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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안심 비무대회, 피 흘리지 않는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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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구구구구—!


귀를 찢는 듯한 살기가 청풍문 후산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동굴 벽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지는 가운데, 서지호는 마비되어 여전히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붙잡고 부르르 떨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지난밤 천겁의 정전기 여파로 인해 여전히 사방으로 뻗친 ‘폭탄머리’ 상태였고, 도포 오른쪽 소매는 전소되어 꾀죄죄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지리릭. (아니, 저 미친 빌런 새끼가 영업시간 외 규정을 위반하고 하루 일찍 쳐들어오다니!)”


지호의 성대에서 기계 오작동 같은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소설희가 붕대로 감싸진 다리를 이끌고 단도를 주우려 하자, 지호는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냅다 눌렀다.


“소설희 고객님! 방금 치료받은 다리로 어딜 가십니까? 약관 제4조 2항에 고의적 자해 및 무단 전투 참가 시 보상금 지급 제외라고 똑똑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하지만 대표님, 대사형과 문파의 제자들이……!”


“제자들이고 대사형이고 간에, 진태양이 죽으면 저희 신성보험은 사망 보험금 오백 영석을 일시불로 지급해야 합니다! 즉, 회사가 공중분해 된다는 소리입니다! 제 돈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호는 이글거리는 자본주의적 광기를 뿜어내며 옆에 서 있던 수석 안전 요원 백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 씨! 삼돌 씨에게 전령 보내서 미리 준비해 둔 ‘그것’을 연무장 바닥에 깔라고 하세요! 그리고 김 원장님, 구급 상자 단단히 챙기십시오. 오늘 단 한 명의 가입자도 피 흘리게 두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전원 전투 배비! 대사형의 목숨줄과 대표님의 금고를 수호하라!”


백서연이 특유의 우렁찬 내공을 실어 지호의 쇳소리를 통역하며 연무장을 향해 번개처럼 달려갔다. 지호 역시 찢어진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뒤를 따랐다.


* * *


청풍문 연무장은 이미 피비린내 나는 검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붉은색 살기를 뿜어내는 마검을 어깨에 멘 채, 냉혹한 눈빛의 검객 설무극이 진태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태양은 가슴에 미세한 낙뢰 그을음이 남은 채로 화염 보검을 뽑아 들고 있었지만, 아직 천겁 돌파 직후라 내공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진태양, 오늘이야말로 네놈의 그 얄팍한 불꽃을 끄고 내 살육마검결의 제물로 삼아주마!”


“흥, 설무극! 내 비록 어젯밤 벼락을 맞아 온몸이 쑤시지만, 청풍문의 대사형으로서 네놈의 도전을 피하지 않겠다!”


“당장 그 검 거두지 못합니까, 이 무개념 고객님들아!”


연무장 입구를 부수듯 열고 난입한 지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폭탄머리를 한 서생이 관청 포교 수십 명을 대동하고 당당하게 걸어오자, 연무장에 모여 있던 제자들과 설무극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설무극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호를 노려보았다.


“웬 해괴한 폭탄머리 서생 놈이 내 결투를 방해하는가? 썩 꺼지지 않으면 네놈부터 토막을 내주마!”


“토막이요? 어디 한 번 쳐보시죠!”


지호는 뻔뻔하게 가슴을 내밀며 품속에서 이수현 현령의 공식 직인이 찍힌 황금빛 서류 뭉치를 꺼내 흔들었다.


“대하제국 관청 공인, 청풍현 현령 이수현 어른의 직인이 찍힌 ‘청풍현 비무 안전 조례’ 칙서입니다! 오늘부로 청풍현 관할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적 결투 및 생사결은 불법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이를 위반하고 무단으로 칼부림을 벌여 인명 피해를 낼 시, 징역 10년 및 가산 탕진급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무슨 개소리냐! 무림의 해결은 오직 검으로만……”


“조용히 하세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믿는 뇌근육 무인들에게 현대 법치주의의 매운맛을 보여드리는 겁니다!”


지호가 손짓하자, 포교들이 칼을 빼 들며 설무극을 포위했다. 설무극은 관청의 공권력과 징역 10년이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제아무리 일류 살수라 할지라도, 대하제국 공식 관청과 현령의 칙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반역죄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그, 그렇다면 결투를 하지 말라는 소리냐? 내 명예는 어찌하고!”


“누가 하지 말랍니까? 하되, ‘안전 수칙’을 준수해서 합법적으로 하라는 말입니다!”


지호가 입꼬리를 비열하게 올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안전 요원들, 장비 반입하십시오!”


그 순간, 곽두팔 구조대장과 독고 가문에서 강제 노역 중이던 근육질 무사들이 거대한 가죽 보따리들을 들고 연무장 한복판으로 난입했다. 그들이 보따리를 풀고 밸브를 열자, 띠용옹옹—! 하는 해괴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노란색 ‘거대 우레탄 에어백’이 연무장 바닥 전체를 팽팽하게 덮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요술이냐?”


설무극이 당황해 발을 내딛는 순간, 폭신하고 탄성 넘치는 에어백의 표면 때문에 중심을 잃고 어깨를 휘청였다.


“그리고 비무 참가자는 뇌진탕 방지를 위해 장비를 필수로 착용하셔야 합니다.”


지호는 잽싸게 다가가 설무극의 머리 위에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강제로 씌우고, 턱끈을 ‘딸깍’ 소리가 나도록 단단히 조여버렸다. 앞면에 붉은 글씨로 ‘안전 제일’이 선명하게 새겨진 헬멧을 쓴 살수의 몰골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이 무례한 서생 놈이 내 대가리에 무슨 솥단지를 씌운 것이냐!”


“시끄럽고, 마지막으로 무기 압수입니다. 비살상 스포츠 비무대회 규정에 따라, 진검 대신 이 장비를 지급합니다.”


지호는 설무극의 피빛 마검을 빼앗아 포교에게 넘기고, 그의 손에 솜이 빵빵하게 들어간 푹신한 ‘안전 몽둥이’를 쥐여주었다. 진태양 역시 이미 노란 헬멧을 쓴 채 똑같은 솜방망이를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자! 제1회 신성 안심 비무대회, 개막합니다! 관객 여러분, 박수 치세요!”


지호의 선언과 함께 연무장 주변을 둘러싼 주민들과 제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졸지에 엄숙한 생사결이 한낱 코믹한 서커스 놀이터로 변질된 순간이었다.


“으아아악! 나를 모욕하다니! 죽여버리겠다!”


분노가 극에 달한 설무극이 살육마검결의 내공을 폭발시키며 진태양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가 발을 내딛는 순간, 바닥에 깔린 거대 우레탄 에어백의 엄청난 탄성이 그의 운동 에너지를 역으로 반사했다.


띠용—!


“어, 어어어?!”


설무극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일류 무사의 신법이 무색하게, 그는 공중에서 사정없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한 바퀴 굴렀다.


팍! 띠용옹!


그가 에어백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몸이 다시 튕겨 올라갔다. 진태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솜방망이를 휘둘렀다.


뽁! 뽁!


“으악! 이게 무슨 타격감이냐! 왜 아프지 않고 기분만 나쁜 것이냐!”


설무극은 에어백 위에서 트램펄린을 타듯 버둥거리며 솜방망이로 진태양과 개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살기 넘치던 검객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노란 헬멧을 쓴 채 솜방망이질 한 방에 에어백 위로 나가떨어져 나뒹구는 추태만 연출될 뿐이었다.


지호는 비무대 가장자리에 서서 가늘게 눈을 뜨고 설무극의 이마를 응시했다.


‘데스 카운트 스캔, 가동.’


`[D-7일 / 사망 원인: 살육마검결 혈맥 역류로 인한 단전 폭렬 (확률 98.5%)]`


지호는 확성기를 입에 대고, 그의 치명적인 공법 결함을 만천하에 폭로하기 시작했다.


“설무극 고객님! 지금 무리하게 살기를 뿜어내며 솜방망이를 휘두르고 계시지만, 본인의 왼쪽 단전 하부에서 영력이 역류하고 있는 것 알고 계십니까? 살육마검결의 치명적인 혈맥 역류 부작용으로 인해, 귀하의 남은 수명은 단 7일입니다! 여기서 무리하게 내공을 더 쓰시면, 내일 아침 심장이 터져 즉사하십니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저희 신성 종합 의원에 입원하여 정밀 진단을 받으십시오!”


“무, 무어라?! 네놈이 그걸 어찌 아느냐!”


자신의 가장 깊은 무공의 결함을 귀신같이 알아맞힌 지호의 팩트 폭행에 설무극의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집중력을 잃은 설무극은 에어백의 탄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한번 공중으로 높이 튕겨 올랐다가, 머리부터 바닥으로 처박혔다.


쿵! 띠용!


다행히 충격 완충 안전 헬멧 덕분에 두개골은 멀쩡했으나, 극심한 어지럼증과 심리적 타격을 입은 설무극은 에어백 위에서 대자로 뻗어 버둥거렸다.


“내…… 내가 패배했다니…… 이 해괴한 솜방망이와 가죽 풍선에 일류 검객인 내가……!”


그가 울부짖는 순간, 관객석에서 폭발적인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인귀를 완벽하게 무력화시킨 신성보험의 압도적인 안전 기술력에 주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호 도사님 만세! 신성보험 만세!”


하지만 대흥행의 기쁨도 잠시, 연무장 입구 쪽에서 음산하고 기괴한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뚝 끊기며, 오색찬란한 무당 옷을 걸치고 방울을 흔드는 사기꾼 노파, 탁고모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군중을 헤치고 나타났다.


“어리석은 중생들이여, 좋아할 때가 아니다! 이 신성보험은 인간의 신성한 목숨을 돈으로 거래하여 천도의 인과율을 더럽히는 역적의 집단이다! 머지않아 하늘의 저주가 이 고을에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탁고모의 불길한 선동에 주민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동요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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