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볼트의 방어벽, 청풍현의 영광
“진격하라! 저 나약한 청풍현 놈들의 영석 금고를 통째로 털어라!”
철사문(鐵沙門)의 문주, 원귀웅(元歸雄)의 우렁찬 외침이 좁은 국경 계곡을 뒤흔들었다. 그의 뒤로 번쩍이는 검은 철갑옷을 입은 500명의 정예 무사단이 대열을 맞추어 밀고 들어왔다. 그들의 손바닥은 철사수(鐵沙掌)의 독문 공능으로 인해 검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발걸음이 움직일 때마다 계곡의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원귀웅은 코방귀를 꼈다.
“요즘 청풍현에 ‘신성보험’인지 뭔지 하는 해괴망측한 사교 집단이 들어서서 무사들이 노란 가마솥 뚜껑 같은 안전모를 쓰고 다닌다더니, 과연 겁쟁이들의 고을이 되었구나! 늙은 대지주 마덕수마저 그 서생 놈에게 놀아나 땅을 넘겼다지? 오늘 내 철사문이 청풍현의 그 잘난 영석 금고를 깨부수고 무림의 진정한 야성을 가르쳐 주마!”
500명의 철갑 군대가 계곡의 가장 좁은 병목 구간으로 밀집하여 진입하기 시작했다. 원귀웅은 거칠 것 없는 기세로 선두에서 질주했다. 그의 눈에는 청풍현의 영석들이 이미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같은 시각, 계곡 양측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 위.
“……지리릭. (서연 씨.)”
서지호는 마비되어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계약서 방탄 도포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가늘게 뜬 눈으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지난밤 천겁의 정전기 충격으로 인해 그의 머리는 여전히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폭탄머리 상태였고, 손상된 성대에서는 쇳소리 섞인 미세한 속삭임만이 흘러나왔다.
지호가 힘겹게 쇳소리로 소근거리자, 그의 옆에서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쓴 채 대기하던 수석 안전 요원 백서연이 즉시 가슴을 펴고 우렁찬 내공을 실어 온 계곡에 쩌렁쩌렁하게 대변 통역을 개시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저 아래 굴러들어오는 500개의 걸어 다니는 고액 사망 보험 청구서들을 보아라! 저놈들이 우리 청풍현 안전 구역에 난입해 칼부림을 벌이는 순간, 가입자들의 대량 사망으로 신성보험의 금고는 물론이고 대표님의 영혼까지 통째로 파산하여 소멸할 위기다! 이에 대표님께서는 저 무뢰배들을 단 한 명의 유혈 낭비도 없이 완벽하게 마비 생포하여 강제 인턴십에 처하겠다 선언하셨다!”
“……지릭. (그냥 조용히 하라고 했는데 왜 자꾸 대사가 길어지는 겁니까?)”
지호가 쉰 목소리로 투덜거렸으나, 백서연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몽둥이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에는 지호가 청풍현의 무고한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피로를 견디며 고뇌하는 위대한 대현자로 비치고 있었다.
지호는 한숨을 내쉬며 왼손으로 영석 망원경을 치켜들었다.
망원경 렌즈 너머로 철사문 군대의 무장이 선명하게 보였다. 500명 전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흑철로 제련된 두꺼운 금속 중갑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쥔 거대한 철방패와 쇠사슬까지, 완벽한 도체(Conductor)의 표본이었다.
‘완벽해. 저놈들은 자신들이 가장 단단한 갑옷을 입었다고 믿고 있겠지만, 과학의 관점에서는 그저 500개의 걸어 다니는 거대한 구리선이나 다름없지. 게다가 계곡 바닥은 지난밤 폭풍우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상태…….’
지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주판을 두드렸다.
만뢰정 피뢰침 탑에 누적 저장되어 있던 엄청난 천겁 번개 에너지는 현재 지하의 천겁석 배터리 그리드에 100% 충전되어 있었다. 이 에너지를 그대로 가두어 두면 쓸모없는 시한폭탄이지만, 괴력의 수송원 김돌쇠가 밤새 국경 계곡 바닥에 촘촘히 깔아둔 구리 도선망과 연결하면 가공할 만한 광역 방전 무기가 된다.
“……지릭. (두팔 씨, 돌쇠 씨. 준비하세요.)”
백서연이 즉시 내공을 실어 절벽 반대편 바위 뒤에서 대기 중인 구조대원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대표님께서 최종 방전 명령을 준비하신다! 구조대장 곽두팔과 수송원 김돌쇠는 바위 뒤의 고압 제어반 레버를 쥘 준비를 하라!”
바위 뒤에서 곽두팔이 험상궂은 얼굴에 노란 헬멧을 번쩍이며 고압 제어반의 묵직한 무쇠 레버를 움켜쥐었다. 그의 곁에서 김돌쇠가 땀을 뻘뻘 흘리며 발전기 구리선 뭉치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준비 완료됐습니다, 사장님! 신호만 내리십시오!”
철사문 군대는 어느새 계곡 가장 깊숙하고 좁은 병목 구간에 완전히 밀집했다. 앞뒤 대열이 꽉 막혀 피할 공간조차 없는 완벽한 물리적 덫의 영역이었다. 원귀웅은 여전히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한 채 철사 장갑을 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속도를 올려라! 단숨에 관청을 장악하고 신성보험의 준비금 금고를 털어 가자!”
그 순간, 지호가 왼손을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강하게 내리쳤다.
“……지릭! (당겨요!)”
백서연의 목소리가 계곡 전체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대표님의 낙뢰 방전 조례 발동! 백만 볼트의 천겁 전력, 방출하랍신다아아아!”
곽두팔이 이빨을 악물고 무쇠 레버를 아래로 쾅 내려쳤!
쿠구구구구—!
찰나의 순간, 만뢰정 지하의 천겁석 배터리 그리드에 잠들어 있던 광폭한 푸른색 뇌전 에너지가 구리 도선을 타고 국경 계곡으로 폭풍처럼 몰아쳤다.
바닥에 깔려 있던 촘촘한 구리 도선망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눈부시게 명멸했다. 젖어 있던 계곡 바닥의 흙과 물이 완벽한 매개체가 되어, 백만 볼트에 달하는 천겁의 미세 전류가 500명의 철사문 군대의 발밑을 직격했다.
지리리리리릭—!!!
“어, 어어어?! 지리릭?!”
“몸이…… 몸이 떨린다아아앗!”
계곡 전체가 눈이 멀 정도의 푸른 정전기 스파크로 가득 찼다.
흑철 중갑을 입고 밀집해 있던 500명의 무사들은 금속의 완벽한 전도성 때문에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전류의 고리에 묶였다. 그들은 무기를 쥔 채 자리에 멈춰 서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기괴한 ‘일렉트릭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파앗! 팟! 지리리릭!”
“으어어어…… 단전이…… 단전이 찌릿찌릿해!”
무사들의 눈동자가 흰자위를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강력한 철사강기공(鐵沙强氣功) 내공은 육체를 뚫고 들어오는 물리적인 전압의 흐름 앞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신경계가 백만 볼트의 미세 전류에 직접 장악당하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완벽한 근육 마비 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수십 명의 무사들이 찌릿찌릿 버둥거리다가 띠용! 소리를 내며 에어백 완충 구역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졌다. 사방에서 철방패와 대도가 바닥에 쨍그랑거리며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사술이냐!”
문주 원귀웅은 내공이 축기기 완벽 경지에 가까웠기에, 발밑으로 밀려오는 전류를 본능적인 경공으로 피해 허공으로 신형을 솟구쳤다. 그는 공중에서 철사 장갑을 낀 검붉은 손바닥을 지호를 향해 내밀며 폭포 같은 장풍을 뿜어냈다.
“서생 놈! 내 너를 뼈째로 갈아 마시겠다!”
붉은색 철사 강기가 지호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졌다. 일반 범인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온몸의 뼈가 바스러질 일격이었다.
하지만 지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붉은색 계약서 원본철을 꺼내 바닥에 쾅 내려놓았다.
‘계약서 바인딩 배리어, 가동!’
지호의 신체 주변으로 수만 장의 반투명한 계약서 약관 종이들이 회오리바람처럼 소용돌이치며 둥근 황금빛 방어 장막을 형성했다. 원귀웅의 강력한 철사 강기가 종이 배리어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종이 특유의 질긴 인장력에 완벽하게 흡수되어 사방으로 미끄러져 튕겨 나갔.
“뭐, 뭐라고?! 내 철사 장풍이 종이 쪼가리에 막히다니!”
원귀웅이 공중에서 경악하며 균형을 잃고 낙하하려던 바로 그 찰나.
노란색 안전 헬멧을 쓴 백서연이 어검 비행의 보법으로 바람을 가르며 도약했다. 그녀의 손에는 맹필두가 특수 제련해 준 묵직한 ‘안전 몽둥이’가 쥐어져 있었다.
“안전 규정 제1조 위반! 대표님을 향한 무단 폭력 행위는 영구 가입 박탈 및 물리적 참교육 대상이다!”
백서연이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안전 몽둥이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퍽—!
“아악!”
정확하게 원귀웅의 오른쪽 손목 관절에 격돌한 몽둥이는 무자비한 둔기의 타격음과 함께 그의 철사 장갑을 찌그러뜨렸다. 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원귀웅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의 축축한 진흙 구덩이 위로 볼품없이 처박혔다.
원귀웅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했으나, 백서연은 착지와 동시에 그의 목덜미에 차가운 안전 몽둥이 끝을 들이대며 제압했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는 즉시 과실비율 10대 0으로 추가 타격을 집행하겠다.”
계곡 전체가 순식간에 기묘한 침묵에 잠겼다.
500명의 중갑 무사들은 바닥에 누워 여전히 손발을 미세하게 부르르 떨며 찌릿찌릿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그들의 무적이라 믿었던 문주는 단 한 판의 합법적인 폭력 앞에 제압당해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호는 찢어진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털어내며 천천히 바위 위에서 걸어 내려왔. 그의 폭탄머리가 미세한 정전기 때문에 여전히 웅장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호는 품속에서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가죽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원귀웅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지릭. (사인하세요, 고객님.)”
백서연이 옆에서 우렁찬 내공으로 완벽하게 통역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오늘부로 철사문 전체는 신성보험의 ‘단체 안전 보험 및 무급 노역 계약’에 강제 가입되었음을 선포한다! 귀 가문이 소유한 흑철 광산 소유권을 즉시 신성보험의 준비금 자산으로 이전하는 합병 계약서에 지장을 찍어라! 거부할 시, 방금 흘려보낸 천겁의 전류를 배로 올려 전원 전신 탄화 상태로 장례 보험금을 청구해 버리겠다 하신다!”
“이, 이 악마 같은 금융 깡패 놈들……!”
원귀웅은 부르르 떨며 바닥에 누운 자신의 500명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채 “지장 찍으십시오, 문주님…… 배 속이 너무 찌릿거립니다……”라며 눈물로 애원하고 있었다.
결국 원귀웅은 울먹이며 자신의 깨진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계약서 하단에 꾹 눌러 붉은 지장을 찍었다.
[철사문 흑철 광산 소유권 이전 및 단체 가입 계약 완료]
지장이 찍히는 그 순간.
지호의 가슴 깊은 곳, 영혼에 깃들어 있던 고대 인과율 장부의 파편이 전례 없이 강렬한 황금빛을 내뿜으며 공명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눈이 멀 정도의 눈부신 황금빛 인과율 사슬들이 계약서에서 뻗어 나와 원귀웅과 500명 무사들의 가슴속 영혼에 단단히 각인되었다. 동시에 지호의 시야에 반투명한 푸른색 시스템 창이 떠오르며 거대한 문자들을 출력하기 시작했다.
`[알림: 청풍현 내 모든 리스크 요인 완벽 통제 완료!]`
`[청풍현 1성 안전 구역의 사망률: 0.00% 달성!]`
`[신성보험 자산 가치: 흑철 광산 인수로 인한 기하급수적 폭등!]`
`[시스템 동기화 완료: 새로운 리스크 관리 구역 해금!]`
`[차기 목표: 대하제국 수도(皇都) 진출 - 황실 재정 적자 리스크 통제국 설립]`
지호의 뇌리에 각인되는 거대하고 웅장한 새로운 금융 침공의 목표.
지호는 부풀어 오른 폭탄머리 아래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 드디어 이 좁은 깡촌 청풍현을 벗어나, 제국의 거대한 자본과 황실의 재정을 통째로 쥐고 흔들 위대한 첫걸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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