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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문의 침공 깃발과 적자투성이 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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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표범이다! 표범 영수가 탈출했다!”


청풍현 저잣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장사독의 가죽 포대에서 튀어나온 표범 영수는 붉은 안광을 뿜으며 맹렬한 기세로 질주했다. 하필이면 그 방향은 방금 전 김철수의 해독 탕약을 마시고 바닥에 평화롭게 누워 있던 가입자 삼백 명이 밀집한 구역이었다.


지호의 눈앞에서 가입자들의 이마 위에 둥둥 떠 있던 초록색 데스 카운트 타이머가 일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D-10분 / 사망 원인: 영수 습격으로 인한 과다출혈 (확률 95.4%)]`

`[D-8분 / 사망 원인: 장기 파열 (확률 97.1%)]`


“지, 지리릭……! 서, 서연 씨……!”


지호는 지난밤 천겁의 정전기 충격으로 성대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쇳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는 마비된 오른손목 대신 왼손을 미친 듯이 휘저으며 허공에 대고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쓰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표범의 머리를 가리키며 양손으로 눈을 가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석 안전 요원 백서연은 지호의 해괴망측한 몸짓을 단 0.1초 만에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녀는 즉시 가슴을 펴고 우렁찬 내공을 실어 지호의 수신호를 온 시장통에 대변 통역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저 과속하는 고양잇과 야수를 살려두는 것은 우리 신성보험의 심각한 상해 보험금 누수(파산)를 의미한다! 수석 요원 백서연은 즉시 노란색 안전 헬멧을 저 영수의 대가리에 강제로 씌워 시야를 완벽히 차단하고, 야수 천재 사공욱을 호출하여 비살상 생포 작전을 개시하라!”


“크오오오!”


표범 영수가 앞발을 치켜들고 누워 있던 가입자의 목덜미를 덮치려던 찰나, 백서연이 바람을 가르며 도약했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안전 제일’이 선명하게 새겨진 노란색 대나무 헬멧이 번쩍이고 있었다.


백서연은 품속에서 예비용 노란 안전 헬멧 하나를 꺼내 들고는, 표범의 머리 위로 강하했다.


“고객님! 안전모 미착용 시 저잣거리 통행 금지입니다!”


팍—!


백서연의 날카로운 일격과 함께, 노란색 안전 헬멧이 표범 영수의 대가리에 정확하게 수직으로 씌워졌다. 헬멧의 턱끈이 표범의 주둥이 아래로 기가 막히게 조여지며 고정되었다.


“캬오오오옹?!”


갑자기 시야가 노란색 대나무 벽으로 완전히 차단된 표범 영수는 당황했다. 앞이 보이지 않자 녀석은 방향 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지호가 개업식용으로 쌓아두었던 배추 더미 속으로 머리를 처박았다. 띠용! 하는 소리와 함께 표범은 배추 잎사귀들을 뒤집어쓴 채 바둥거렸다.


그 타이밍에 맞춰, 저잣거리 구석에서 피리를 불며 달려오는 소년이 있었다. 영수를 길들이는 천재 소년 사공욱이었다. 지호가 미리 긴급 호출 전령을 보낸 덕분이었다.


필리리리—


사공욱이 부는 몽환적인 진정 피리 소리가 시장통에 울려 퍼지자, 배추 더미 속에서 바둥거리던 표범 영수의 꼬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붉게 타오르던 녀석의 눈빛이 온순한 고양이처럼 변하더니, 이내 얌전하게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살았다……! 대사형을 살린 도사님이 이번엔 우리를 괴수에게서 구하셨다!”


주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지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릿속으로 주판을 튕겼.


‘장사독의 아지트에서 압수한 고밀도 영수 가죽 포대 자재는 맹 감독님 대장간으로 보내 에어백 보수용으로 쓰고…… 저 표범 영수는 죽이지 않는다. 저놈에게 노란 헬멧을 씌워 우리 지사의 공식 마스코트 ‘안심이’로 임명한다! 시장통에 묶어두고 ‘야생 동물 습격 안전 특약’ 광고판으로 써먹으면 가입률이 최소 20%는 폭증할 터!’


* * *


표범 영수 폭주 사태를 완벽하게 수습한 청풍현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우물 테러범 하독성과 밀수업자 장사독은 관청의 지하 감옥에 수감되었고, 지호가 제안한 ‘공동 우물 위생 관리 조례’에 따라 우물 입구에는 철제 잠금장치와 정화 부적이 설치되었다.


청풍현의 사망률과 상해 발생률은 전례 없는 0%대에 진입했다. 이에 감격한 이수현 현령은 청풍현 관청의 이름으로 공식 선포했다.


“신성보험의 기상천외한 안전 규정과 설비 덕분에 우리 고을의 사망률이 극적으로 감소하였다! 이에 본 관청은 청풍현을 제국 최초의 ‘청풍현 1성 안전 구역’으로 임명하고, 신성보험의 독점적 행정 비호를 보장하노라!”


안전 구역 승격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고을의 수선자들이 “저곳이 죽지 않는 도원경”이라며 대거 청풍현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신성보험의 가치는 하늘을 찔렀고, 가입 준비금으로 들어오는 실물 하품 영석의 양은 지사의 지하 금고를 가득 채우다 못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지호는 무거운 실물 영석을 매번 유통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영석을 담보로 발행하는 종이 화폐인 **신성 신용 증서**를 발행했다.


“무거운 영석 주머니를 차고 다니다가 강도를 당해 치료비를 청구하는 리스크를 줄이십시오! 이 가벼운 종이 증서 한 장이면 청풍현 내의 모든 객주와 상점에서 영석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종이 쪼가리라며 의심하던 상인들도, 신성보험의 금고에 쌓인 실물 영석 담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열광적으로 신용 증서를 유통하기 시작했다. 청풍현의 유통 경제는 완전히 지호의 종이 화폐 아래로 재편되었다.


지호는 지사 집무실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따뜻한 녹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완벽해. 손해율은 제로에 수렴하고, 신용 증서 발행으로 금융 유동성까지 장악했다. 이제 이 자본금으로 현대 세계로 돌아갈 통로를 알아보기만 하면…….’


쾅—!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긴급 전령 윤삼돌이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들이닥쳤다. 그의 손에는 붉은색 비상 전보가 쥐어져 있었다.


“사, 사장님! 대참사입니다! 국경 검문소가 돌파당했습니다!”


“……지리릭? (뭐라고?)”


지호가 쇳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백서연이 즉시 옆에서 몽둥이를 쥐며 대신 소리쳤.


“삼돌 전령아! 무슨 놈이 감히 우리 안전 구역의 국경을 넘었단 말이냐!”


“이웃 현을 지배하는 사파 세력, **철사문(鐵沙門)**의 문주 원귀웅이 500명의 정예 중갑 무사단을 이끌고 청풍현을 향해 진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우리 신성보험의 영석 금고를 통째로 약탈하는 것입니다!”


“500명……? 정예 중갑 군대라고?”


지호의 머릿속에서 황금빛 주판알이 공포와 분노로 사정없이 튕기기 시작했다.


500명의 정예 무사들이 청풍현에 난입해 칼부림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가입자들의 대규모 사망 및 상해 사고는 불 보듯 뻔했다.


‘500명의 군대가 아니라, 500개의 걸어 다니는 초고액 사망 보험금 청구서잖아! 저놈들이 내 영토에서 칼을 휘두르는 순간, 내 금고는 고사하고 내 영혼까지 통째로 파산해서 소멸한다고!’


지호는 즉시 백서연과 함께 청풍현 관청으로 달려갔다.


관청 집무실 내부 역시 아수라장이었다. 이수현 현령은 정갈하던 관복이 헝클어진 채,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서 도사! 마침 잘 왔소! 철사문의 침공 소식은 들었겠지요? 큰일이오. 우리 청풍현 관청 포교들의 무력만으로는 500명의 무장 군대를 막아내는 것이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하오!”


“현령 어른, 인근 고을이나 중앙 조정에 긴급 구원 요청 전음을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백서연이 지호의 답답한 표정을 통역해 우렁차게 물었다. 이수현 현령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보냈소! 하지만 인근 고을의 부현령 파벌 놈들이 중간에서 전음을 가로막고 지원 요청을 묵살했소. 게다가 조정에서는…….”


그때, 관청 집무실의 커튼 뒤에서 붉은 비단 옷을 입은 매혹적인 여인이 슬며시 걸어 나왔다. 태양상회의 청풍현 지부장이자 지호의 든든한 물주인 유미경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황금빛 비단 장부가 들려 있었다.


“조정에서는 구원군을 보낼 여력이 없답니다, 서 사장님.”


유미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장부를 지호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저희 태양상회가 극비리에 입수한 **대하제국 황실 금고의 적자 상태** 장부 사본입니다. 대하제국 황실은 최근 무리한 영석 소비와 사파 연합과의 장기전으로 인해 이미 국가 재정이 파산 직전의 깡통 상태입니다. 조정의 감찰관들은 오히려 철사문이 청풍현의 영석을 약탈한 뒤, 그 약탈품에 고액의 세금을 매겨 자신들의 적자를 메우려는 음모를 묵인하고 있어요.”


“뭐라고요……?”


지호는 장부를 펼쳐 들었다. 소수점 아래까지 붉은색 적자로 가득한 황실의 거대 장부. 제국 전체가 거대한 재정 파탄 상태였고, 청풍현의 풍요로운 영석 준비금은 그들에게 있어 아주 탐스러운 고기방패이자 먹잇감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법과 계약을 무시하는 약탈자들만이 국경을 넘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지호의 눈동자가 분노와 파산 공포로 거칠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그의 머릿속에서 현대의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기법이 번개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황실이 적자라 우리를 방조해? 사파 놈들이 내 영석을 털어 가려 해? 좋다. 법과 공권력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내가 구축한 과학적 안전 인프라를 방어 무기로 전환하겠다.’


지호는 쇳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는 비록 갈라졌지만, 그 안에는 절대적인 자본가의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접지선…… 전부 연결해.”


백서연이 즉시 가슴을 펴고 우렁차게 소리쳤.


“대표님께서 전시 작전 명령을 하달하신다! 관청 군대의 지휘권을 신성보험 리스크 관리국으로 즉각 위임하라! 우리는 철사문 군대가 진입하는 국경의 좁은 계곡 길목에, 만뢰정의 피뢰침 송전망과 연결된 ‘긴급 고압 방전 그리드선’을 가설한다! 걸어 다니는 피고인 500명을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전기 마비로 생포하는 대역전 방어전을 개시하겠다!”


지호는 찢어진 계약서 방탄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관청 문을 나섰다.


저 멀리 청풍현 국경 계곡 입구에서 철사문의 붉은 침공 깃발이 피비린내를 풍기며 휘날리기 시작했고, 지호의 주판알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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