안전을 지키고, 과태료의 3할은 관청의 세수로 귀속시키며, 나머지 7할은 신성보험의 재난 대피 기금으로 적립하는 합리적인 조례입니다.)”
이수현 현령의 붉은 직인이 찍힌 ‘음주 어검비행 금지법’ 공식 칙서가 반포되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 * *
며칠 뒤, 청풍현을 가로지르는 깊은 계곡이자 수선자들의 주요 비행 통로인 청풍천 안전 구역(청풍천 안전 구역).
계곡 양쪽 암벽 위에 기묘한 초소가 설치되었다. 초소 지붕 위에는 노란색 ‘안전 제일’ 깃발이 바람에 펄럭였고, 그 아래에는 노란색 완장을 찬 거구의 사내, 곽두팔 구조대장이 험상궂은 얼굴로 하늘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망루 꼭대기에서 망원경을 들고 있던 최팽락이 급히 신호탄 총의 방전 줄을 당겼다.
피융—! 콰광!
하늘 위로 붉은색 경보 신호탄이 솟구쳤다.
“대장님! 전방 고도 50미터 지점, 청풍문의 도지태 고객이 다시 취중 비행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도지태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검 끝에서 불길한 분홍색 영기를 뿜으며 갈지자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의 한 손에는 흑응방에서 제조한 독한 영주(술) 항아리가 들려 있었다.
“흐하하하! 바람이 아주 달콤하구나! 나는 청풍현의 자유로운 바람 도지태……”
“거기 멈춰라, 이 무개념 음주 비행자 놈아!”
암벽 위에 서 있던 곽두팔이 우렁찬 사자후를 토해내며 레버를 당겼다.
콰아아앙!
초소 옆에 설치된 거대 윈치 기계에서 흑철로 제련된 초탄성 그물망이 발사되었다. 공중으로 펼쳐진 그물망은 도지태가 탄 검을 정확하게 휘감았다. 검에 흐르던 영기 순환이 차단되는 순간, 도지태의 비명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으아악! 내 검이! 내 검이 말을 안 들어!”
도지태는 검과 함께 바닥에 설치된 거대 우레탄 에어백 위로 띠용옹! 소리를 내며 엉덩이부터 처박혔다. 착지와 동시에 노란 완장을 찬 구조대원들이 사방에서 밧줄을 들고 들이닥쳐 도지태를 꽁꽁 묶었다.
“이게 무슨 무도한 짓이냐! 내가 청풍문의 천재 비행사 도지태이거늘! 하늘을 자유롭게 날 권리를 왜 가로막는단 말이냐!”
도지태가 바둥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초소 안쪽에서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폭탄머리를 한 지호가 정갈하게 안경을 치켜올리며 걸어 나왔.
지호는 품속에서 이수현 현령의 직인이 찍힌 음주 어검비행 금지법 칙서를 꺼내 도지태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그리고 쇳소리로 정중하게 속삭였다.
“……지릭. (도지태 고객님. 귀하는 현재 혈중 영기 농도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어검비행을 감행하셨습니다. 이는 도로교통 안전 조례 제1조 위반으로, 즉각적인 면허 취소 및 검 압수 대상입니다.)”
“혈중 영기 농도요?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수치란 말입니까!”
지호는 말없이 대나무로 제작된 기묘한 통 하나를 도지태의 입앞에 들이밀었다. 통 끝에는 영기 왜곡을 감지하는 미세한 영석이 박혀 있었다. 김철수와 맹필두가 합작해 만든 ‘영기 측정기’였다.
“……지릭. (여기에 숨을 크게 불어넣으십시오. 거부할 시 공권력 집행 방해죄로 가산이 탕진될 수준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도지태는 지호의 단호한 기세에 압도되어 대나무 통에 대고 숨을 후우— 불었다.
지리리릭!
대나무 통 끝에 박혀 있던 영석이 순간적으로 불길하고 진한 붉은색 빛을 뿜어내며 경보음을 울려댔다.
“보십시오. 영석이 붉게 타오르는 것은 귀하의 체내에 축적된 영주 독기가 기준치인 0.03%를 초과해 0.08%에 달했다는 과학적 증거입니다. 이 경지에서는 어검비행 시 시야가 흐려지고 반응 속도가 2초 이상 지연되어 공중 충돌 사고 발생 확률이 평소의 8배로 급증합니다.”
백서연이 지호의 쇳소리를 받아 우렁찬 목소리로 광장에 모여든 주민들과 도지태에게 통역했다. 주민들이 영석 측정기의 붉은 빛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말이네! 영석이 빨갛게 변하는 걸 보니 하늘의 벌이 아니라 진짜 술독이 가득 찬 게 맞구려!”
“술 마시고 칼을 타면 머리가 깨진다는 게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이었어!”
도지태는 면허 취소와 검 압수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언에 무릎을 꿇었다. 검은 무인에게 있어 목숨과도 같은 법보였다. 그것을 압수당하면 수련 길은 완전히 막히는 셈이었다.
“도, 도사님! 제발 검만은 압수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벌금을 낼 영석은 없지만,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지호는 기다렸다는 듯 비열하고 정중한 미소를 지었다. 품속에서 노란색 가죽 배낭 하나를 꺼내 도지태의 눈앞에 흔들었다.
“……지릭. (검을 돌려받고 벌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합법적인 우회 조항이 존재합니다. 저희 신성보험의 ‘Premium 항공 안전 패키지’에 가입하시고, 이 특수 탄성 안전 낙하산 배낭을 하품 영석 20개에 구매하시면, 초범 감면 특약에 의거해 벌금을 50% 감면해 드리고 검도 즉시 반환해 드립니다.)”
“정말입니까?! 당장 가입하겠습니다! 낙하산 배낭도 사겠습니다!”
도지태는 영석 20개짜리 채무 계약서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한번 지장을 찍었다. 결국 벌금을 피하기 위해 더 비싼 안전장비를 구매하게 만드는 지호의 천재적인 창조 경제 마케팅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광장의 주민들이 너도나도 줄을 서서 낙하산 배낭을 구매하겠다며 소리쳤다.
“나도 저 노란 배낭 하나 주시오! 술 마시고 떨어져도 살 수 있다면 영석 20개는 아깝지 않소!”
“신성보험의 낙하산 배낭이 황도에서도 대유행이라더군! 나도 가입하겠소!”
안전 낙하산 배낭이 순식간에 완판되며 지호의 주머니로 하품 영석 수십 자루가 쏟아져 들어왔다. 지호는 황금빛 주판알을 튕기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 광장의 인파를 헤치고 책을 품에 안은 채 안경을 쓴 깡마른 소년 하나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제갈세가의 방계 천재 진법가, 제갈유진이었다.
제갈유진은 지호가 바닥에 그려둔 노란색 단속 차선과 붉은 깃발, 그리고 피뢰침과 에어백의 지형지물 배치를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경악과 흥분으로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천지 영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여 낙하 충격을 무력화하고 인과율의 궤적을 뒤트는 고대 전설의 방어 결계……!”
제갈유진이 품에 안고 있던 책들을 바닥에 우르르 떨어뜨리며 지호를 향해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안전 인과진(안전 인과진)’이 틀림없어! 어떻게 일개 범인의 몸으로 고대 대현자들조차 전수받지 못한 하늘의 궁극 진법을 이 땅에 완벽하게 구현해 낸 것이란 말인가!”
지호는 뜬금없는 진법 천재 소년의 기묘한 오해와 숭배 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뻔뻔하게 비즈니스용 미소를 지을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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