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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을 찾는 자들이여, 신성보험에 가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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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살려줘어어!”


낙신애의 까마득한 허공으로 곤두박질치는 삼류 수선자의 비명이 청풍현 계곡 전체를 찢어발겼다.


절벽 끝에 대가리를 처박고 엎드려 있던 서지호의 눈앞에서, 붉은색 데스 카운트 숫자가 미친 듯이 줄어들고 있었다.


`[D-5초]`

`[D-4초]`


“아니, 이 미친 고객새끼가 진짜로 그냥 떨어지면 어떡해!”


지호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저놈의 머리가 지상에 닿아 붉은색 두부처럼 으깨지는 순간, 지호의 영혼에 각인된 ‘고대 인과율 장부’도 즉시 연쇄 파산 처리가 되어 소멸할 터였다. 전생에 실적 압박에 시대 가며 7년 동안 야근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죽어도 파산은 안 돼! 내 사전에 채무 불이행은 없다!’


지호는 절벽 아래로 상체를 더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


“고객님! 오른쪽입니다! 오른쪽으로 몸을 트세요! 낙하 각도가 불량합니다!”


“으어어어?!”


추락하던 수선자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지호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는지,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었다.


그 찰나, 낙신애 절벽 중턱에 기적처럼 툭 튀어나와 있던 백 년 묵은 고사목의 두꺼운 나뭇가지가 추락하는 수선자의 도포 자락을 콰드득! 소리와 함께 낚아챘다.


“커헉!”


수선자의 몸이 나뭇가지에 걸려 띠용 띠용 흔들렸다. 도포 자락이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 낙하 속도는 완벽히 죽었다.


지호의 눈앞에 깜빡이던 붉은 타이머가 극적으로 멈춰 섰다.


`[D-70년 / 사망 원인: 노환 (확률 82%)]`


“하아…… 하아…….”


지호는 그대로 절벽 흙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영혼의 장부에서 붉은색 경고등이 꺼지고 파란색 ‘안정’ 표시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겨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절벽 아래에서는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삼류 수선자가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며 울부짖고 있었다.


“살았다…… 나, 나 살았어! 엄마아아! 나 기연 얻은 거 맞아? 이거 고대 신선이 나 도와준 거 맞지?!”


“신선은 개뿔, 내가 살려준 거다 이 무개념 고객아.”


지호는 바닥을 기어 일어나 흙먼지를 털어냈다. 찢어진 도포 자락 사이로 들어오는 썰렁한 바람보다, 방금 전 겪었던 ‘파산의 공포’가 뼈를 시리게 만들었다.


이 세계의 수선자들은 미쳤다. 아니, 돌았다.

기연을 찾겠다며 천 미터 높이의 절벽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게 일상이라니. 이건 문명이 아니라 집단 자살 대기소나 다름없었다.


‘내가 이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호의 눈이 번뜩였다.


‘이놈들의 무모한 죽음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고, 그 대가로 합법적인 영석을 뜯어내야 해. 즉, 보험이다!’


* * *


며칠 뒤, 청풍현 시장통 구석의 낙신애 절벽 바로 옆에 허름한 2층 목조 건물 하나가 들어섰.


건물 입구에는 붉은색 비단에 황금빛 글씨로 쓴 조잡하지만 강렬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신성보험 청풍현 본점 - 안전 제일, 생명 존중]`


지호는 전생의 지식을 총동원해 사무실 내부에 접수 창구와 대기용 가죽 의자까지 배치했다. 비록 낡은 나무 탁자와 위조 방지용 먹물이 전부였지만, 제법 현대적인 보험사 지점의 비주얼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려면 가장 중요한 ‘물리적 완충 장치’의 원자재가 필요했다. 매번 나뭇가지에 걸려 살아남으라는 기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지호는 곧바로 청풍현 변두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버지, 서덕배의 고물상으로 향했다.


“이 아비의 고철을 또 공짜로 털어가려고 들이닥친 게냐, 이 날강도 놈아!”


마당 가득 찌그러진 가마솥과 녹슨 철근을 정리하던 서덕배 영감이 지호를 보더니 들고 있던 녹슨 자석 지팡이를 휘둘렀다. 머리에 기름때 절은 수건을 맨 영감의 대머리가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아이참, 아버지. 아들이 천하를 구출할 위대한 대사업을 시작하겠다는데 고작 고철 몇 개 가지고 그러십니까? 나중에 대하제국 수도에 철강 공장 차려드릴 테니까 일단 창고에 쌓아둔 저 고탄성 구리 도선이랑 가죽 뭉치 좀 내주세요.”


“허튼소리 하지 마라! 네놈이 미쳐서 ‘보험’인지 뭔지 하는 사기극을 벌이고 다닌다는 소문은 이미 들었다! 수선자들이 미쳤다고 네놈의 종이 쪼가리에 영석을 낼 것 같으냐?”


“냅니다. 낼 수밖에 없게 만들 겁니다.”


지호는 뻔뻔하게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엽전 몇 푼을 꺼내 영감의 거친 손에 쥐여주었다. 서덕배 영감은 엽전을 만지작거리더니, 툴툴거리며 창고 문을 열어주었다.


“가져갈 테면 가져가라! 대신 내 가마솥은 절대 손대지 마라! 조상님 영혼이 깃든 물건이니까!”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지호는 쓸 만한 구리 도선과 질긴 가죽 자재들을 리어카에 잔뜩 싣고 대장간으로 향했다. 머릿속에는 이미 천 미터 상공의 충격을 견뎌낼 ‘거대 에어백’의 초기 설계도가 완성되어 있었다. 기술 감독 맹필두 영감을 설득해 장비를 제작하기 전에, 우선 잠재 고객들의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세일즈의 기본이었다.


* * *


지호는 청풍문의 무공 수련장인 연무장 앞마당에 낡은 탁자 하나를 펼쳐놓고 자리를 잡았다.


탁자 위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진 가죽 계약서 뭉치와 함께 붉은색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청풍문 전용: 낙신애 낙하 안심 상해 특약 출시! 단돈 월 영석 5푼!]`


연무장을 드나들던 청풍문의 푸른 도포를 입은 제자들이 지호의 탁자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함께 깊은 불신이 서려 있었다.


“이봐, 서생 놈아. 이게 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장난질이냐?”


땋은 머리를 한 청풍문의 삼류 제자 하나가 다가와 탁자를 툭툭 치며 비웃었다.


“낙하 안심 상해 특약? 월 영석 5푼을 내면, 절벽에서 떨어져 다쳤을 때 치료비와 위로금을 준다고? 하하하! 야, 수선자가 하늘의 기연을 시험하는 신성한 도전을 하는데, 무슨 돈을 걸고 도박을 하란 말이냐?”


주변의 다른 제자들도 낄낄거리며 동조했다.


“맞아! 우리 무인은 하늘의 인과율과 자신의 투지를 믿는다! 어디서 감히 세속의 장사꾼 놈이 신성한 수련을 모독하려 드는가!”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며 몇몇 제자들이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당장이라도 지호의 탁자를 엎어버릴 기세였다. 전형적인 무대포 수선자들의 불신 장벽이었다.


지호는 꿀꺽 침을 삼켰다. 멱살이 잡히기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 하지만 지호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 내렸다. 전생의 진상 고객들에 비하면, 이 뇌까지 근육인 수선자들은 오히려 다루기 쉬운 순진한 양떼였다.


지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가장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솔’ 톤의 목소리를 발성했다. 전생의 악성 민원인들을 단숨에 침묵시켰던 비기, 기선제압 고객센터 보이스였다.


“고객님들, 목소리 톤을 조금만 낮춰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귀하들의 신성한 도전을 모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귀하들의 소중한 목숨과 가문의 파산을 방지해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


지호의 목소리에 미세한 영기가 실려 울려 퍼지자, 시끄럽던 연무장 앞마당이 순간 조용해졌다. 제자들은 허름한 서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한 정중함과 압도적인 기세에 흠칫 놀라 칼자루에서 손을 뗐다.


“뭐, 뭐라고? 가문의 파산?”


“그렇습니다.” 지호는 가늘게 눈을 뜨고 군중을 스캔했다. 그의 시야 속에서 제자들의 이마 위로 노란색과 붉은색의 데스 카운트 숫자들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지호는 머릿속의 주판을 튕기며 불안 심리 극대화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거기 계신 도우(道友)여. 지금 착용하고 계신 신발의 뒤축이 미세하게 닳아 있군요. 수련 중이신 ‘청풍신법’은 영기를 왼쪽 발가락 끝에 집중시키는 구조인데, 뒤축이 무너지면 공중 방향 전환 시 0.2초의 지연이 발생합니다. 통계학적으로, 그 상태로 낙신애에서 뛰어내리시면 절벽 벽면에 좌측 어깨를 부딪쳐 단전이 파열될 확률이 무려 84.7%에 달합니다.”


“엇……?! 네가 그걸 어떻게……!”


지목당한 제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자신의 극비 수련 결함을 서생 놈이 단숨에 꿰뚫어 보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호는 멈추지 않고 다른 제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


“그리고 그 옆의 도우여. 최근 연단 가마솥 가스를 너무 많이 흡입하셔서 폐부의 기 흐름이 탁해지셨군요. 어검비행 시 호흡이 흐트러져 고도 조절 실패로 추락할 확률이 평소보다 5배 높습니다. 만약 오늘 가입하지 않으시고 내일 뛰어내리신다면, 귀하의 가문은 귀하의 시신을 수습하는 비용과 영혼 천도재 비용으로 하품 영석 50개를 일시에 지출해야 합니다. 귀하의 어린 여동생과 늙으신 부모님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진정 하늘을 믿는 무인의 도리입니까?”


“부, 부모님이 길거리에……?!”


지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정교한 통계 수치와 ‘가문의 몰락’이라는 현실적인 공포 마케팅에 제자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들의 등 뒤로 비참하게 추락해 뼈가 부러지고 가문이 파산하는 끔찍한 상상 홀로그램이 검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듯했다.


“단돈 월 영석 5푼입니다. 하루에 차 한 잔 값도 안 되는 푼돈으로, 귀하가 부상을 입었을 때 김철수 의원의 VIP 치료를 무상으로 받고, 가문의 파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계약서의 이 붉은 지장 자리에 손가락만 대십시오. 미래의 재앙이 고객님을 비껴갈 것입니다.”


지호가 가죽 계약서와 위조 방지 먹물을 들이밀자, 식은땀을 흘리던 제자들이 침을 삼키며 탁자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 정말로 다쳤을 때 영석을 준단 말이지? 치료비도 대주고?”


“당연합니다. 신성보험은 고객님의 목숨을 가족처럼 아낍니다. 고객님이 죽으면 저희 회사가 망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홀린 듯 깃펜을 잡으려던 바로 그 순간.


“비켜라.”


연무장 입구 쪽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자들이 움찔하며 양옆으로 갈라섰다.


푸른색 청풍문의 정갈한 도복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미소녀 무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씩씩하고 칼칼한 인상에 매서운 눈빛을 지닌 그녀는, 바로 청풍문의 핵심 제자이자 문주의 총애를 받는 천재, 백서연(백서연)이었다.


지호는 본능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이마를 스캔했다.


그 순간, 지호의 시야에 피처럼 붉은색 홀로그램 숫자가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하게 번쩍였다.


`[D-3시간 / 사망 원인: 낙신애 투신사 (확률 100%)]`


지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확률 100%. 이건 실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오늘 오후, 반드시 죽을 예정이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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