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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분노라니, 네 사기 방울이나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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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딸랑! 딸랑!”


청풍현 남문 광장 한복판에 기괴하고 요란한 방울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오색찬란한 무당 옷을 누더기처럼 걸쳐 입은 탁고모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허공을 향해 신칼을 휘둘렀다. 그녀가 발을 구를 때마다 짤랑거리는 놋쇠 방울 소리가 광장에 모여든 주민들의 고막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천벌을 받을 놈들! 하늘이 내린 신성한 목숨을 감히 저 사교의 우두머리 놈에게 돈 몇 푼으로 저당 잡히다니! 천도가 분노하셨도다! 보아라, 저 하늘에 가득 찬 핏빛 먹구름을! 당장 저 사악한 계약서들을 찢어발기지 않으면, 청풍현 전체가 거대한 가뭄과 천겁의 벼락으로 잿더미가 될 것이다!”


탁고모의 카랑카랑한 외침에 광장에 모여 있던 주민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동요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설무극을 비살상 비무대회로 무력화시킨 신성보험의 기술력에 환호하던 군중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요동치는 핏빛 번개 구름과 평생을 지배해 온 미신적 공포 앞에서는 그 위대한 안전망조차 한낱 요술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정, 정말인가? 우리가 보험이라는 해괴한 것에 가입해서 하늘이 노하신 건가?”

“그러고 보니 요즘 비가 통 안 오긴 했어! 가뭄이 드는 게 정말 천벌 때문인가 보오!”


불안감은 역병처럼 빠르게 번져나갔다. 주민 몇 명이 품속에서 신성보험의 노란색 가죽 계약서를 꺼내 들며 본사 천막을 향해 소리쳤다.


“환불해 주시오! 당장 내 계약을 해지하고 영석을 돌려주시오! 하늘의 저주를 받으면서까지 목숨을 보장받고 싶지는 않소!”

“맞소! 사교의 괴수 서지호는 당장 청풍현을 떠나라!”


급기야 군중 속에서 날아온 썩은 달걀과 진흙 덩어리가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입구에 걸려 있던 붉은색 ‘안전 제일’ 깃발에 퍽 소리를 내며 정통으로 부딪쳤다. 노란 달걀노른자가 붉은 비단 위로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본사 천막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서지호의 눈동자가 순간 뒤집혔다.


“……지리릭. (아니, 내 황금 같은 세탁비가……!)”


지호의 목구멍에서 기계 오작동 같은 쇳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지난밤 천겁의 벼락 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야매 접지 작업을 감행한 여파로, 그의 성대는 일시적으로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다. 게다가 머리카락은 정전기 스파크 때문에 사방으로 거칠게 뻗친 거대한 ‘폭탄머리’ 상태였고, 도포 오른쪽 소매는 전소되어 꾀죄죄하기 짝이 없었다.


누가 봐도 미친 도사나 다름없는 몰골이었지만, 지호의 대뇌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정교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7년 차 보험 설계사로서 다져진 직업병적 감각이 뇌리에서 경고음을 울렸다.


‘대규모 해약 사태(뱅크런)다. 이 미친 미신 선동을 여기서 막지 못하면, 내일 아침까지 청풍현 전역에서 해약금 환불 독촉이 들이닥쳐 내 금고는 물론이고 내 영혼까지 통째로 파산이다!’


전투력 제로인 지호에게 있어 재정적 파산은 곧 영혼의 소멸을 의미했다. 지호는 마비되어 여전히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계약서 방탄 도포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왼손으로 백서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쇳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지릭. (서연 씨, 칠판 대령하세요. 그리고 호선 씨가 가져온 데이터 차트도 올리십시오.)”


백서연이 즉시 가슴을 펴고 우렁찬 내공을 실어 지호의 쇳소리를 사방으로 통역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전원 주목! 저 사기꾼 무당 노파의 헛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과학과 통계의 위대한 힘 앞에 대가리를 숙여라! 안전 요원들은 당장 대형 칠판과 기상 관측 데이터를 단상 위로 대령하라!”


“넷! 사장님!”


노란 안전 헬멧을 쓴 곽두팔 구조대장과 대원들이 광장 한복판 비무대 위로 거대한 나무 칠판을 쿵 소리가 나도록 들어 올렸다. 기상 관측원 임호선이 깃털 부채를 파르르 떨며 별자리가 그려진 대형 기상 관측반과 지난 120년간의 청풍현 강수량 통계 장부를 지호에게 건넸다.


지호는 단상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폭탄머리를 한 채 그을린 도포를 입은 서생이 분필을 쥐고 칠판 앞에 서자, 방울을 흔들던 탁고모가 신칼을 들이대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이 사악한 서생 놈이 감히 신성한 천벌 앞에서도 햣바닥을 놀리려 하는구나! 네놈이 아무리 요설을 부려도 하늘의 가뭄과 벼락은 막지 못한다!”


“하늘의 분노요?”


지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분필을 쥔 왼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칠판 위로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정교한 소수점 통계 그래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탁고모 고객님, 그리고 청풍현 주민 여러분. 저 방울 흔드는 노파는 신성보험 때문에 하늘이 진노하여 가뭄이 왔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보십시오!”


지호가 칠판의 특정 지점을 분필로 세차게 두드렸다.


“임호선 관측원의 정밀 천문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청풍현의 최근 120년간 기상 기록 중 가뭄이 발생한 해는 정확히 10년 주기, 즉 12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기후 순환 패턴의 일환입니다! 올해의 강수량 감소 확률은 소수점 아래까지 정확히 8.33%의 자연 현상일 뿐입니다! 신성보험이 개업하기 24년 전에도, 12년 전에도 똑같은 가뭄이 들었습니다. 그때도 신성보험이 청풍현에 있었습니까? 아니죠!”


주민들이 칠판에 그려진 정교한 수치와 강수량 그래프를 보며 멈칫했다. 선협 세계의 무지한 무인들에게 소수점과 기하학적 그래프가 주는 시각적 신뢰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그렇다면 저 하늘의 붉은 먹구름은 무엇이란 말이오? 저건 분명 피비린내 나는 저주의 징조가 아니오?”


한 제자가 하늘을 가리키며 묻자, 지호는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저주의 징조는 무슨 얼어 죽을 저주입니까! 광학적 착시 현상일 뿐입니다! 현재 남쪽 계곡에서 불어오는 강한 모래바람이 대기 중의 습기와 결합하여 태양 빛을 산란시키는 현상입니다. 굴절률 1.42의 전형적인 대기 굴절 현상으로, 저 구름 속의 영기 밀도는 평소와 다름없는 정상 범주입니다. 즉, 비가 오기 직전의 자연스러운 기상 변화라는 소리입니다!”


지호는 칠판을 쾅 치며, 불안 심리 극대화 마케팅(불안 심리 극대화 마케팅) 스킬을 가동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 미세한 황금빛 주판알이 회전했다.


“오히려 지금 계약을 해지하시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다가오는 낙뢰 다발 시즌에 낙뢰 사고 발생 확률은 무려 74.2%에 달합니다! 지금 당장 눈앞의 푼돈 영석 5푼을 아끼겠다고 계약을 해지하시는 순간, 귀하의 이마 위 데스 카운트는 실시간으로 줄어들어 내일 당장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고 재가 되실 겁니다! 해약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단돈 5푼으로 목숨을 완벽히 보장받고 다음 기회를 노리시겠습니까!”


“어, 어어…….”


지호의 단호하고 정교한 공포 마케팅에 주민들이 슬그머니 계약서를 다시 품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해약 대란의 기세가 순식간에 꺾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역전되자 탁고모는 안절부절못하며 방울을 미친 듯이 흔들었다.


“이, 이 요망한 놈이 감히 천기를 왜곡하는구나! 천도가 내린 저주의 방울 소리를 들어라!”


“시끄럽고, 네 사기 방울이나 치우시죠.”


지호가 차갑게 쇳소리를 내며 왼손으로 품속에서 낡은 가죽 장부 사본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영기 구동식 복사기로 대량 인쇄해 둔 뇌물 명세서였다. 지호는 장부 사본 수십 장을 주민들을 향해 바람에 날리듯 뿌렸다.


“탁고모 고객님이 왜 이렇게 목청을 높여 신성보험을 음해하는지 아십니까? 여기 장부를 보십시오! 사파 흑응방주 염도현이 탁고모에게 신성보험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대가로 하품 영석 50개를 지급하겠다는 비밀 뇌물 수수 계약서 사본입니다! 이 무당 노파는 하늘의 분노를 전하는 자가 아니라, 흑응방의 검은 돈을 받고 움직이는 사기꾼 무당일 뿐입니다!”


주민들이 땅에 떨어진 장부 사본을 주워 읽기 시작했다. 장부에는 탁고모의 친필 서명과 흑응방의 음산한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순식간에 광장의 여론이 뒤집혔다.


“이, 이 사기꾼 무당 년이 감히 우리를 속여 영석을 뜯어내려 해?!”

“우리 지호 도사님을 음해하다니! 천벌을 받을 년은 바로 네년이다!”


이옥분 할머니가 이끄는 청풍현 노인정 네트워크 할머니들이 유모차와 빨래방망이를 치켜들며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저 사기꾼 년을 동네에서 매장시켜라!”


“꺄아아악! 신벌이…… 신벌이 내릴 것이다!”


빨래방망이 세례를 피하기 위해 탁고모는 비명을 지르며 오색 무당 옷자락을 휘날리며 광장 구석으로 봇짐을 짊어진 채 미친 듯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돌과 배추꼬리를 던지며 그 뒤를 쫓았다. 완벽한 여론 정화의 성공이었다.


지호는 땀을 닦으며 주판을 튕기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위 붉은 먹구름 사이로 웅장한 비명 소리가 청풍현 남문 광장의 하늘을 찢고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아악! 비켜어어어! 브레이크가 안 들어어어어!”


지호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위에서 청풍문의 비행 광인 도지태가 칼도 없이 등 뒤에 기묘한 가죽 배낭만 멘 채, 제어력을 완전히 잃고 머리부터 광장 바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이마 위로 붉은색 데스 카운트 타이머가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D-5초 / 사망 원인: 두개골 파열로 인한 즉사 (확률 99.9%)]`


“저 미친 무면허 비행 중독자가 또……!”


지호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파산의 공포로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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