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추격전과 우물의 정화 부적
“지리릭…… 철수야,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거냐?”
신성 종합 의원 응급 진료실 안. 서지호는 가로등 정전기 폭풍의 여파로 사방으로 뻗친 폭탄머리를 긁적이며, 쇳소리가 섞인 성대 모사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밤 천겁의 미세 전류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탓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의 비서이자 수석 안전 요원인 백서연이 옆에서 우렁찬 내공을 실어 지호의 말을 통역하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철수 의원아, 정말 이 탕약으로 삼백 명의 똥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냐!”
귀가 먹먹해지는 대변 통역에 김철수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는 청풍초와 사향, 그리고 기존의 활혈거어탕을 기묘한 비율로 배합한 녹색의 탕약 대접이 들려 있었다.
“가성비 하나는 내가 보장하지. 이 ‘개량 활혈해독탕’은 제조 단가가 기존 영약의 십분의 일에 불과해. 하지만 대장 내부에 꼬인 사파의 독기를 즉각적으로 중화시키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자, 마셔라!”
김철수의 지시 아래, 의원 마당에 O자 다리로 누워 신음하던 청풍문 제자들과 주민 삼백 명에게 탕약이 신속하게 배포되었다.
“구르르륵…… 꿀꺽, 꿀꺽…… 어, 어라?”
탕약을 들이켠 삼류 무사 한 명이 배를 움켜쥐고 벌떡 일어났다. 단전을 사정없이 뒤틀던 음산한 보라색 독기가 눈 녹듯 사라지며, 배 속에서 요동치던 폭풍이 순식간에 잠잠해진 것이다. 여기저기서 “살았다!”, “단전이 뚫렸다!” 하는 감격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호의 눈앞에 붉게 깜빡이던 삼백 명의 데스 카운트 타이머가 일제히 초록색 정상 수치로 연장되는 장관이 펼쳐졌다. 파산의 절벽 끝에서 삼천 개의 하품 영석을 지켜낸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철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지호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지호야, 안심하긴 일러. 이번엔 내 비상 재고로 어떻게든 막았지만, 해독제의 핵심 원자재인 ‘청풍초’ 재고가 완전히 바닥났어. 만약 사파 놈들이 우물에 독을 한 번 더 풀면, 그땐 진짜 삼천 영석 청구서에 도장 찍고 파산해야 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반나절이다.”
반나절.
지호는 마비되어 찌릿거리는 오른손목을 계약서 방탄 도포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이를 악물었다. 사파 흑응방주 염도현과 돌팔이 의원 갈조기 일당이 합작한 이 비열한 테러의 뿌리를 뽑지 않으면, 신성보험의 금고는 언제고 털릴 터였다.
지호는 쇳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을용 씨…… 불러와.”
백서연이 즉시 가슴을 펴고 우렁차게 소리쳤.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다! 비밀 조사관 정을용은 당장 개코를 가동하여 흑망산의 똥독 냄새를 추적하라!”
어둠 속에서 쥐색 옷을 입은 깡마른 사내, 정을용이 스르륵 나타났다. 전직 도둑 출신이자 신성보험의 비밀 조사 요원인 그는, 지호가 내민 하품 영석 세 개를 보자마자 눈을 번쩍이며 바닥에 엎드렸다.
“사장님! 이 냄새 추적만큼은 제 전문입니다. 우물가에 묻은 독기 찌꺼기의 냄새가 아직 선명합니다. 흑망산 가시덤불 숲으로 도망친 그 독공 땡중 놈의 발자국을 기가 막히게 밟아보겠습니다!”
정을용은 바람처럼 가벼운 무영보법을 가동해 순식간에 의원 담벼락을 넘어 사라졌다.
* * *
청풍현 북쪽, 음산한 안개와 가시덤불로 뒤덮인 금지 구역 흑망산(黑亡山).
“아으으윽! 내 바지! 내 명품 비단 바지가!”
정을용은 가시덤불 숲을 기어 다니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지호가 준 특별 보너스 영석에 눈이 멀어 수색에 나섰지만, 흑망산의 가시덤불은 스치기만 해도 옷감을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악랄한 덩굴들이었다. 정을용의 회색 바지는 이미 사방이 찢어져 엉덩이 살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참사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얍삽하고 치밀한 은신 미행술은 헛되지 않았다. 정을용은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 중에 미세하게 잔류한 설사초의 독기 냄새를 쫓아, 마침내 흑망산 중턱에 숨겨진 비밀 동굴 입구에 당도했다.
동굴 내부에서 나직한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흐흐흐, 하 도우. 우물에 독을 풀었으니 이제 그 서생 놈의 금고는 텅텅 비었겠지?”
“방주님, 걱정 마십시오. 제 만독진경으로 제련한 설사독은 하급 수선자들의 단전을 완벽히 마비시킵니다. 치료비를 대느라 신성보험은 오늘 아침으로 파산했을 겁니다.”
독극물 테러범 하독성과, 그 옆에서 뱀 가죽 가방을 만지작거리는 음흉한 사내, 위험물 밀수업자 장사독이었다. 장사독의 옆에는 거대한 강철 철창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흉포한 표범 영수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이 영수 ‘안심이’(가칭)를 저잣거리 한복판에 밀반입해 풀면, 부상자가 수백 명은 더 나올 터. 염 방주님께서 약속하신 지분은 확실히 챙겨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지. 그 서생 놈을 파산시키고 청풍현의 돈줄을 우리가 다시 쥐는 날, 네놈에게 시장 통행권을 독점해주마.”
가시덤불 뒤에 숨어 이를 엿듣던 정을용은 식은땀을 흘렸다. 우물 테러도 모자라 흉포한 영수까지 밀수해 도심에 풀려는 2차 테러 음모였다. 정을용은 품속에서 소형 전음패를 꺼내 지호에게 긴급 상황을 전송했다.
* * *
몇십 분 뒤.
쿠우웅—!
흑망산 비밀 동굴의 입구를 막고 있던 거대한 바위가 굉음과 함께 박살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청풍현 관청의 이름으로, 그리고 신성보험 약관 제9조 고의 사고 유발 금지령 위반 혐의로 네놈들을 체포한다!”
먼지 구름을 헤치며 나타난 것은, 낡은 계약서 방탄 도포를 위풍당당하게 걸친 서지호였다. 그의 뒤에는 관청의 포교 수십 명과, 백근짜리 무쇠 철퇴를 어깨에 멘 경비대장 최두식이 버티고 서 있었다. 지호의 왼손에는 이수현 현령의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공식 사법 체포 영장이 쥐어져 있었다.
하독성과 장사독은 귀신을 본 듯 경악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서생 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우리 동선은 완벽히 은폐되었을 텐데!”
“은폐는 무슨 얼어 죽을 은폐입니까.”
지호는 코방귀를 뀌며 품속에서 사고 현장 홀로그램 재현 분말을 허공에 뿌렸다. 파앗! 하는 황금빛 영기와 함께, 공중에서 하독성이 어젯밤 보라색 항아리를 들고 공동 우물가에 독을 푸는 장면이 3D 입체 홀로그램 영상으로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시간대와 독약의 낙하 궤적까지 소수점 아래 단위로 정밀하게 기록된 완벽한 과학적 물증이었다.
“네놈들이 우물가에 흘린 미세 영기 패턴을 내 특수 분말로 완벽히 역추적했지. 자, 얌전히 포박당하고 벌금이나 내시죠.”
“이 빌어먹을 놈이 장난질을! 죽어라!”
하독성이 분노하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의 소매 끝에서 음산한 보라색 독안개가 동굴 내부를 가득 채우며 포교들을 향해 뿜어져 나왔. 독기에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녹아내릴 듯한 기세였다.
“흥, 어림없다!”
경비대장 최두식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우람한 팔근육이 팽창하며, 백근짜리 무쇠 철퇴를 공중에서 폭풍처럼 휘둘렀다. 휘이이이잉—! 철퇴가 만들어낸 엄청난 물리적 풍압이 동굴 내부의 독안개를 역방향으로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독안개는 오히려 하독성과 장사독의 얼굴로 역류했다.
“컥! 으아악! 내 독기가!”
하독성이 자신의 독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이, 장사독이 비열하게 웃으며 바닥의 줄을 잡아당겼다. 동굴 바닥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뱀 덫이 발동하며 날카로운 독니들이 포교들을 향해 솟구쳤다.
“앗! 덫이다!”
포교 한 명이 피하려다 발목을 살짝 긁히며 가벼운 타박상을 입고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대열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턴 대원들! 당장 저놈들을 덮쳐라!”
곽두팔 구조대장의 호령에 따라, 노란색 충격 완충 안전 헬멧을 쓴 구조대원들이 그물망을 던져 하독성과 장사독을 순식간에 꽁꽁 묶어버렸다.
“이수현 현령 어른의 공식 영장에 의거, 네놈들의 모든 밀수 자산과 독 도구들을 합법적으로 압수한다!”
지호가 체포 영장을 흔들며 통쾌하게 외쳤다. 정을용의 정밀한 미행과 관청의 공권력을 대동한 지호의 합법적 기습 앞에, 사파의 독공과 덫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무력화되었다. 하독성과 장사독은 밧줄에 묶인 채 바닥에 처참하게 뒹굴었다.
“살려주시오! 사장님! 벌금이든 뭐든 다 내겠소!”
장사독이 울부짖으며 납작 엎드렸다. 지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주판을 꺼내 들었다. 우물 테러범들을 완벽히 체포했으니, 이제 이들을 관청에 넘겨 포상금을 받고, 압수한 밀수 자산으로 에어백 보수 자재를 충당하면 완벽한 재정적 호재로 역전되는 시나리오였다.
바로 그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장사독의 등 뒤에 매여 있던 거대한 뱀 가죽 가방(영수 은닉용 특수 포대)의 밧줄 매듭이, 아까의 격렬한 전투 여파로 인해 툭 하고 끊어졌다.
지리리릭—!
포대의 입구를 봉인하고 있던 붉은색 마법 부적이 찢어지며, 내부에서 감당할 수 없는 폭발적인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 저거 매듭이 왜 풀려?”
지호의 폭탄머리가 정전기 충격으로 다시 한번 쭈뼛 솟구쳤다.
콰아아앙—!!!
가죽 포대가 찢어지며,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거대한 표범 영수 한 마리가 포효와 함께 허공으로 솟구쳤다. 쇠사슬을 끊어버린 영수는 이빨을 드러내며 동굴 입구를 뚫고, 주민들과 가입자들이 평화롭게 해독제를 마시고 있던 청풍현 저잣거리 한가운데를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영수가 탈출했다! 저놈이 시장으로 간다!”
포교들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지호의 눈앞에서 저잣거리 가입자들의 이마 위 데스 카운트 타이머가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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