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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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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광선이 꺼지는 순간, 캔버스 위의 푸른 유령은 다시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고, 내 오른손 검지 끝은 지독한 독성에 중독된 듯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하 비밀 아틀리에의 무거운 철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 어둠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서 교수가 보낸 사냥개의 서늘한 발소리였다. 송태문 과장이 나를 밖으로 밀어내며 철문을 잠그는 소리가 지하 복도에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새벽 4시 15분. 학교 교정은 짙은 안개와 차가운 새벽 공기에 잠겨 있었고, 내 오른손 검지는 이미 ‘소아 블루’의 독성 때문에 감각이 마비되어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나는 소매 안쪽으로 검은 압박 테이프를 더 단단히 동여맸다. 고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금니를 깨물었지만, 턱끝이 파르르 떨렸다. 본관 건물을 빠져나와 정문을 벗어나는 순간, 등 뒤에서 기분 나쁜 시선이 꽂혔다.


안개 낀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소리 없이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사내의 실루엣이 눈에 익었다. 흉터가 있는 무표정한 얼굴,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사내. 서혜영 교수의 사설 해결사이자 나를 감시하는 추격자, 박 실장이었다.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군.’


박 실장은 내가 밤마다 드나드는 지하 단칸방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내 뒤를 밟고 있었다. 만약 그 은밀한 은신처가 노출된다면, 언니의 진짜 일기장과 스케치북, 그리고 내 진짜 신분인 ‘한소윤’의 흔적들이 전부 서 교수의 손에 들어가 복수극은 그 자리에서 파멸할 터였다.


나는 태연한 척 걸음을 옮겼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내 구두 굽 소리 뒤로 가쁜 타이어 마찰 소리가 일정하게 따라붙었다. 박 실장은 거리를 두고 나를 미행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저 베테랑 사냥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지하철역 인근의 24시 편의점 골목 사각지대로 빠르게 몸을 틀었다. 편의점의 차가운 형광등 불빛 아래로 들어선 나는 음료 냉장고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최현준이 제공한 정보전 자금으로 개통한 극비 스마트폰을 꺼냈다. 손가락의 마비 때문에 터치패드를 누르는 것조차 고역이었지만, 나는 억지로 힘을 주어 최현준에게 신호를 보냈다.


[사냥개가 붙었다. 편의점 뒤편 골목 초입. 은신처 노출 위기.]


메시지를 전송한 지 단 10초 만에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


[강태식을 대기시켰다. 골목을 빠져나와 좁은 일방통행로로 유인해.]


최현준이 내 신변 안전을 위해 사비로 고용한 사설 경호원 강태식. 그의 이름이 화면에 뜨는 순간, 내 차가운 심장에 미세한 안도감이 스쳤다. 나는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사서 쥐고는 편의점을 나섰다. 일부러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고 어두운 주택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뒤를 따르던 박 실장의 차량이 골목 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저편에서 거대한 엔진 굉음이 울려 퍼졌다.


검은색 대형 세단 한 대가 골목 모퉁이에서 튀어나와 박 실장의 차량 앞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강태식이었다. 강태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단의 측면으로 박 실장의 범퍼를 교묘하게 들이받았다.


콰아앙!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과 함께 좁은 골목길이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고의적인 접촉 사고였다. 강태식은 즉시 차에서 내려 거칠게 문을 열고 박 실장의 차량으로 다가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주변 주택가의 불이 하나둘 켜지고 사람들이 창밖을 내다보는 소란이 발생했다.


그 소란의 틈을 타, 강태식은 차체 아래로 손을 뻗어 박 실장의 차량 타이어 측면을 특수 나이프로 깊숙이 그어버렸다. 피쉭, 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박 실장의 차량이 주저앉았다. 박 실장이 창문을 내리고 분노 어린 눈빛으로 나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강태식의 거구와 대형 세단의 차체가 그의 시야를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이다.’


미행망이 완벽히 차단된 찰나의 순간, 나는 골목 구석의 담벼락 그늘을 따라 달렸다. 하지만 내가 향한 곳은 내 지하 단칸방이 아니었다. 적들의 사냥개가 묶여 있는 이 골든타임 동안, 나는 역으로 그들의 숨통을 쥘 무기를 탈취해야 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은성예고 뒤편에 방치된 폐교 부지였다. 깨진 유리창과 잡초가 무성한 운동장 너머로 음침한 구교사 건물이 묘비처럼 서 있었다. 이곳은 미술과장 송태문이 주말마다 은밀하게 방문하는 장소였다. 가난한 학생들의 실기 기회를 박탈하고, 부유층 학부모들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수수하며 불법 입시 과외를 진행하는 부패의 현장.


구교사 내부로 들어서자 썩은 나무 냄새와 눅눅한 먼지 가루가 코끝을 찔렀다. 바닥의 낡은 마룻바닥이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절대적 형태 인지안을 가동한 나는 어둠 속에서도 송태문이 자주 드나들던 옛 체육관 사물함실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녹슨 철제 사물함 12번. 송태문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비밀들을 보관해 두는 아날로그 금고였다. 사물함의 고리에는 두꺼운 황동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정우진 교수의 구형 조각칼을 꺼냈다. 독일제 특수강으로 제작된 날카로운 조각칼 끝이 자물쇠의 미세한 틈새를 파고들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힘을 주려는 순간, 오른손 손목의 찢어진 인대가 비명을 지르듯 타오르는 고통을 선사했다.


“으윽……!”


신경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눈앞이 일시적으로 하얗게 번졌다. 하지만 나는 붓을 쥐기 위해 감싸 쥐었던 검은 압박 테이프를 왼손으로 더 꽉 움켜쥐며 이빨을 악물었다. 언니가 느꼈을 외로움과 공포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통 임계점 돌파 제어. 내면의 복수심이 아드레날린이 되어 신경의 통증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콰직, 서슬 퍼런 조각칼 끝이 황동 자물쇠의 내부 핀을 강하게 후려쳤다. 녹슨 쇠붙이가 비틀리며 사물함 문이 덜컥 열렸다.


사물함 내부, 먼지 쌓인 체육복 더미 아래에 검은색 가죽 수첩과 여러 개의 차명 통장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숨겨져 있었다. 송태문 과장의 불법 과외 장부였다.


나는 떨리는 왼손으로 수첩을 펼쳤다. 장부 안에는 은성예고 입시생들의 이름, 학부모들의 직함, 그리고 수천만 원 단위의 현금 거래 내역과 실기 시험지 유출 날짜가 송태문의 친필로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찾았어, 송태문.’


나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장부의 모든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하는 미세한 셔터 소리가 어두운 폐교의 정막을 깼다.


바로 그 순간, 내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했다. 강태식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타이어 훼손 완료. 박 실장 발 묶임. 철수하십시오.]


동시에 나는 장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장부와 통장들을 원래대로 비닐봉지에 넣어 사물함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자물쇠를 교묘하게 걸어 잠갔다. 흔적은 완벽하게 인멸되었다.


송태문의 목줄을 쥘 사법적 스모킹 건을 확보한 나는, 조각칼을 품에 넣고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내 등 뒤로, 마침내 사냥개의 이빨을 부러뜨릴 차가운 덫의 발소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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