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Harvest6

적과 녹의 경계선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월요일 아침, 은성예술고등학교 미술동 실기실 제4실의 공기는 평소보다 무겁고 축축했다.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서늘한 가을 안개 속에서 석고상들은 마치 거대한 묘비처럼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실기실 내부에는 코를 찌르는 테레핀유 냄새와 연필 흑연 가루가 뒤섞인 특유의 텁텁한 냄새가 유령처럼 떠돌았다.


나는 새로 얻은 S등급 전용 창가 자리에 앉아 이젤을 고정했다. S등급의 권력은 실로 달콤하면서도 가혹했다. 창가에서 쏟아지는 가장 완벽한 자연광을 독점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실기실 안의 모든 눈빛이 내 등 뒤를 향해 질투와 의심의 화살을 쏘아대는 사선(死線)이기도 했다.


교복 소매 아래, 검은색 압박 테이프로 칭칭 감아 올린 오른손목이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겁고 욱신거렸다. 황 영감이 준 해독 약재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소아 블루 안료의 중금속 독성은 검지 손가락 끝의 감각을 여전히 둔탁하게 마비시키고 있었다. 손끝을 이젤 모퉁이에 가볍게 문질러 보았지만, 차가운 나무의 질감 대신 두꺼운 가죽 장갑을 낀 듯한 먹먹한 감각만이 되돌아왔다.


‘세 달…….’


황 영감의 경고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 손목의 신경이 완전히 죽기 전에 서혜영과 그 카르텔의 숨통을 끊어야만 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실기실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사장 아들이자 가짜 천재인 이준서가 고가의 명품 물감 상자를 펼쳐놓은 채 오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S등급 수석 자리를 내게 빼앗긴 뒤로 그의 얼굴에는 늘 초조함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오늘만큼은 묘하게 입꼬리를 올린 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이유는 알고 있었다. 이번 주 목요일에 치러질 중간고사 실기 평가의 주제가 ‘실시간 조색 및 채색’으로 기습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서혜영 교수가 이준서의 수석 탈환을 위해 판을 깔아준 것이 분명했다.


나는 가방에서 최현준이 극비리에 넘겨준 이준서의 과거 포트폴리오 도록을 꺼냈다. 이준서가 중학교 시절부터 국내 유수의 미술 대전에서 대상을 휩쓸며 ‘천재 화가’로 포장되었던 화려한 원색의 유화 작품들이 수록된 책이었다.


스마트폰의 고광도 플래시를 켜고, 도록의 고화질 도판 위로 빛을 비스듬히 떨어뜨렸다. 빛의 각도는 정확히 15도. 유화 물감이 마르며 형성되는 미세한 표면 굴곡, 즉 마티에르의 크랙을 관찰하기 위한 최적의 각도였다.


‘빛 반사 각도를 이용한 위작 감별.’


화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붉은 단풍나무 그림의 표면을 현미경 보듯 응시했다. 빛이 반사되어 꺾이는 각도의 벡터를 눈으로 쫓았다. 일반적인 유화는 화가가 붓을 휘두르는 방향과 필압에 따라 반사각이 불규칙하고 역동적으로 꺾여야 했다. 그러나 도록 속 이준서의 그림들은 기괴할 정도로 반사각이 평평하고 일정했다.


“3D 프린팅 인쇄…….”


혼잣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이준서의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초기 원작들은 사람의 손이 아닌 고정밀 3D 복제 기계로 캔버스 위에 안료를 얇게 분사한 뒤, 그 위에 투명 바니시를 붓질해 손으로 그린 것처럼 눈속임한 기계적 모조품이었다.


그렇다면 기계 위에 입혀진 붓 터치는 누구의 것인가.


나는 손가락 끝으로 도판의 붓 터치 궤적을 쓸어내렸다. 물감의 두께와 선의 호흡을 역추적하는 ‘붓터치 호흡 역추적술’을 가동했다. 붓끝이 회전하는 궤적, 캔버스 표면을 가볍게 긁어내며 거친 마찰력을 만들어낸 필치.


심장이 가파르게 요동쳤다. 이것은 이준서의 붓질이 아니었다.


오직 한 사람, 내 죽은 쌍둥이 언니 한소아만이 구사하던 비대칭적인 평붓 터치의 호흡이었다. 이준서의 화려한 원색 포트폴리오는 언니 소아가 밑그림과 색 배합을 전담해 주고, 기계와 서 교수의 손을 거쳐 탄생한 추악한 대작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최근 이준서가 실기실에서 그리는 개인 드로잉들은 하나같이 칙칙하고 어두운 단색조의 석탄 연필 데생뿐이었다. 유화 물감을 쥘 때도 오직 검은색과 흰색, 혹은 짙은 갈색 계열의 단조로운 색상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과거의 그 화려한 원색 대비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재능이 없어서 색을 쓰지 않는 게 아니야. 아예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거다.’


나는 실기실 구석에서 이준서가 팔레트에 물감을 짜는 모습을 절대적 형태 인지안으로 유심히 관찰했다.


이준서는 고가의 프랑스산 유화 물감 튜브들을 조색대 위에 나열해 놓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튜브의 ‘색상 자국’을 보고 물감을 고르는 것이 아니었다. 튜브 표면에 아주 작게 인쇄된 영문 텍스트 라벨인 ‘Cadmium Red’와 ‘Chromium Green’을 눈을 가늘게 뜨고 현미경 보듯 읽은 뒤에야 물감을 짜냈다.


순간, 그가 실수로 라벨이 지워진 붉은색 물감 튜브와 초록색 물감 튜브를 혼동하여 팔레트의 엉뚱한 자리에 짜두는 사소한 장면이 내 망막에 포착되었다. 그는 자신이 짠 물감의 색이 뒤바뀐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팔레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적록색약…….”


내 입술 사이로 서늘한 확신이 새어 나왔다. 이사장 아들이자 가짜 천재인 이준서는 후천적인 적록색약이었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경계선이 무너져 오직 진흙탕 같은 회갈색으로만 보이는 신체적 결함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언니 소아가 그의 곁에서 물감을 대신 조색해 주고 붓을 쥐어주었기에 그 비밀이 철저히 은폐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아는 죽었고, 소아의 신분으로 위장한 나는 그의 대작 요구를 거부하고 있었다. S등급 이젤에 앉은 이준서는 지금 색채라는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에 홀로 벌거벗겨진 채 서 있는 셈이었다.


***


점심시간, 미술 도서관 사서실 뒤편의 낡은 폐기 도서 보관소.


책 향기와 먼지 냄새가 눅눅하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문이 조용히 열렸다. S등급 가죽 아대를 착용한 최현준이 서늘한 눈빛을 빛내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은성예고 재단 수뇌부의 비공식 문서 파일이 쥐여 있었다.


“네 추측이 맞았어.”


현준은 사서실 책상 위에 파일을 툭 내려놓았다. 이사장실 비밀 밀실의 보안 코드를 이용해 극비리에 입수한 이준서의 안과 진료 기록지 사본이었다.


“이준서. 2년 전 승마 사고로 두부 외상을 입은 뒤 후천적 적록색약 판정을 받았어. 이사장은 이 사실이 미술계에 알려지면 가문의 이미지 세탁과 이준서의 천재 화가 스펙이 단숨에 무너질 것을 우려해, 담당 의사를 매수하고 진료 기록을 영구 봉인했지.”


현준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분노와 함께 묘한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서 교수가 소아를 이준서의 ‘색채 노예’로 가둬두고 대작을 강요했던 거야.”


나는 진료 기록지 위에 적힌 ‘적록색각 이상’이라는 붉은색 도장을 손가락 끝으로 지긋이 눌렀다. 언니 소아가 밤마다 지하 아틀리에에서 피를 흘리며 물감을 조색해야 했던 진짜 이유가 마침내 온전한 진상으로 드러났다. 이준서라는 가짜 천재의 왕관을 유지하기 위해, 언니의 영혼과 육체가 푸른 독물 아래에서 짓밟혔던 것이다.


“목요일 중간고사 실기 평가는 실시간 라이브 조색 시험이야.”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 교수의 측근인 오성록 교수가 외부 심사위원으로 배정되었더군. 내 그림에 무조건 낙제점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을 게 분명해. 하지만 상관없어. 이준서가 스스로 자신의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전교생 앞에서 증명하게 만들 테니까.”


현준이 은빛 도는 갈색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구체적인 계획이 뭐야?”


“이준서는 지금 물감을 고를 때 오직 튜브의 이름 라벨에만 의존하고 있어. 색 자체를 구별하지 못하니까, 라벨에 적힌 글자만 믿고 기계적으로 조색을 진행하는 거지.”


나는 품속에서 정우진 교수의 구형 조각칼을 꺼내 손끝으로 칼날의 날카로움을 만지작거렸다.


“중간고사 시험 전날 밤, 실기실에 잠입할 거야. 그리고 이준서의 전용 물감 상자에 든 빨간색과 초록색 물감 튜브의 라벨을 완벽하게 바꿔치기하겠어.”


현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라벨을 바꾼다고? 하지만 튜브 자체의 크기나 뚜껑의 미세한 형태 차이로 눈치챌 수도 있어. 이준서가 아무리 색약이라 해도 바보는 아니야.”


“아니, 눈치채지 못해.”


나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그가 쓰는 프랑스산 센넬리에 물감은 모든 색상의 튜브 규격과 뚜껑 형태가 100% 동일해. 오직 전면에 붙은 종이 라벨의 텍스트와 미세한 색상 띠로만 구별할 수 있지. 현미경 단위로 라벨을 정밀하게 박리해서 바꿔치기하면, 그의 눈으로는 절대 구별해 낼 수 없어.”


“하지만 야간 보안팀의 순찰망은 어쩔 건데? 백 팀장이 최근 전산실 해킹 흔적 때문에 실기동 주변의 경비를 대폭 강화했어.”


“박 실장의 마스터키 카드가 있어.”


나는 주머니에서 복제한 마그네틱 카드키를 꺼내 보였다.


“그리고 네가 강태식을 시켜 야간 순찰 요원들의 동선을 차량 경보로 교란해 주면 돼. 단 10분이면 충분해.”


현준은 침묵을 지켰다. 그의 가슴속에 도사린 죄책감이 그를 망설이게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내 오른손의 검은 압박 테이프를 바라보고는, 이빨을 사려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가 보안팀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놓지. 하지만 너 역시 조심해. 시험 당일 네 오른손의 마비 증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이준서가 자멸하더라도 네가 먼저 오성록의 낙제점 덫에 걸려 퇴학당할 수 있어.”


“걱정 마. 내 손가락은 아직 붓을 쥘 수 있으니까.”


나는 검은 테이프를 더 세게 조여 매며 차갑게 대꾸했다.


***


중간고사 전날 밤 11시 30분.


은성예고 교정은 칠흑 같은 어둠과 짙은 안개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 가끔씩 들려오는 가을바람 소리만이 고요한 운동장을 쓸고 지나갈 뿐이었다.


삐- 삐- 삐-!


갑자기 미술동 정문 반대편 주차장에서 날카로운 차량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최현준이 약속대로 강태식을 움직여 보안팀의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었다.


“아니, 이 시간에 어떤 새끼가 주차장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거야?”


미술동 로비를 지키고 있던 보안 요원들의 거친 발소리가 정문 밖으로 멀어지는 것이 들려왔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검은색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채, 복제한 지하 마스터키 카드를 실기실 제4실의 카드 리더기에 가볍게 접촉했다.


띠리릭.


잠금이 해제되는 미세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나는 소리 없이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문을 닫았다. 실기실 내부는 암전 상태였지만 S등급 창가를 통해 흘러드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석고상들의 하얀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절대적 형태 인지안을 가동해 어둠 속에서도 장애물들을 피해 이준서의 개인 이젤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이젤 옆 조색대 위에는 이사장 가문의 부를 자랑하듯 정교하게 깎인 오크나무 재질의 최고급 물감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의 황동 잠금장치를 조심스럽게 풀고 뚜껑을 열었다.


백색 조명 아래서 빛나던 프랑스산 최고급 유화 물감 튜브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자외선 랜턴과 휴대용 미세 현미경, 그리고 정우진 교수의 구형 조각칼 중 가장 얇고 날카로운 세필용 나이프를 꺼냈다.


자외선 랜턴의 푸른 빛을 비추자, 물감 튜브들의 표면 질감이 현미경 모니터 화면 위로 10배 확대되어 나타났다.


‘Cadmium Red Medium’

‘Chromium Oxide Green’


두 튜브의 라벨은 완벽하게 동일한 크기와 재질의 종이로 제작되어 있었다. 나는 조각칼 끝을 미세하게 세워, 붉은색 물감 튜브의 라벨 모퉁이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물감 튜브의 알루미늄 표면이 손상되지 않도록, 오직 접착제 층만을 0.1밀리미터 단위로 박리해 나가는 극도의 정밀 작업이었다.


손끝 신경 마비로 인한 미세한 떨림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으윽…….”


신경통이 심장을 찌르는 순간, 나는 이빨을 악물고 통증 임계점 돌파 제어를 감행했다. 뇌 속의 경보 장치를 강제로 끄고, 오직 현미경 화면 속 종이 섬유의 결에만 온 정신을 집중했다. 칼끝이 아주 느리고 정교하게 움직이며 붉은색 라벨을 상처 하나 없이 완벽하게 분리해 냈다.


동일한 방식으로 초록색 물감 튜브의 라벨 역시 완벽하게 박리했다.


두 라벨이 분리되자, 나는 특수 린시드 오일을 접착 부위에 미세하게 도포하여 접착력을 복원한 뒤, 두 튜브의 라벨을 교묘하게 교체하여 부착했다. 붉은색 물감이 든 튜브에는 ‘Chromium Oxide Green’ 라벨이, 초록색 물감이 든 튜브에는 ‘Cadmium Red Medium’ 라벨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입혀졌다.


현미경으로 마감 상태를 재확인했다. 종이의 일어남이나 접착제 흘러내림 흔적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물론이고, 현미경 감정으로도 인위적인 조작을 밝혀내기 힘든 완벽한 위장이었다.


나는 조색대 위에 도구들을 정리하며, 어둠 속에 잠긴 이준서의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S등급 수석이라는 오만한 가면 뒤에 숨겨진 그의 신체적 결함은, 내일 이 조색대 위에서 가장 추악하고 기괴한 색채의 비명으로 폭로될 터였다.


나는 물감 상자의 황동 잠금장치를 원래대로 조용히 잠갔다. 그리고 검게 묶인 내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라벨을 바꿔치기하면, 그는 스스로 캔버스를 피칠갑으로 망치게 될 거야.’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